신동빈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로 떠오른 '하이마트'를 건져 올렸다. 하이마트는 당초 많은 기업들이 입맛을 다시던 매물. 신 회장은 이들 기업을 제치고 하이마트를 거머쥐면서 M&A 시장의 강자임을 재확인했다.

이처럼 M&A 업계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신회장이지만 약점도 있다. 경영능력을 증명하는 게 바로 그것. 신 회장이 경영에 두각을 드러낸 당시부터 따라다닌 해묵은 과제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후계자로 지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2월 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전면에 나섰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에 발을 들인 지 21년 만이다.

롯데의 2세 경영 체제 전환은 주요 그룹 중 가장 늦었다.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90세의 고령에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경영'으로 1세 경영을 유지해온 때문이다.

신 회장은 일찌감치 신 총괄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돼 왔다. 그리고 '장남승계'라는 우리 재계의 관행을 깨고 차남인 신 회장이 왕좌를 차지한 것이다. 장남인 신동주 부회장은 일본 롯데를 맡고 있다.

1955년, 신 총괄회장의 두 번째 부인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 사이에서 태어난 신 회장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20대 초반까지 일본에서 생활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컬롬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1981년 일본 노무라증권에 입사, 1982년부터 1988년까지 6년간 영국 런던지점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감각을 키웠다.

신 회장이 처음 롯데에 발을 들인 건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하면서다. 하지만 불과 2년 뒤인 1990년 한국 롯데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 신 회장이 처음 받은 보직은 호남석유화학 상무였다.

이후 신 회장은 19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을 거쳐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임명되면서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사실상 자리를 굳혔다. 이어 2004년에는 정책본부 본부장을 맡아 '헤드쿼터'의 실질적 사령탑으로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했다.

신 회장은 90년대 중반부터 롯데그룹의 신규 사업들을 주도해왔다. 1994년 코리아세븐을 인수해 편의점 사업을 시작했고 물류사업을 위해 롯데로지스틱스를 설립했다. 1997년에는 롯데정보통신을 설립했고 2000년엔 롯데닷컴과 무선 인터넷 콘텐츠업체 모비도비도 창립해 대표로 취임했다.

M&A 시장서 '승승장구'

신 회장은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신 회장은 신 회장은 특히 M&A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 왔다.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다.

신 회장은 2007년 ▲대한화재(3,526억원) ▲중국 대형마트 마크로(1,615억원) ▲호남지역 빅마트(1,000억원)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이어 2008년엔 ▲네덜란드 초콜릿 회사 길리안(1,700억원) ▲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마크로(3,900억원), ▲코스모투자자문(629억원) 등을 손에 넣었다.

또 2009년 역시 ▲두산주류BG(5,030억원) ▲중국 유통업체 타임스(7,327억원) ▲교통카드 회사 마이비(603억원) ▲쌀 가공 식품업체 기린(799억원) 등을 거머쥐었다. 또 AK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AK글로벌(2,800억원) ▲룩셈부르크 부동산투자사 코랄리스(697억원) ▲경북 성주 골프장 헤븐랜드CC(751억원) ▲해태음료 안성공장(306억원) ▲롯데오더리음료유한공사(135억원) 등도 인수했다.

그리고 지난 2010년엔 편의점 바이더웨이와 GS마트(14개점)ㆍGS백화점(3개점)을 각각 2,740억원과 1조3,400억원에 품에 안았다. 한 달 사이 유통업계에 나온 대형 매물 2건을 모두 가져간 것이다.

이 밖에도 ▲이비카드(1,500억원) ▲말레이시아타이탄(1조5,000억원) ▲중국 럭키파이(1,500억원) ▲데크항공(미공개) ▲롯데칠성음료(1,180억원) ▲파스퇴르유업(600억원) ▲파키스탄 콜손(200억원) 등을 사들이며 몸집을 불려나갔다.

또 지난해에는 CS유통을 2,500억원에 인수했고 지난 5월에는 그랜드백화점 2개 매장을 1540억원에 인수했다. 이렇게 롯데그룹이 지난 2007년부터 성사시킨 주요 M&A는 26건, 총 금액은 7조원에 육박한다.

그리고 신 회장은 지난 4일 하이마트까지 손에 넣으면서 M&A 시장의 강자임을 재확인 시켰다. 하이마트 M&A 시장의 대어로 그 동안 수많은 기업들이 입맛을 다셔왔다.

하이마트는 당초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롯데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그러나 MBK파트너스는 지난 2일 밤 인수를 공식 포기했다. 이에 롯데는 즉시 하이마트를 집어삼켰다.

롯데는 주당 8만원에 약간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마트 65.25% 기준 총 1조2,300억원 규모다. 현재 신 회장은 웅진코웨이 인수전에도 나서고 있는 상태다.

경영능력 입증, 해묵은 숙제

이처럼 M&A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신 회장이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 불거진 경영 능력에 대한 의혹을 해소시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실제, 신 부회장이 주도한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등의 초기 실적은 지지부진했으며 T.G.I 프라이데이스, 크리스피크림도넛 등 외식사업도 신통치 않았다. 2007년 국내 백화점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은 현지 시장조사와 적응에 실패해 개점 초기 "파리만 날린다"는 소리를 들었다.

2006년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경영에 참여한 롯데쇼핑은 그 해 유통라이벌 신세계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에 신 총괄회장은 2008년 신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경영에서 물러난 장녀 신영자 사장을 복귀시켰고 롯데쇼핑은 그 해 다시 업계 1위에 올라섰다. 이로 인해 신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혹은 한층 깊어졌다.

또 2010년 3분기 '유통의 꽃'이라 불리는 백화점 사업에서 신세계백화점에 자리를 내줬다. 줄곧 1위를 지켜온 롯데백화점으로서는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유통계열사인 롯데마트, 롯데닷컴, 롯데홈쇼핑도 나란히 업계 하위권을 밑돌았다.

해외시장 진출도 지지부진했다. 롯데그룹은 인도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모색했지만 규제 장벽에 가로막히면서 2010년 결국 짐을 꾸려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2006년 11월 뉴델리에 주재인력을 파견한 지 3년여만의 일이었다.

이후에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3조8,50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1분기보다 62%나 줄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에는 매출이 11.9% 늘어난 데 비해 올해 1~5월 매출은 2.1%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한자릿수 성장을 했다. 롯데마트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약 1.5% 줄었다. 급기야 지난달 28일 신 회장은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나섰다.

해외 시장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는 올 상반기 인도 재진출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현지 소매업 규제와 사업성 미비를 이유로 연기했다. 베트남에서도 인·허가 벽에 부딪혀 신규 출점을 못하고 있다.

중국에선 최근 롯데백화점 중국 1호점인 베이징점을 철수하기도 했다. 2008년 8월 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 거리에 점포를 연 지 약 4년 만이다. 첫 해 롯데백화점 베이징점 매출은 172억원, 2009년 345억원, 2010년 33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에도 281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처럼 신 회장은 아직까지도 경영 능력에 대해 충분한 입증을 받아내지 못한 상태다. 이는 신 회장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면서 외형 확장보다 내실을 기하라는 주문을 한 것을 보면 그리 짐작할 수 있다. 과연 신 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털어내고 '롯데호'를 이끌 선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가전유통시장 장악 독보적 1위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로 가전매출만 5조원 육박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가전 유통시장에서만 단숨에 매출 5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유통기업으로 급부상하게 됐다.

하이마트의 국내 가전전문 양판점 시장점유율은 34.9%, 지난해 매출만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업계 2위인 삼성 디지털프라자와 3위 LG베스트샵을 합친 것보다 높은 규모다.

롯데마트는 국내 96개 매장 가운데 12개 점포에 가전전문매장인 디지털파크를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에서 올린 가전 매출은 각각 4,600억원과 5,000억원이다. 여기에 하이마트의 매출을 더하면 모두 4조3,600억원이 된다. 또 롯데홈쇼핑과 롯데닷컴 등 인터넷몰의 가전 매출을 포함하면 매출액은 더욱 커진다.

특히 롯데그룹과 하이마트의 사업 형태가 상호 보완적인 부분이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시너지효과가 커지리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마트 외에도 롯데백화점 등 가전제품 판매가 가능한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구매력이 커져 가격 경쟁력까지 갖게 돼 롯데는 국내 가전 유통시장의 독보적인 자리에 오르게 된다.

당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하이마트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2007년 하이마트가 매물로 나왔을 당시에도 가장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는 등 가전전문 양판점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결국 유진그룹에 밀려 하이마트 인수에 실패했지만 다시 롯데마트를 통해 독자적으로 가전전문점 사업을 진행해왔다.

한편,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인수와 관련, 증권에선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증권은 "하이마트 우선협상대상자로 롯데쇼핑이 선정된 것 최상의 시나리오"라며 "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대투증권도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인수에 대해 장단기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KB투자증권 역시 "추가적인 악재보다는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출생: 1955년 2월 14일

출생지: 일본

가족관계: 아버지 신격호, 누나 신영자, 형 신동주, 동생 신유미

학력: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컬럼비아대학교대학원

주요경력: 1990 일본 롯데 이사

1997 롯데쇼핑 부회장

1999 코리아 세븐일레븐 대표이사

2000 롯데닷컴 대표이사 부회장

2004 호남석유화학 공동 대표이사

2011 롯데그룹 회장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