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 별양동에 위치한 코오롱 본사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중소상인들의 생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상생은 뒷전,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대기업들 때문이다.

여론의 비판과 중소상인들의 호소, 관련 부처의 계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 앞에 중소상인들은 속수무책이다.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 골목골목에서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중소상인들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은 대기업은 대체 어딜까. <주간한국>은 중소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나쁜 대기업'들을 차례로 짚어본다.

그룹 지원사격에 급성장

코오롱그룹의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사업이 빈축을 사고 있다. MRO사업은 기업체 유지ㆍ보수ㆍ운영에 필요한 소모성 자재의 구매와 관리를 대행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중소상생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주간한국 자료사진.
문제의 회사는 '코리아e플랫폼'이다.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이 지분의 52.23%를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2006년 코오롱그룹이 삼보컴퓨터 등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됐다.

코오롱을 등에 업은 코리아e플랫폼은 급성장을 거듭했다. 2006년 1,715억원이던 매출은 2007년 2,661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에도 상승세는 이어졌다. 2008년 매출액은 3,499억원으로 상승했고, 금융위기가 터진 다음해인 2009년에도 3,549으로 늘었다. 그리고 2010년에는 4,63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리아e플랫폼의 성장 배경엔 그룹 차원의 지원사격이 있었다. 그룹 내 소모성 자재 공급을 전담하면서 몸집을 불려나간 것이다. 코리아e플랫폼은 지금도 코오롱인더스트리(790억원), 코오롱패션머티리얼(163억원), 코오롱건설(103억원) 등 25개 코오롱그룹 계열사와 거래관계를 맺고 있다.

이 회사의 주요 사업품목은 ▲공기구 ▲포장 ▲화학가스 ▲공조유체 ▲기계요소 ▲동력기기 ▲사무자재 ▲소방안전 ▲수리용역 ▲실험측정 ▲운반저장 ▲유공압 ▲전기전자 ▲전산장비 ▲청소환경 ▲토목건설 ▲안전용품 ▲용접품 ▲전동공구 ▲세신품 ▲도입개발품 등을 망라한다.

코오롱그룹의 MRO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MRO사업은 지난해 한차례 논란을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사소한 물품까지 MRO 계열사를 통해 구입하다 보니 이들 회사와 연을 맺지 못한 영세 업체는 살 길이 없다는 게 골자였다.

코오롱그룹은 특히 삼성 SK 한화 등이 MRO 사업에서 발을 빼겠다고 선언한 가운데서도 사업을 꼭 붙들고 있다. 코오롱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MRO논란 당시 추가 진출

이뿐만이 아니다. 코오롱그룹은 한발 더 나가 지난해 또 다른 자회사를 통해 MRO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당시가 MRO사업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던 때라는 점이다.

도마에 오른 회사는 '코오롱베니트'. 1999년 CA와 코오롱이 합작해 설립한 IT서비스 업체다. 당초 이 회사의 지분은 CA가 70%를, 코오롱아이넷이 30%를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설립 이후부터 코오롱아이넷은 인수를 추진해왔다. 당초 CA 지분 전량을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입장을 선회해 2006년 CA가 갖고 있던 70%의 지분 중 40%만 추가 인수했다. 이에 따라 코오롱은 전체 지분의 70%를 확보해 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코오롱그룹의 계열사로 새 출발하게 된 것이다.

당초 이 회사의 주요사업은 IT 분야에 한정돼 있었다. 정보처리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개발용역, 컴퓨터에 의한 자료처리 및 시스템 통합(SI)을 주요사업으로 그룹 내 대부분 회사에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코오롱베니트는 지난해 이후부터 코오롱그룹 전 계열사를 상대로 MRO사업을 시작했다. 인력 소싱 등을 포함한 MRO사업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고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코오롱베니트는 지난해 매출은 1,165억원. 2010년(630억원)에 비해 대비 84%나 급증했다. 그리고 코오롱베니트의 상승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마케팅 분야 등 유무형 구매 품목을 대상으로 범위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39.9%의 지분을 보유 하고 있던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지분 9.1%를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49%까지 늘렸다.

중소상인에 '재앙'

MRO사업을 통해 대기업들은 그룹의 구매 채널을 일원화해 구매력을 높이고 그룹 차원의 비용 절감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MRO사업은 소모성 자재를 생산ㆍ납품하는 중소영세 업체들에겐 재앙 그 자체다.

먼저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받는 등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 여기에 소모성자재 납품 중소영세 업체들이 대기업 MRO에 거래처를 계속 잠식당하고 있어, 지역 상권마저 붕괴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산업용재협회와 한국베어링판매협회는 2010년 중소기업청에 코리아이플랫폼을 대상으로 사업조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