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업계 명암

외국산 게임 선전으로 치열한 생존 경쟁 돌입
엔씨소프트 인력감축 한게임도 조직개편 나서

거침 없는 성장가도를 달려온 국내 게임 업계가 본격적인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 외국산 게임 공습과 모바일 게임 열풍 이라는 회오리에 게임업체들이 전례 없는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흐름에 미리 대응한 업체는 도약을 꿈꾸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곳은 구조조정 등 칼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전격적으로 단행된 넥슨의 엔씨소프트 인수는 국내 게임 업계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곳은 주로 온라인 게임사다. 넥슨에 인수된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넥슨은 8,045억원을 투자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양사는 표면적인 이유로 글로벌 게임시장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게임 업계는 엔씨소프트가 사실상 게임 유통을 포기하고 전문 개발업체로 변신하기 위한 수순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지분 인수 직후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 전체 임직원 2,800여명 중 20~30% 안팎의 인력을 감원한다는 게 골자다. 엔씨소프트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조직개편의 일부분이라는 설명이지만 사상 첫 대규모 감원이라는 점에서 이를 바라보는 게임 업계의 위기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NHN의 게임사업부인 한게임은 이달 초 온라인 게임을 전담하는 온라인게임본부와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S게임본부를 하나로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개편은 지난 3월 이해진 NHN 창업자가 임직원들의 기강 해이를 질타한 뒤 나온 것이어서 게임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한게임은 겉으로는 조직개편에 따른 인력 감축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앞서 임원들이 잇따라 퇴사한 바 있어 실무급 인력의 이탈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인기 게임 '크로스파이어'의 서비스를 둘러싸고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와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전체 매출의 40%에 달하는 크로스파이어의 서비스를 스마일게이트가 재계약을 거부하면서 네오위즈게임즈는 당장 매출에 손실이 불가피하다. 외부 개발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초기에는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생존 경쟁에 내몰리는 데에는 외산 게임의 선전과 모바일 게임의 부상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국산 게임이 주도하던 PC방 점유율에서 '디아블로3'ㆍ'리그오브레전드'등이 단숨에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성장동력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열풍으로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든 모바일 게임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도 주요인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 확대로 시장 주도권 잡기 분주
컴투스·게임빌 신작 출시 폭발적인 증가 추세

온라인 게임 업계에 위기감이 팽배한 것과는 달리 모바일 게임사는 급속하게 커지는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보급 확대로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은 확대일로다.

위메이드는 이달 말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게임센터에 모바일 게임을 공급한다. 일단 게임센터에 게임을 제공하면 카카오톡 가입자 5,000여만명을 단숨에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카카오톡 게임센터에 250억원을 투자하고 일찌감치 경쟁업체와 격차를 벌려놨다.

대표 모바일 게임업체인 컴투스와 게임빌은 모바일 게임 확산에 힘업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컴투스는 모바일 게임 '홈런배틀'ㆍ'타이니팜' 등의 인기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에만 21종의 신작 게임을 내놓고 절반가량을 소셜네트워크게임(SNG)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 자체 개발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가 개발한 게임도 유통하고 수익성 강화를 위해 주요 게임에 부분유료화 서비스도 도입하기로 했다. 컴투스의 게임 플랫폼인 '컴투스 허브'는 최근 전체 가입자 3,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게임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게임빌은 NHN이 운영하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 모바일 게임을 공급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위메이드가 카카오톡을 통해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자 공격적인 대응에 뛰어든 것이다. 라인은 일본을 비롯해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등에서 4,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진출이 늦었던 아시아 국가를 먼저 공략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게임빌은 올해 46종 이상의 신작 게임을 출시하고 지난해 400억원이었던 매출도 올해 65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게임업체의 한 고위 임원은 "앞으로는 모바일 게임 경쟁력이 바로 회사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에 모바일 분야에 일찌감치 집중한 게임업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이 게임업계 지각변동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