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와 단속 무마 등을 위해 검찰에 금품로비를 벌인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룸살롱의 수사 확대에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사진은 압수수색을 받은 룸살롱. 주간한국 자료사진
검찰이 탈세와 단속 무마 등을 대가로 경찰에 금품로비를 벌인 혐의로 최근 국내 최대 규모의 룸살롱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해 주목을 끌었다. 검찰은 앞으로 경찰과 유착 의혹이 있는 모든 유흥업소를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경찰과 유흥업계가 마른 침을 삼키고 있다.

검찰의 유흥업소 수사와 관련해 유흥업소 주변에서는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업소를 이용하는 손님들 중 유력 인사가 포함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문이 그 근거다.

또 대형 유흥주점 이권에 정치권과 재계 유력인사가 관여하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 검찰은 이 같은 소문들을 일축하고 있지만 문제의 업소를 이용한 VIP 인사 가운데 재계ㆍ정치권 인사가 포함된 것은 사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최대 룸살롱의 실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회종)는 지난 5일 오후 9시 30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 S호텔 내 O룸살롱에 검사와 수사관 50여 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 매출 장부와 신용카드 전표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은 다음날 새벽 3시를 넘어서까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근처에 있는 이 업체의 '아지트'(비밀 사무실) 3, 4곳도 덮쳐 관계자 10여 명을 임의동행 방식으로 연행해 조사했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이 일단 겉으로는 오랜 룸살롱 비리 내사의 결과로 보인다. 이른바 '룸살롱 황제'로 잘 알려진 이경백(40ㆍ구속수감)씨와 이씨에게서 돈을 받은 경찰관들로부터 "O룸살롱의 실소유주 김모씨가 정기적으로 경찰에 금품을 상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수개월 전부터 광범위한 내사를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S호텔 지하 1층에서 지하 3층까지 모두 사용하는 이 룸살롱은 밤이면 업소를 찾는 차량들이 쉴새 없이 드나들어 업계에서는 '최고'로 꼽힌다. 룸 개수가 180개에 이르고 여성 접대부도 4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최대 손님은 1,000여 명 선에 이르러 규모뿐 아니라 매출도 국내 최대 규모 룸살롱으로 통한다.

<주간한국>은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전, 이 룸살롱에 대해 잘 아는 이와 함께 직접 찾아가 봤다. 그날 밤 9시쯤, 이 업소 입구는 한 치의 틈도 없이 빽빽이 주차된 차량과 업소를 찾는 손님들, 그리고 안내하는 종업원들이 뒤엉켜 마치 새벽시장을 방불케 했다.

이 업소를 처음 찾는 사람은 입구에서부터 당황하게 된다. 안내원의 까다로운 질문공세 때문. 입구에 들어서려고 하자 안내원은 재빨리 다가와 길목을 막고 서서는 "무슨 일로 왔느냐" "아는 종업원이 있냐" "예약을 하고 오는 것이냐"등등 질문을 쏟아낸다. 그리곤 손님으로 판단되어야 입장을 허락한다. <주간한국>이 이 업소를 잘 아는 이와 동행한 이유다.

업소 안으로 들어가면 손님에 따라 지하 2층 또는 지하 3층으로 안내한다. 이 업소의 손님은 두 부류로 나뉜다. 여종업원들과 술만 마시다 가는 손님과 술 마신 후 2차를 나가는 손님이다.

2차 손님의 경우 사전에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여종업원이 2차가 가능한 2차 전문 종업원과 그렇지 않은 종업원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2차를 나갈 경우 두 시간 가량 룸에서 술을 마시다 손님이 먼저 호텔방으로 올라가면 10여분 뒤 룸에서 파트너였던 여종업원이 방으로 찾아오는 시스템이다.

업소와 연결돼 있는 호텔로 올라가 보니 접대를 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복도에는 여종업원들이 쉴새 없이 이 방 저 방을 들락거린다. 2차 접대의 매출이 이 업소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수사에 떠는 사람들

검찰과 유흥업소 주변에서는 기업 관계자들이 이 업소를 주로 이용한다고한다.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는 '접대의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단다. 관공서 등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이 업소는 유명하다. 기업 관계자들이 공무원들을 접대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업소는 S호텔 지하1층~지하3층을 사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지하 3층이 김 대표의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어 이 업소의 수입금액을 분산하기 위한 위장사업자로 등록했을 가능성이 짙다.

재미있는 것은 이 업소의 이권과 실소유주에 대한 이야기. 이 업소의 대표는 김모씨로 여성이다. 검찰은 김씨가 일명 '바지사장'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업소의 실소유주는 또 다른 김모씨로, 그는 김 대표의 남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신의 아내를 '바지사장'내세우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세컨드'가 아닐까 추측하기도 한다.

또 이 업소의 이권에 여러 세력이 집결해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단일 사업자가 이 같은 대형 룸살롱을 운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업소가 최대 규모로 공공연하게 2차 접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속기관의 단속을 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속기관의 묵인이 있었으리라 추측된다. 특히 그 내막에는 막대한 로비자금이 오갔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또 단속을 피할 수 있었던 배경에 로비자금 외에 다른 요인도 있었을 것으로 검찰과 업계는 보고 있다. 이 업소 이권에 연결된 이들 가운데 고위 공직자 또는 거물급 인사가 있다는 소문 때문이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들로는 고위 공직자인 A씨와 재계 인사인 B씨, 그리고 재벌 2세인 C씨 등이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업소의 실제 주인인 김씨의 주변 관계를 파악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소 외에 유력인사의 이권 개입 소문이 나고 있는 업소는 강남에만 두 군데 더 있다. 논현동에 위치한 D업소가 그중 하나다. 이 업소는 기업인들 뿐 아니라 공직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곳이다.

접대를 하거나 받아 본 이들 중 이 업소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이 업소에서 2차 서비스를 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업소는 매우 비싸기 때문에 VIP 고객만 상대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 업소는 재벌 2세 두 명이 실질적으로 이권에 관여하고 있으며 기관을 상대로 로비도 적지 않게 하고 있다.

검찰의 전격적인 룸살롱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수사에 경찰이 반발하면서 검ㆍ경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검찰 수사를 경찰에 대한 표적수사라며 검찰의 룸살롱 관련 비위도 공개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의도를 왜곡하지 말라고 공세를 높이고 있다.

경찰은 룸살롱 황제 이경백씨에게 금품을 챙긴 뒤 단속정보를 제공하거나 처벌을 완화해준 혐의 등으로 전ㆍ현직 경찰 10여명이 구속됐는데도 검찰이 또다시 수사에 나선 것은 검ㆍ경 수사권 독립을 막기 위한 의도적인 '경찰 죽이기'의도가 다분하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수사가 이씨 조사 과정에서 O룸살롱의 조직적인 상납 정황이 포착되면서 자연스레 이뤄진 만큼 어떤 의도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