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띄운 초대형 '갤럭시S 3' 열기구. 주간한국 자료사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성화봉송을 하면 1마일당 1파운드를 대신 기부해 드립니다."(영국현지 삼성 호프 릴레이) "오천만 국민의 성원을 한국음악으로 응원합니다."(기아차 오성과한음) "축구팀의 8강을 우대금리로 응원합니다."(하나은행 오필승코리아적금)

런던올림픽 특수를 겨냥한 우리 기업들의 마케팅 열기가 뜨겁다. 올림픽은 기업들에게 전 세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효율적인 무대로 각광을 받고 있어서다. 올림픽 기간 동안 하루 평균 13억명이 올림픽 중계를 시청한다. 기업들이 마케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국내 대기업들의 런던 올림픽 특수에 대한 기대감은 적지 않다. 실제, 최근 국내 대기업 10곳 가운데 6곳은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확대·매출신장 찬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최근 국내 매출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우리기업의 스포츠마케팅 실태와 향후 과제'를 조사한 결과, 런던올림픽 특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세계경기가 좋지 않지만, 올림픽특수가 있을 것이다'는 응답이 60.9%로 나타났다.

런던올림픽 연계마케팅을 펴겠다는 기업도 34.8%로 지난 2002년 국내에서 열린 한일월드컵(19.7%)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27.3%)때보다 연계마케팅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는 "최근 유로존 위기로 지구촌의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올림픽 반짝 특수가 기대되고 있다"며 "국내기업들이 불황기에 비용절감 대신 런던올림픽을 활용해 스포츠마케팅을 펼침으로써 시장확대와 매출신장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런던올림픽 연계마케팅을 펴는 기업의 57.1%는 '시청자의 시선이 런던올림픽에 쏠릴 것인 만큼 언론매체를 통한 제품 및 기업광고를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또 '한국팀 선전 시 경품을 지급할 것'이라는 응답도 23.8%로 나타났다.

이밖에 '스포츠스타 출연 광고 송출'은 19.0%, '선수단 성적이 오르면, 마케팅 지출을 더 늘리겠다'는 기업도 38.9%에 달했다.

기업이미지 향상 기대

올림픽마케팅으로 기대되는 혜택에 대해 기업들은 '기업이미지 향상'(71.4%), '기업이미지 향상 및 매출증대'(23.8%)를 가장 높이 꼽았다.

국내 대기업들이 활용하는 스포츠마케팅의 방법으로는 '선수 또는 팀에 대한 스폰서십 후원'(69.7%)이 '스포츠를 활용한 광고제작'(37.9%)보다 많았다. 주요 후원대상은 '국내스포츠팀'(74.5%), '축구 K-리그, 골프 KPGA 등 스포츠이벤트'(25.5%), '국내 스포츠선수'(29.8%)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런던올림픽에는 SK텔레콤의 수영선수 박태환, KT의 사격선수 진종오, 삼성전기의 배드민턴선수 이용대, 한국가스공사 유도선수 차동민, 대한항공 탁구선수 김경아 등을 비롯해 100대 기업 가운데 21.2%가 후원하는 선수들이 출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종 최다경비 투입

기업들이 가장 많이 후원하는 스포츠는 축구인 것으로 집계됐다. '후원 중인 스포츠는 어떤 종목인가'를 묻는 질문에 기업들은 축구(33.3%), 야구(28.8%), 골프(22.7%), 농구(15.2%) 순으로 응답했다.

스포츠마케팅에 지출하는 비용은 전체 마케팅 경비의 5.0%로 조사됐다. 특히, 제품판매를 주업으로 하는 유통업종은 마케팅 경비의 9.3%를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건설업종도 7.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종갑 대한상의 조사2본부장은 "유로존 위기로 세계경기가 불황국면에 접어들면서 가계소비심리와 기업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지구촌의 대축제인 런던올림픽이 소비를 진작하고 경제활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투자보단 시청'… 증권업계엔 악재


송응철기자

국내 대부분 기업들은 올림픽 특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증권업계는 역대 대회의 코스피 추이와 올해 여건상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전망이다.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올림픽이 열리는 해엔 매번 코스피가 하락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지속됐다. 당시 코스피는 전년말보다 26% 내렸다. 시드니 올림픽이 열린 2000년 코스피는 전년의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베이징올림픽이 열린 2008년에는 40% 하락했다.

"올림픽과 거래량의 반비례 관계를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증권계의 공통된 견해다. 올림픽이란 스포츠 이벤트는 생산이나 투자 활동보다는 일종의 휴가처럼 소비 활동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기간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보다는 올림픽 시청에 관심을 기울인 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는 최근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올림픽 기간에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 2008 베이징 올림픽 1개월 전 4조6,000억원이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개최 기간 3조8,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런 현상은 월드컵 등 주요 스포츠 행사 때마다 빠짐없이 나타났다.

이와 관련,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올림픽이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기대감을 낮추는 대신, 일부 수혜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