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타워
LG 내부지분율 최저
지분율 0.1%에 그쳐
'신경영' 내건 지주회사 친인척 주주 대거 포진… 그룹 전체 '쥐락펴락'

10대그룹의 지배구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모든 주주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만큼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주식회사의 본래 의미가 무색하게 10대그룹 총수들은 1%도 채 못 되는 지분으로 그룹의 전체 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하며 최대한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 총수들 자신의 지분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지만 인수ㆍ합병과 기업분할 등의 방법으로 내부지분율을 높여가며 그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주간한국>에서는 10대그룹 총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지 차례로 짚어본다.

42.91% 10대 그룹 최하

은 그룹의 지분 1.26%를 보유하고 있다. 구 회장의 총수지분율은 지난해(1.23%)와 비교해 0.03%p 높아졌다. 같은 기간 구 회장의 2~6촌 이내 혈족과 1~4촌 이내 인척을 포함한 친족들의 지분율은 0.01%p(2.66%→2.65%) 낮아졌다.

구 회장과 친족들 지분율을 더한 총수일가 지분율이 0.01%p 상승할 동안 LG의 계열사 지분율은 34.66%에서 33.25%로 1.41%p나 하락했다. 계열사 지분율이 하락하며 LG의 전체 내부지분율도 1.36%p 낮아졌다. LG가 보유 중인 42.91%의 내부지분율은 10대그룹에서도 최하위다. 공정위가 선정한 63개 대기업 평균치(31.36%)에는 크게 웃돌지만 10대그룹 중에서는 총수의 지배력이 높지 않은 편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구본무 LG 회장
의 총수지분율은 0.10%에 불과하다. 지난해(0.18%)보다도 크게 떨어져 10대그룹에서도 최태원 SK 회장(0.04%) 다음으로 적다. 같은 기간 총수일가 지분율은 3.37%에서 3.59%로 0.22% 늘어났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3.55%에서 3.69%로 0.14%p 올라갈 동안 계열회사 지분율 또한 1.02%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내부지분율도 58.71%에서 59.37%로 0.66%p 올라갔다.

LG·두산 지주회사 전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출자총액제한제 논란에서 LG와 두산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이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출자총액제한제 규제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권의 요구대로 지주회사 요건이 강화될 경우 상당수의 계열사를 매각해야 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1999년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허용된 이후 첫 테이프를 끊은 곳이 바로 LG다. LG는 200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LG화학과 LG전자의 기업분할을 통해 설립된 화학부문 지주회사 LGCI와 전자부문 지주회사 LGEI가 2002년 11월에 합병을 결정, 통합지주회사인 (주)LG가 출범함으로써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이후 LG는 정유ㆍ유통ㆍ홈쇼핑 사업에 대한 출자부문과 임대사업부문 일부를 인적분할해 GS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구본무 회장이 10.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LG는 LG전자(30.5%), LG유플러스(30.6%), LG생활건강(30.0%), LG CNS(85.0%)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LG전자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LG이노텍(47.9%), LG디스플레이(37.9%), LG생활건강 자회사로 있는 해태음료(100.0%), 더페이스샵코리아(100.0%) 등은 자연히 (주)LG의 손자회사가 된다. 구 회장은 지주회사인 (주)LG의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두산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결심한 것은 2006년 1월이었다. 형제의 난 이후 추락했던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신경영'의 기치를 내걸며 3년 이내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을 약속했던 것이다. 실제로 두산은 그해 5월 순환출자고리를 모두 끊고 2008년 말 기준 자회사 주식가액이 전체 자산의 50%를 넘어서면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필요한 요건들을 모두 갖추게 됐다. 2009년 3월 두산은 63번째 지주회사에 이름을 올렸다.

박용곤 명예회장이 0.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두산은 두산중공업(41.2%), 오리콤(69.2%)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44.8%), 두산건설(72.7%), 두산엔진(42.7%)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두산의 지분을 쥐고 있으면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족경영 비난도

흥미로운 것은 10대그룹 중 지주회사 체제로 출자총액제한제에서 자유로운 LG와 두산 모두 지주회사의 지분을 다수의 친인척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LG의 경우 구본무 회장이 지니고 있는 지분은 10.63%로 그룹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의 보유지분치고는 적은 편이다. 그러나 배우자인 김영식씨(4.22%)와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차장(4.63%) 등 친인척의 지분이 20.60%에 달한다. 구 회장 자신의 지분에 15명의 친인척 지분까지 합하면 총 31.23%로 경영권을 방어하기에는 충분하다.

(주)두산은 더욱 심하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지분이 0.89%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들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4.39%)과 동생인 박용만 두산 회장(2.87%) 등 친인척 33명의 지분이 29.84%에 육박한다. 박 명예회장과 친인척 지분 그리고 (주)두산의 자기지분(29.1%)까지 더하면 과반을 넘어선다.

LG와 두산 모두 지주회사의 지분이 총수 한 사람에게 몰려있지 않다는 점에서 지배력 분산이 잘 되어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가족경영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지적 또한 피할 수 없다. 주식회사에서 지분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해당 지분만큼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 (주)두산에는 실제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어린 나이의 친인척 주주들이 상당수인 것도 문제다. 구본무 회장의 딸 구연수(17세)씨, 박용현 전 두산 회장의 손자, 손녀인 박상아(13세)씨, 박상정(6세)씨 등이 이에 속한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