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계열사를 지닌 중견기업으로 모그룹에서 분리돼 나온 지 13년 만에 23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그룹으로 훌쩍 커버린 회사가 있다.

같은 기간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어났고 시가총액은 무려 15배 이상 증가했다. 짧은 시간 동안 괄목상대한 발전을 거듭해온 회사는 바로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 형제경영의 한 축인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은 32세의 어린 나이에 그룹 총수 자리에 올라 분투해온 형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을 옆에서 보필하며 국내 유통업계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입사 4년 만에 CEO에 올라

정교선 부회장은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삼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현재 현대백화점을 이끌고 있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동생이다.

1974년생으로 올해 38세인 정 부회장은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현대백화점 부장으로 입사한 정 부회장은 2005년과 2007년 각각 기획조정본부 기획담당 상무와 전무를 거치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2008년 마침내 부사장에 올랐다.

기획조정본부에서 경영수업을 마친 정 부회장이 처음으로 회사의 대표직을 맡게 된 것은 2009년이었다. 정 부회장은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사장 겸 그룹전략총괄본부장(사장)으로 임명되며 경영 일선에 첫발을 디뎠다. 입사한 지 불과 4년 만에 최고경영자에 오른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 형인 정지선 회장과 함께 본격적인 형제경영을 시작했다.

현대홈쇼핑 실적 수직상승

2009년 정 부회장이 처음으로 대표이사를 단 이후 현대홈쇼핑은 승승장구했다. 정 부회장 취임 첫해 현대홈쇼핑은 매출 5,157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 당기순이익 95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4,140억원, 영업이익 859억원, 당기순이익 591억원에 불과했던 2008년 실적과 비교하면 각각 25%, 40%, 62% 증가한 규모다. 불황으로 인한 실적 부진 우려 속에서 얻은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다.

정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기간 동안 현대홈쇼핑의 실적 상승세는 계속됐다. 2010년에는 매출 5,765억원, 영업이익 1,334억원, 당기순이익 1,277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각각 7,114억원, 1,523억원, 1,425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현대홈쇼핑의 호실적 배경에는 정 부회장의 젊은 감각과 패기가 꼽혔다. 온라인쇼핑몰을 비롯해 인터넷TV,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모바일쇼핑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도입, 사업전개가 빨라졌다는 평이다.

정 부회장은 호실적을 거듭하던 현대홈쇼핑을 2010년 9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경쟁사인 GS홈쇼핑, CJ오쇼핑 등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현대홈쇼핑이 코스피행을 택한 것도 정 부회장 특유의 자신감과 추진력 덕분이었다는 평가다. 또 다른 후발주자인 롯데홈쇼핑, 농수산홈쇼핑, 홈앤쇼핑 등은 아예 상장하지 않은 상태다.

현대홈쇼핑의 코스피 상장으로 정 부회장 또한 상당한 시세 차익을 거뒀다. 상장 전 주당 장부가액이 4만원에 불과했던 현대홈쇼핑은 9만원으로 공모가가 책정, 현재 9만8,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최대주주로 약 119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던(지난해 9월 4만7,000주 매각) 정 부회장으로서는 약 690억원의 차익을 거둔 셈이다. 2010년과 2011년 각각 1,000원, 1,1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하면서 20억원이 넘는 배당금 또한 챙길 수 있었다.

계열분리 멀지 않아

정교선 부회장의 승진으로 현대백화점이 사실상 형제경영 체제로 자리를 완전히 굳히면서 계열분리설이 또다시 부각되고 있다.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이 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계열분리에 알맞게 나눠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현대백화점은 총 3개의 고리를 통해 순환출자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현대쇼핑의 지분 100%를 갖고 있고 현대쇼핑은 현대A&I의 지분 21.34%를, 현대A&I는 현대백화점의 지분 4.1%를 보유함으로써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현대백화점'의 고리가 형성되고 현대쇼핑이 현대그린푸드의 지분 7.76%를 보유하고 현대그린푸드는 현대 A&I의 지분 10.41%를 지님으로써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A&I→현대백화점'의 고리도 형성된다.

정 회장은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하는 회사들의 지분을 대부분 보유, 강력한 그룹 지배력을 지니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1분기 보고서 기준으로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의 지분 16.8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A&I의 지분 52.05%와 현대그린푸드의 지분 12.67%도 갖고 있다.

반면 정 부회장은 순환출자 계열사 현대그린푸드의 지분 15.28%만을 보유하고 있다. 대신 정 부회장은 현대홈쇼핑의 지분을 9.51% 지니고 있다. 현대백화점(15.80%), 현대그린푸드(15.50%)에 이어 개인주주로서는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정 부회장 외에 총수일가의 지분은 전혀 없다.

확연하게 나뉜 지분구조 탓인지 재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정 회장이 백화점 부문을 갖고 정 부회장이 홈쇼핑과 식품 부문을 맡는 것으로 분가하지 않겠냐는 전망을 해왔다. 정지선 회장이 지니고 있는 현대그린푸드 지분(12.67%)과 현대그린푸드의 현대백화점 지분(12.05%)을 상호 정리, 계열분리를 이룰 날이 머지않으리라는 내용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강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대표적 사안이 순환출자구조인 이상 쌍방간의 지분정리를 통해 일거양득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측은 공동경영의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나이가 젊은 데다 사업 부문의 독립성을 감안한다면 장기적으로 계열분리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