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이 롯데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롯데그룹은 재계에서 '이명박(MB)정권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통한다. 실제 롯데그룹은 현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았다. 잠실 제2롯데월드의 건축 허가가 대표적이다. 국방부의 반대에 10년째 엄두도 못 내던 이 사업은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MB정부의 말 한마디에 신축허가가 났다.

부산롯데월드도 마찬가지다. 부산시장과 시가 나서 사업 허가를 내주며 길을 터줬다. 롯데의 맥주사업 진출도 MB정권의 지지를 받았다. 롯데호텔의 면세점 사업 역시 특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처럼 롯데그룹은 지난 4년여 동안 정부의 특혜에 가까운 수혜를 받으며 승승장구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국세청부터 중소상인에 이르기까지 롯데그룹을 사정없이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인 상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은 이유다.

공정위 철퇴에 국세청 조사

먼저 공정위. 공정위는 지난 19일 롯데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6억4,900만원을 부과했다. 롯데가 이른바 '통행세'를 물리는 방법으로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다. '통행세'와 관련한 공정위 제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동빈 회장
문제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서비스 업체인 롯데피에스넷이 2008년 국내 ATM제조업체로부터 ATM 1,500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매입과정에서 ATM과는 전혀 관계없는 롯데알미늄(전 롯데기공)을 끼워 넣은 것이다.

롯데알미늄은 ATM제조사로부터 기계를 사들였고, 이를 롯데피에스넷이 웃돈을 주고 구매했다. 이런 방법으로 롯데알미늄은 앉은 자리에서 41억5,100만원에 달하는 이익을 챙겼다.

공정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재무상태가 좋지 않았던 롯데알미늄을 측면지원하기 위해 이런 매매 방식을 직접 지시했다.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또 롯데마트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6일롯데마트 본사에 조사 인력을 투입해 납품업체 장부 등 영업 관련 서류를 압수했다.

공정위는 조사의 목적에 입을 다물었다. 다만 업계에선 판매수수료 등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 혐의와 관련한 조사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공정위가 이런 혐의와 관련해 지난 5월과 이달초 홈플러스, 이마트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뿐 만이 아니다. 국세청도 롯데를 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은 계열사인 롯데캐피탈이다. 국세청은 지난달 조사원들을 롯데캐피탈 본사에 파견해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조사의 이유 역시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이번 롯데캐피탈에 대한 세무조사는 국세청이 지난 5월 롯데그룹 오너일가를 대상으로 주식변동조사를 실시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착수된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숙원사업 골프장 빨간불

여기에 믿었던 행정부처 마저 등을 돌렸다. 이에 따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계양산 골프장 건립 사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롯데건설은 총 사업비 1,100억원을 들여 계양산 72만여㎡ 부지에 12홀 규모 골프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그리고 2009년 10월 인천시로부터 체육시설로 쓸 수 있는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받았다.

환경단체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롯데는 꿈쩍도 않고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골프장 건설은 돌연 백지화로 방향이 틀어졌다. 골프장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내건 송영길 인천시장이 취임하면서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지난 4월 30일 롯데건설의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위한 도시관리 계획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을 고시했다. 또 롯데건설이 인천시 계양산 골프장 건설계획 백지화 방침을 철회해 달라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제기한 행정심판 청구 역시 지난달 28일 기각됐다. 사실상 사업이 무산된 셈이다.

중소상인들, 압박 전면전

심지어 롯데그룹은 중소상인들의 첫 번째 불매운동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자영업자 200만명과 직능 소상공인 단체 소속 600만명은 롯데그룹 제품을 무기한 불매하는 운동에 돌입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도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중소상인들은 스카치블루 외에 처음처럼, 아이시스, 펩시콜라, 칠성사이다 등 9개 롯데 제품을 불매 대상으로 정해 판매 금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중소상인들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준수와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 수용 등을 압박하기 위해 전면전에 나섰다. 이들이 유독 롯데를 표적으로 삼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정ㆍ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 동반성장, 상생 등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 때문이다.

이처럼 MB정권 최대 수혜기업으로 지난 4년여 간 급성장을 해 온 롯데그룹은 현재 최대 위기에 맞닥뜨렸다. 그렇다고 임기 말인 현정부에 기대기도 어려운 상황. 자칫 역풍을 맞을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더욱 그렇다. 당연히 신 회장으로선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은 현 시국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