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5대 건설사 장밋빛 성장 속 그림자2~3년전 해외수주액 반영되면서 매출 증가저가 수주 원자재 가격 상승국내 주택 부문 침체 등 악재 겹치면서 수익성 급감"원가율 95%에 육박하는 낮은 마진 공사가 많아"

몇 년째 큰 폭으로 증가한 해외 건설 수주 덕에 대형 건설사들의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저가 수주와 원자재 가격 등 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악화됐다. 사진은 국내 건설사가 지난해 준공한 아랍에미리트의 송유관 시설.
올해 상반기 국내 5대 상장 건설사의 외형은 확대됐지만 수익성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3년 전 수주한 해외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매출에 반영돼 덩치는 커졌다. 하지만 당시 해외 건설 부문의 경쟁 심화로 저가 수주가 증가한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 국내 주택 부문 침체 등이 겹치면서 수익성은 뚝 떨어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업체의 경우 올 들어 해외 건설 원가율이 95%에 육박할 정도로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며 "해외 수주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낮은 마진 공사가 많았던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GS건설 영업이익 반토막

6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매출액 증가 폭이 가장 큰 건설사는 대림산업이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상반기 2조6,200억원이던 매출액이 올 상반기에는 3조2,800억원으로 25.1% 증가했다. 삼성물산은 3조2,900억원에서 4조800억원으로 24.2%,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역시 각각 14.6%와 14.2%의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영업이익은 삼성물산을 제외하고 모두 감소했다. 특히 GS건설은 지난해 상반기 3,600억원으로 5대 건설사 중 영업이익이 가장 많았지만 올 상반기에는 1,700억원으로 52.7%나 감소했다. 대림산업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500억원에서 1,600억원으로 36% 줄었고 대우건설은 2,400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24.1% 감소했다.

다만 삼성물산은 영업이익이 2,020억원에서 2,08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고 현대건설 역시 3,2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3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해외에서 웃고 울었다

매출액 증가에도 이익이 줄어든 것은 무엇보다 해외 건설 부문의 영향이 컸다. 지난 2010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해외 수주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면서 매출액 증가세로 이어졌다. 해외 건설 수주액은 2008년 사상 처음으로 400억달러를 넘어선 후 2010년 716억달러로 최고 실적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591억달러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기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 낮은 공사 수주가 많았던 것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감소세에 영향을 끼쳤다. 애초부터 수익이 낮은 프로젝트였던 데다 원자재 및 인건비 증가로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것. 이와 함께 국내 주택 부문의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각 업체마다 악성 미분양 주택을 대손(회수가 어려운 불량채권) 처리하면서 비용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한 대형 건설사의 경우 올해 상반기 400억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손실로 처리하기도 했다.

하반기 수익성 반전될까

하반기에도 상황이 크게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다만 올해 상반기부터 건설사들이 부실 채권을 꾸준히 털어내고 있는 데다 해외 사업장의 수익성 악화에 대해 나름대로 대비하고 있는 만큼 다소 개선의 가능성은 보인다.

허문욱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형은 계속 확대되겠지만 내ㆍ외부 상황은 절대 우호적이지 않다"며 "다만 상반기 선제 비용이 들어간 만큼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