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에서 대출서류 조작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먼저 지난달 말 KB국민은행의 대출서류 조작 파문이 불거졌다. 이어 기업은행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세간에서는 문제의 은행들이 무리한 실적 채우기에 대표 소매금융기관으로서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내부 관리에 누수가 생겼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행 서류 조작 의혹

기업은행이 대출서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지난 21일 제기됐다. 금융소비자원(금소원)은 기업은행의 대출서류가 본부와 지점에서 발급한 내용이 서로 다르고, 서류상에는 코리보 이율 적용이라고 적혀 있으나 실제로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적용됐다는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코리보 이율은 국내 14개 은행이 제시하는 기간별 금리를 통합해서 산출하는 단기 기준금리다. CD 금리보다 변동폭이 작고 만기기간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금소원이 공개한 대출 관련 서류에 따르면 해당 고객은 2005년 기업은행에서 시장금리 연동대출로 4억5,000만원을 빌렸다. 그러나 지점이 본점에 보낸 대출서류와 최근 지점이 이 고객에게 발급한 대출서류는 내용이 달랐다.

본점 서류에는 가감금리와 지연배상금률 항목에 체크가 돼 있지 않지만, 지점 서류에는 가감금리가 2%로 적혀 있다. 지연배상금률 항목에도 '약정이자율+지연가산금리' 부분에 체크가 돼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행은 해당 고객에 코리보(3.6%)가 아닌 CD금리(5.1%)를 적용, 1.5%의 금리를 더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금소원의 주장대로라면 해당 고객이 입은 피해액이 수천만원에 이르게 된다.

금소원, 기업은행 해명 반박

기업은행 관계자는 "해당 고객이 2005년 CD금리 연동대출을 받은 뒤 2011년 7월 코리보 연동으로 이자율 산정방식을 변경했다"며 "이때부터 코리보 금리에 따라 이자를 수납했으므로 고객 피해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이 관계자는 본부와 지점에서 발급한 대출서류 내용이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 "고객에게 서류를 내줄 때 통상 숫자가 들어가는 `가감금리'란이 채워져 있어야 하는데 공란으로 돼있었다"며 "이를 이상하게 여긴 직원이 실수로 숫자를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소원은 이런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금소원은 먼저기업은행이 지점 내부금리라는 말과 시장금리라는 말을 같은 것으로 오인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금소원은 "시장금리는 시장에서 통용된 금리라고 정의를 밝히며 대출약정서에 '시장금리+가감금리 0%'로 되어 있고, 약정서 제2조의 이자율규정에 의해 결정되는 것임에도 기업은행은 대출초기에는 9개월 고정으로 적용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금소원은 "9개월 적용이라는 기준은 모든 은행에 없는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제멋대로 이율을 적용하는 등 이율 적용 원칙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금소원은 추후 고객과 협의해 코리보 금리로 변경했다는 기업은행의 해명에 대해서도 "정확히 코리보도 아니고 CD+2%도 아닌 기준 없이 적용했던 것을 협의한 것으로 변명하고 있다"며 "코리보 1년물 약정이라면 코리보 금리로 3.6%를 적용해야 하는데 5.1%로 적용한 것에 대해서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소원은 발급 서류에서 가산금리를 비워둔 점과 이를 직원이 실수로 기재했다는 부분 등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금소원은 "서류를 위조하여 보낸 것이 한 달 전쯤인데 이는 새로 서류를 작성하며 코리보 금리를 적용한 2011년 7월25일 이후로, 과거 서류에 가필한 것이 되는 것"이라며 "기업은행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소원은 기업은행의 해명과 감독당국의 감사를 촉구했다. 금소원은"현재 기업은행의 이율 조작 관련한 피해 사례가 금소원에 다수 접수되고 있다"며 "기업은행이 이번 사태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민원인과 금소원에 직접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소원은 또 "감사원과 감독 당국이 이에 대해 즉시 감사를 실시하고 은행장 파면 등과 같은 강경한 조치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은행도 조작… 신뢰 하락

은행권에서 대출서류 조작 파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말에도 KB국민은행에서 대출서류 조작 파문이 일었다. 이런 사실은 국민은행 고객들이 중도금 집단대출 서류조작과 관련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즉시 검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1차 검사에서만 900건이 적발됐다. 이후 국민은행이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7월 말부터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계속된 조사를 통해 대출서류 2,200여 건에서 조작 흔적이 추가로 발견됐다. 나머지 중도금 대출서류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칠 경우 조작건수는 5,000건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출서류 전반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고객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KB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잇따라 대출서류 조작 의혹에 휩싸임에 다라 세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실적 채우기에 급급해 대표 소매금융기관으로서의 명성과 신뢰가 추락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내부 관리에 누수가 생겼다는 비판도 함께 나오고 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