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진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단행됐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검사 7명을 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검찰 고위간부 38명에 대한 승진·전보인사를 18일자로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작년 8월 취임한 검찰총장 재임 중 단행되는 두번째 간부 인사로,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급 승진 인사만 7명에 이른다.

검사장 승진자는 서울고검 이명재 형사부장(법무부 인권국장), 김영준 공판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박민표 송무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공상훈 대전지검 차장(성남지청장), 오광수 대구지검 1차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김진모 부산지검 1차장(서울고검 검사), 이창재 광주지검 차장(안산지청장) 등이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대검 중앙수사부장, 대검 공안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소위 '검찰 빅 4'를 비롯한 주요 보직과 법무부 차관, 대검 차장을 포함한 고검장들은 전원 유임됐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TK 출신 인사 2명과 김진모 검사의 승진이다. 충북 청주 출신의 김 신임 검사장은 책임감이 강하고 인화력과 통솔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상대
이번 인사에서 김 검사장의 라이벌은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차장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에 놀라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김 검사장의 임명은 여러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일부에서는 이번 인사가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한 정치 수사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 배경은 이렇다. 윤 차장은 검찰총장 '라인'으로 꼽힌다. 김 검사장은 법무부 장관이 신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이번 인사는 권 장관의 힘이 한 총장의 힘을 눌렀다는 게 검찰 주변의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인사를 두고 한 총장과 권 장관의 미묘한 힘겨루기가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윤 차장은 특수부수사를 지휘했다. 그가 한 총장 라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한 총장은 특수부수사의 전권을 쥐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윤 차장이 검찰 사상 유례 없이 차장 연임을 하게 된 것을 두고도 여러 말들이 나왔다.

이번 인사는 이상득 정두언 박지원 세 거물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과정에서 단행된 것인 데다 인사 배경도 미묘해 향후 검찰 수사의 방향이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검사장이 청와대 민정 2비서관 출신이라는 점도 공교롭다.

민주통합당은 민간인 불법사찰과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권 장관에 대해 해임결의안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런 권 장관이 이번 인사에 영향력을 끼쳤다면 이는 일종의 무리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권 장관은 왜 무리를 해야 했을까. 이를 두고 추측이 분분하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정권 막바지에 MB측근 비리 수사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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