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홈플러스 성장의 일등 공신이다. 1999년 초대 CEO로 취임한 이후 연매출을 매년 1조원씩 급성장시키면서 홈플러스를 창립 3년 만에 업계 12위에서 2위로 올려놨다. 또 2008년 홈에버를 시작으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테스코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홈플러스의 성공신화는 2005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소개된 바 있다. 또 한국 홈플러스의 매장 운영 방식이 영국 본사에 역수출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타이완, 말레이시아에서도 벤치마킹 사례가 됐다.

이처럼 이 회장은 발군의 경영능력을 뽐내며 유통업계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요즘 그런 이 회장의 리더십이 빛을 바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동반성장이나 상생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음에도 이에 역행하는 경영을 펼치며 기업 이미지에도 흠을 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매출 위해 도 넘은 꼼수도

홈플러스는 그 동안 상생에 역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상생이 재계의 화두로 자리 잡았음에도 아랑곳 않고 골목 구석구석을 잠식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한 회장
문제는 홈플러스가 사업확장을 위해 각종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는 평가다. 소상공인들의 눈을 피해 야간에 기습 개점하는 식의 행태가 대표적인 예다. 또 SSM 개점을 반대하는 소상공인들을 소송하는 등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365플러스편의점'이라는 이름으로 편의점 가맹 사업에 진출한 것을 두고서도 꼼수 논란이 일었다. 당시 홈플러스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사업 모델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달랐다. 편의점은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유통산업발전법' 등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형태일 뿐 SSM과 다르지 않다는 게 중소상인들의 견해다.

홈플러스는 또 지난 4월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서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 휴무와 심야영업 제한 등이 시행된 당시에도 편법을 동원해 규제를 피하려 했다. '대형마트'로 등록돼 있던 주요 지역 점포들을 '쇼핑센터'로 변경한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홈플러스는 "매장과 함께 입주된 쇼핑센터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소상인들은 이를 유통산업발전법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로 해석하고 있다.

동반성장지수 낙제점

이처럼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한 결과 홈플러스는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 56개사를 대상으로 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낙제점 성적표를 받았다. 최하 등급인 '개선' 판정을 받은 것이다. 유통기업으로선 홈플러스가 유일하다.

그러잖아도 홈플러스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는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서울시의 권고를 무시한 채 SSM을 개점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남서부슈퍼마켓협동조합은 지난달 27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천왕점에 대한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다음날인 28일 서울시는 홈플러스 천왕점에 대해 영업개시 일시 정지를 권고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별도의 이의신청 없이 지난 12일 개점을 강행했다.

이 회장 의중 반영된 결과?

홈플러스의 도 넘은 사세 확장에 대한 중소상인들의 원망은 이 회장을 향해 있다. 홈플러스의 상생을 외면하는 행태가 이 회장의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장은 정부의 중소상생 정책에 적잖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열린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경영 운동' 기자간담회에서 한 이 회장의 발언에서도 엿보인다. 당시 이 회장은"한국 경제는 수박과 같아서 겉은 파랗지만 잘라보면 빨갛다"며 유통업계 규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정부가 기업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시장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회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재계 관계자는 "근래 정부가 워낙 상생을 강조하고 있어 유통업계 전체가 바짝 엎드려 눈치를 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행보는 자칫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