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현저히 높게 책정… SK C&C 부당지원

SK "SI 산업의 특성… 부당행위 근거 안돼" 반박
법적소송 등 모든 조치 검토

그룹들 보안상 이유로 전산시스템 자사에 맡겨

차기 총수 3세 지분율 높아 경영권 승계 '실탄' 의혹
"SK만을 노린게 아니다… 대선 앞두고 그룹 때리기?"

"마침내 올 것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SK C&C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로 SK텔레콤을 포함한 7개 계열사에 347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가리켜 나온 말이다. 이번 SK C&C 제재를 시작으로 일감몰아주기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SI업계가 줄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관계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SI업계는 차기 후계구도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터라 대선을 앞둔 공정위의 대기업 때리기가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과징금 347억원 부과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 등 SK 산하 7개 계열사가 시스템통합(이하 SI) 계열사인 SK C&C와 시스템 관리ㆍ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SK C&C를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총 346억6,100만원을 부과했다고 6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네트웍스, SK건설, SK마케팅앤컴퍼니, SK증권 등 7개 계열사는 SK C&C와 수의계약방식으로 장기간(5년 또는 10년)의 전산시스템 관리 및 운영과 관련한 IT서비스 위탁계약을 체결해왔다. 2008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SK C&C는 OS거래의 대가로 총 1조7,714억원을 지급받았다 이중 인건비와 유지보수비를 합한 총 지원성 거래규모는 1조1,902억원이었고 그중 인건비는 9,756억원이었다.

공정위 측은 SK 계열사들이 인건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운영인력의 인건비 단가를 현저히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SK C&C에게 부당이득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인건비 단가를 고시단가보다 낮게 정하는 것이 2008년 이후 변화된 거래관행임에도 고시단가를 거의 그대로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SK C&C가 특수관계가 없는 비계열사와 거래할 때 적용한 단가보다 약 9~72% 높은 수준이었고 다른 SI업체가 거래한 단가에 비해서도 약 11~59% 높았다.

공정위 배포자료에 따르면 SK 7개 계열사들과 SK C&C의 OS거래는 아무런 거래 없이 장기간 수의계약방식으로 이뤄져 SK C&C에 안정적인 수익원을 제공했다. SK 계열사들은 경쟁입찰 실시 등 거래상대방 또는 거래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체결할 수 있는 절차를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SK C&C에 현저히 유리한 거래조건을 충분한 검토 없이 수용해왔다. 이 같은 부당지원행위 결과 SK 7개 계열사는 손실을 보고 SK C&C와 그 대주주인 총수일가는 이익을 얻었다. SK C&C는 SK 지배구조상 최상위의 회사로 총수일가의 지분이 55%에 달한다.

반박에 재반박 점입가경

SI계열사인 SK C&C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공정위가 346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데 대해 SK는 강도 높게 반박했다. 공정위가 제재 근거로 제시한 내부거래, 수의계약 비중 등은 SI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부당지원 행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다.

SK는 8일 해명자료를 내고 "공정위가 SK 7개 계열사는 손실로 보고 SK C&C와 대주주는 이익을 얻었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부당한 지원이 아닌 정상적인 거래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또한 SK C&C에 대한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는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다한 인건비 지급과 관련해서도 "공정위는 2008년 이후 정부고시단가에 대한 할인이 업계 관행이므로 해당 단가를 적용한 인건비가 정상가격이 아니라 주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대부분의 SI업체들은 정부 고시단가를 적용하거나 심지어 그보다 높은 금액을 적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공정위 주장대로 SI업체들이 고시단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내부거래를 한다면 역지원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 측의 반박에 대해 공정위는 "2008년 이후 SK C&C와 비계열사 간 거래 및 다른 SI업체의 OS거래는 예외 없이 정부고시 단가를 큰 폭으로 할인하고 있음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그러나 SK C&C와 SK그룹 7개 계열사 간의 OS거래는 단 한 건의 예외도 없이 정부고시 단가를 거의 그대로 적용했다"고 반박했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전원회의에서 무혐의 결론 내렸다는 SK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SK그룹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를 바로 위법으로 본 게 아니라 SK C&C에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한 것, 즉 인건비와 유지보수료를 과다지급한 사실을 위법으로 본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초 공정위 심사관도 일감몰아주기를 독립된 부당지원혐의 행위가 아니라 위법성 입증을 보완해주는 정황증거의 하나로 봤던 것이라는 내용이다.

현재 SK는 법적소송 등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동원, 공정위 제재의 부당성을 적극 피력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올 것이 왔다" 반응

SI업계 최초로 SK C&C가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집단마다 자사 SI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왔던 것이 관행처럼 굳어진 탓에 공정위가 칼날을 여타 대기업들로까지 뻗을 경우 큰 희생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2일 발표한 하반기 정책 방향에서 "SI와 베이커리 분야에서의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집단들은 보안상 문제 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전산시스템 관리 업무를 자사 SI계열사에 맡기고 있다. 그룹 전체의 전산 관련 업무를 몰아주다 보니 SI계열사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연스러울 수 없는 상태다.

주간한국이 2011회계연도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5대그룹 또한 SI계열사에 상당 수준의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고 그 비중은 지난해 더욱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SI계열사인 삼성 SDS는 지난해 매출 3조9,525억원 중 73.8%에 달하는 2조9,152억원을 자사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2010년의 63%에 비해 10%p나 증가한 수치다. 반면 해외매출은 전체매출의 7.6%에 그쳤다.

현대차의 현대오토에버시스템즈도 지난해 6,682억원의 매출 중 89.2%인 5,965억원을 내부거래로 기록했다. 2010년의 79%와 비교하면 10%p 늘어났다. 해외매출은 전체의 6.1%에 불과했다. LG의 SI계열사 LG CNS도 내부거래 비중이 2009년 38.8%에서 2010년 45.5%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50%를 넘어섰다.

SK를 포함한 5대그룹 SI계열사 모두 심각한 수준의 내부거래를 해왔다는 것이 분명한 이상 SK C&C를 시작으로 SI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제제의 포문을 연 공정위의 날 선 칼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에서는 "SK C&C 이외의 SI업체에 대해서는 혐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라고 하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재벌개혁에 대한 분위기가 고조될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막대한 SI업계에 대한 제재는 언제라도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집단 SI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총수일가의 높은 지분율 때문이다. 특히 차기 총수 후보인 3세들의 지분이 탁월이 높아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확보의 차원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5대그룹 SI계열사의 지분현황을 보면 더욱 확실히 드러난다.

일가 지분율 높아 고민

삼성은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각각 삼성SDS의 지분 8.81%, 4.18%, 4.18%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의 현대오토에버 또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지분(20.1%)이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10.0%)의 두 배가 넘는다. 5대그룹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한화의 SI계열사인 한화에스앤씨의 경우 김승연 한화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50%), 김동원씨(25%), 김동선씨(25%)가 지분 전체를 독점하고 있다.

2, 3세가 어려 차기 총수 후보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는 총수 자신의 지분율이 높았다. SK C&C의 최대주주는 최태원 회장으로 38.0%의 지분을 갖고 있고 2대주주는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 1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 또한 신동빈 롯데 회장,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각각 7.5%, 4.0%, 3.5%의 지분을 지니고 있다.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문제될 소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위는 SK C&C를 지목한 이유에 대해 "SK만을 노린 표적조사가 아니다"며 "단순히 매출규모만이 아닌 총수일가 지분율, 영업이익률 등 여러 가지 객관적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전했다. 대기업집단 SI계열사들의 영업이익률이 대부분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이 새로운 과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5대그룹 SI계열사 관계자는 "SI업체의 경우 대기업집단마다 하나씩 있어 공정위가 마음 먹고 조사한다면 피해 갈 수 있는 곳이 없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논의가 높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우리도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는 방법은 '수의계약'


10대 그룹 지난해 계약 4987건 중 무려 85.3%인 4254건이 '내맘대로'

김현준기자

SI업계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공정위가 대대적인 제재에 나선 가운데 국내 10대그룹이 내부거래를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수의계약은 임대차, 하도급 등을 계약할 때 경매나 입찰을 거치지 않고 발주자가 거래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해 맺는 계약이다.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를 위해 비계열사 기업보다 월등히 유리한 거래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읽힐 수 있다.

재벌닷컴이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상위 10대그룹의 2011회계연도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계열사 간 체결한 거래계약 4,987건 중 85.3%인 4,254건이 수의계약이었다고 9일 밝혔다. 또한 수의계약으로 발생한 내부거래 매출은 132조9,793억원으로 계열사 간 내부거래 전체 매출 152조7,445억원의 87.1%를 차지해 대부분의 계열사 간 거래가 수의계약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등 수직계열화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수의계약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재계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의 경우 수의계약의 건수와 매출총액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계열사 간 거래계약 1,114건 중 수의계약이 1,079건으로 전체의 96.9%를 차지했고 계열사 간 전체 내부거래 매출 35조4,340억원의 93.3%인 33조606억원이 수의계약을 통한 매출이었다. 현대차 또한 계열사 간 거래계약 1,677건 중 수의계약이 1,832건으로 82.4%를 차지했고 수의계약 매출도 전체 내부거래 매출 32조2,290억원의 91.4%인 29조4,706억원에 달해다.

나머지 10그룹들도 계열사 간 수의계약 건수와 매출비중이 높았다. SK는 지난해 계열사 간 수의계약 비율이 89%(339건 중 355건)에 달했고 전체 매출에서의 비중도 90%(33조9,728억원 중 30조5,383억원)나 됐다. LG와 포스코도 각각 84.2%(355건 중 299건)ㆍ67.5%(15조4,829억원 중 10조4,551억원), 91.3%(378건 중 345건)ㆍ86%(114조8,980억원 중 12조8,051억원)를 기록했다.

원료 생산부터 제품 판매까지 나눠 맡는 수직계열화된 사업구조를 지닐 경우 수의계약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0대그룹의 경우 수직계열화와 무관하게 광고, 물류, SI 관련 계열사들이 그룹 안에서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주고받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이런 관행을 없애고자 공정위가 경쟁 입찰을 확대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모범기준을 이달부터 시행했지만 이번 조치로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