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 주자인 김영환(왼쪽부터), 김정길, 문재인, 김두관, 박준영, 정세균, 손학규, 조경태 후보가 지난달 28일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제2전시장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예비후보 합동연설회에서 함께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신발끈을 단단히 조이고 있다. 민주당은 런던올림픽이 끝나는 13일 이후 당력(黨力)을 본경선에 집중하겠다는 계산이다.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본경선은 오는 25일 시작해서 내달 23일(결선투표 성사 시) 종료된다.

명실상부한 제1야당의 대선 본경선인 만큼,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흥행을 극대화해서 '그들만의 리그' 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본선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민주당의 고민은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여실히 입증된다. 지난달 24, 25일 한길리서치가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려 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29.6%) ▲안철수 원장에게 너무 의존한다(18.1%) ▲대통령감이 없다(16%) ▲친노 노선이 너무 강하다(9.5%) 라고 답했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흥행 전략' 수립에 부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통합당의 '흥행 전략'은 장외의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염두에 두고 마련됐다.

민주당의 '흥행 전략'은 '안철수 대해 무관심과 무방어로 나가자'로 요약된다. 적어도 본경선 기간 동안에는 안 원장에 대해 관심도 두지 말고, 안 원장에 대한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를 방어해줄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대학교 대학본부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주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경선 흥행을 위해 안철수 원장과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한마디로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관계를 설정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안 원장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삶의 궤적이나 가치관 등이 야권과 맥을 같이하느냐는 논란을 떠나 안 원장은 자연스레 범야권의 후보 중 한 명이 됐다. 이제는 야권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안 원장이다.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민주당의 예비경선은 흥행 면에서 실패에 가까웠다. 1차 예선에 불과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스토리'를 갖춘 7명의 주자가 뛰어들었음에도 경선은 '그들만의 잔치'로 그쳤다.

2012 런던올림픽 개막의 영향도 적지 않았지만 그보다는 안 원장의 책 출간과 SBS 오락프로그램 출연에 민주당 예비경선이 가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민주당이 예비경선을 통해 얻은 교훈도 여기에 있다. 이제는 제1야당의 본경선인 만큼 안 원장을 화제의 중심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른바 '무관심 전략'이다.

민주당 신뢰감 회복 급선무

민주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경선에서 흥행 효과를 극대화하고 나아가 폭발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민주당 독자적으로도 얼마든지 훌륭한 후보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 명색이 제1야당인데 안철수 타령은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전' 쪽으로 무게가 기운 듯한 안 원장이라고는 하지만 민주당의 본경선 기간에는 출마 선언을 하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실상 양측은 한 배를 탄 운명이고, '동지'의 집안 잔치 때 딴죽을 거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안 원장이 민주당 예비경선 때 책을 내고 방송에 출연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그의 출마 선언이나 또 다른 이벤트가 본경선 기간에 전격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정치판은 시베리아 벌판인데 (안 원장이) 팬티 한 장 입고 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춥다고 집에 들어가 버리면 안 되니까." 검증 폭풍이 몰아칠 경우 과연 안 원장이 버틸 수 있겠냐는 것이다.

친이(친 이명박)계인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6일 "최근 안철수 교수의 행적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고 포문을 연 뒤 "이것들이 모두 재벌과 관련된 문제로 과거에는 친재벌적 행태를 보였다가 지금은 반재벌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안 원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심 최고위원은 이어 "재벌 회장 구명에 나섰고, 로또 국민은행 사업에 KLS 컨소시엄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간만 본다고 해서 간철수, 간잽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고 맹폭을 이어갔다.

여당도 '안철수 때리기'

안 원장의 최근 행보가 사실상 대선 출마로 굳어지는 듯하자 새누리당은 안 원장을 '적군'으로 규정하고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전에 새누리당은 조심스러운 관망 속에서 내심 안 원장과의 연대도 기대했다.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그간 안 원장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소 앞서나갔다. 하지만 지난달 안 원장의 책 출간과 오락프로그램 출연 이후 전세가 역전되는 등 혼전 양상으로 변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위원장의 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철수 때리기'에 새누리당이 계파를 초월해서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전 위원장의 복심(腹心)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안 원장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대선주자에게 그런 정도는 먼지다. 검증 축에도 끼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더 큰 '검증 폭탄'을 예고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그러나 담담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여권의 안철수 때리기'가 격화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본경선이 끝날 때까지는 '무방어 전략'을 고수하기로 했다.

민주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안 원장에 대한 검증 공세는 거세지고 혹독해지겠지만 당 차원에서 안 원장을 방어한다는 것도 어찌 보면 어색한 일"이라며 "당 입장에서 안 원장은 연대의 대상이자 극복의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① 안철수-문재인 연대 가능성
② 민주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


● 정권교체 2개 시나리오

최경호기자

대선을 4개월 앞둔 시점에서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정권 교체 시나리오는 '안철수 변수'와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여당 후보로 누가 나오든 여야간 1대1 맞대결 구도만 형성된다면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물론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첫째 시나리오는 민주당 후보가 안 원장과의 후보단일화 과정을 통해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하는 경우다. 즉 안 원장이 독자 출마를 하지 않고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와 '단일화'과정을 거쳐 여기서 이긴 민주당 후보가 야권의 최종 대선후보로 나서는 것이다.

이는 2002년 대선 때의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과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가을까지도 지지율이 10%대 중반에 머물렀고 당내에서는 후보 교체론이 거세게 일었다. 그 사이 정몽준 의원은 한일월드컵 열풍에 힘입어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그러나 11월 야권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는 노 후보가 정 의원을 누르고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대중적 인기는 정 의원이 높았지만 노 후보는 정당 특유의 결집력과 응집력을 등에 업었다.

민주당의 전략통인 한 의원은 "현재는 안 원장의 지지율이 민주당 어느 후보보다 높지만 막상 후보단일화 과정에서는 민주당의 응집된 표가 당 후보에게 몰릴 수 있어 안 원장을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 후보가 대선 후보로 나서더라도, 안 원장이 당 후보를 지지한다면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와 같은 시너지효과로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수도권 중진 의원은 "안 원장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출마 대신 민주당 후보를 지원해 대선에서 이기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지만 국민적 '감동'이 뒷받침되기 어렵다"면서 "후보단일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합리적이고 그러면 누가 되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권 교체의 두 번째 시나리오는 '민주당 후보-안철수 연대론'으로 안 원장의 지지율이 경선을 거친 민주당 후보보다 월등히 높을 경우 안 원장이 야권 후보로 출마하는 방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안철수-문재인 연대론'도 유사한 맥락이다. 즉 문재인 후보가 본경선에서 승리해서 민주당 '대표선수'가 된 뒤 대중적 인기가 높은 안 원장에게 야권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하고 대신 '실세총리'를 보장받는다는 시나리오다.

이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안철수 원장 간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소문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하지만 안 원장의 높은 지지율이 대선 때까지 지속될 경우 민주당이 대선후보를 출마시키는 대신 안 원장을 야권단일후보로 사실상 추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 후보는 지난달 "대통령제보다는 내각책임제가 훨씬 좋은 제도"라고 힘줘 말했고, 참여정부 때 '실세총리'로 통했던 이해찬 대표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에서 국정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

문재인 28명 당내 최대 계파… 손학규 20명 정세균 18명 포진


■ 현역 지지의원 누가 많나

최경호기자

민주통합당 대선 본경선을 앞둔 예비 후보들의 캠프가 분주하다. 각 후보는 본경선을 앞두고 선거대책위원장과 선거대책본부장 등 주요 보직 인선을 마무리하고 있다.

정세균 후보는 지난 5일 경선 캠프인 '내일을 여는 친구들'을 공식 출범시켰다. 5선 중진 이미경 의원과 참여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낸 3선의 김진표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에 올랐다. 또 박병석 신기남 김성곤 의원 등 18명이 정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김두관 후보의 캠프에는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전 4선 의원, 원혜영 의원 등과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 김재윤 안민석 의원 등이 합류했거나 동참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7일 캠프 인선 발표 때는 일찌감치 김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던 현역 의원 11명 중 강창일 배기운 최재천 김승남 홍희락 의원 등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지역, 이념, 계파를 초월한 '계파 통합형' 캠프를 구상하는 손 후보는 최영찬 서울대 교수, 판소리 연출가인 임진택씨,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김성수 전 성공회대 총장 등 든든한 우군을 갖고 있다.

또 이낙연 조정식 신학용 등 중진의원들과 GT(김근태)계인 민주평화연대 소속 전ㆍ현직 의원들도 손 후보를 돕고 있다. 손 후보 캠프에는 현역 의원만 20명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재인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에는 노영민 우윤근 이상민 의원이 포진해 있다. 당내 후보 중 최다인 28명의 현역 의원이 있는 문 후보의 캠프에는 과거 정동영계였던 이계안 전 의원,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도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 후보의 캠프 구성을 두고 "문 후보는 가뜩이나 친노(친 노무현) 색채가 강한데 캠프에 친노 인사들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