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지주회사인 정석기업·대한항공이 핵심
7개의 순환출자고리 중 ㈜한진으로 이어지는 계열사 출자고리만 끊으면 해결
해소에 500억원 소요

10대그룹의 지배구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모든 주주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만큼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주식회사의 본래 의미가 무색하게 10대그룹 총수들은 1%도 채 못 되는 지분으로 그룹의 전체 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하며 최대한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 총수들 자신의 지분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지만 인수ㆍ합병과 기업분할 등의 방법으로 내부지분율을 높여가며 그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주간한국>에서는 10대그룹 총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지 차례로 짚어본다.

총수일가 지분율 하락폭 커

조양호 한진 회장은 10대그룹 총수 중에서는 가장 많은 2.58%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10대그룹 총수 중 가장 높은 총수지분율이지만 지난해와(3.09%) 비교하면 0.51%p나 줄어들었다. 조 회장의 2~6촌 이내 혈족과 1~4촌 이내 인척을 포함한 친족 지분율은 2.56%로 역시 지난해보다(3.24%) 0.68%p 급락했다.

조 회장과 친족들 지분율을 합한 총수일가 지분율이 6.33%에서 5.14%로 1.19%p 줄어들 동안 한진의 계열사 지분율은 37.91%에서 38.60%로 0.69%p 늘어났다. 그러나 총수일가 지분율의 하락폭이 워낙에 큰 데다 기타 동일인 관련자들의 지분율 또한 5.67%에서 4.85%로 0.82%나 대폭 감소한 탓에 전체 한진의 내부지분율도 49.91%에서 48.60%로 1.31%p 하락했다. 한진의 내부지분율은 10대그룹 중 최저수준이다.

조 회장은 한진 계열사 중 정석기업(27.2%), 에어코리아(25.0%), 한진관광(11.9%), 대한항공(9.5%), (주)한진(6.9%), 유니컨버스(5.0%), 한진정보통신(0.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조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총수지분율이 가장 높은 데다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정석기업과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이다. 양사는 모두 한진의 환상형 순환출자구조(이하 순환출자구조)의 핵심고리를 이루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룹의 후계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와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는 정석기업과 대한항공의 지분을 각각 1.3%, 0.1%씩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의 세 자녀가 그룹 지배구조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동일하게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후계구도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지배력 돕는 건 정석기업

한진은 총 7개의 순환출자고리를 지니고 있다. 이들 순환출자고리는 모두 '대한항공→기타 계열사(1~3단계) →(주)한진→대한항공'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대한항공→정석기업→(주)한진→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고리다. 대한항공은 정석기업의 지분 26.0%를 보유하고 있고 정석기업은 (주)한진의 지분을 18.0% 지니고 있다. 그리고 (주)한진은 다시 대한항공의 지분 9.7%를 보유하고 있다.

7개 순환출자고리의 중심축을 이루는 것은 대한항공이지만 조양호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돕는 것은 정석기업이다. 조양호 회장이 27.2%라는 높은 지분을 지니고 있는 데다 주요 고리인 (주)한진의 지분을 상당 수준 확보하고 있는 까닭이다.

한진의 지배구조에는 그룹 전체와 동떨어진 계열사들도 존재해 눈길을 끈다. 바로 한진해운홀딩스를 정점으로 하는 한진해운 계열사들이다. 한진해운은 사실상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한항공(16.7%), 한국공항(10.7%) 등이 한진해운홀딩스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지배구조상으로는 한진에 속해 있다.

조양호 회장의 셋째 동생인 고 조수호 회장의 부인 최은영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진해운은 2010년부터 2년에 걸쳐 지주회사 전환도 끝냈고 사실상 계열분리를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한진 계열사들의 한진해운홀딩스 지분만 처분되면 바로 계열분리가 가능한 셈이다.

경영권 방어 큰 문제 없어

한진의 경우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선 (주)한진으로 가는 계열사들의 순환출자 고리만 끊으면 된다. 정석기업(18.0%), 한진관광(1.4%), 한국공항(2.2%)이 보유하고 있는 (주)한진의 지분만 처분하면 되는 것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대규모 기업집단의 순환출자 현황 및 지분가치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한진의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는데는 약 500억원 이하의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상장회사인 (주)한진의 경우 계열사들이 지분을 처분하더라도 조양호 회장 및 총수일가, 계열사들이 여전히 31.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어 경영권 방어에는 큰 문제가 없을 예정이다.

다만 정석기업에 대한 조 회장 및 친인척의 지분이 44%에 이르는 까닭에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할 때 정석기업에 대한 계열사 출자지분을 매각한다면 지배주주 등의 정석기업 지분이 50%에 미달하므로 추가로 6.1%의 지분을 취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 170억원 내외의 추가 취득예상가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