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구 회장 미국서도 현장경영최대 시장 점검 긴급 출국 "일본차 할인공세 연연 마라"위기 돌파 해법 제시

정몽구(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2일(현지시각)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을 방문, 색스비 챔블리스 조지아주 상원의원과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기아차 제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주춤한 미국 시장을 점검하기 위해 20일 긴급 출국했다.

정 회장의 이번 미국 현장경영은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특히 정 회장은 이날 출국에 앞서 미국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가 창의적 마케팅과 품질경영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면서 일본 업체들을 겨냥, "경쟁차 할인공세에 연연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유럽 현장경영을 통해 현대ㆍ기아차의 독보적인 성장을 이끌어낸 정 회장이 이번 미국 현장경영에서도 특단의 처방을 내리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날 정 회장의 출국은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의 상황을 점검하고 위기돌파 해법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정 회장은 가장 먼저 로스앤젤레스(LA)의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판매 전략을 점검한 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조지아공장을 방문해 생산 차량의 품질을 점검할 계획이다.

현대ㆍ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은 최근 일본과 미국 브랜드의 재도약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춤한 판매 상황을 점검하고 이에 따른 대응 지침을 수립ㆍ전달하기 위해 긴급 방문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ㆍ기아차는 올 들어 7월까지 미국에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현대차 10%, 기아차 16%) 판매를 늘리는 데 그쳤다. 반면 일본 업체들은 이 기간 동안 도요타 28%, 혼다 19%, 닛산 15%, 스바루 23%, 마쓰다 14% 등 판매를 늘리며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과 동남아 대홍수의 후유증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미국 업체 중에서는 크라이슬러의 판매가 28% 늘었고 유럽 차 중에서는 폭스바겐이 30% 신장했다. 두 업체 모두 현대ㆍ기아차와 직접 경쟁하는 대중 양산차 브랜드다.

정 회장은 일단 미국에서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할 방침이다. 첫째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과감한 마케팅을 펼치라는 주문이고 또 하나는 경쟁사의 할인공세에 의연하게 대처해 '제값 받기' 판매 방식을 고수하라는 지침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정 회장은 일본 업체들이 올 들어 본격적인 물량공세를 퍼부으며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현지 임직원들과 집중 논의할 계획"이라면서 "경쟁사들의 할인공세에 연연해 하지 말고 제값 받기 정책을 지켜 경영 내실화를 강화하라고 지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쟁사의 할인공세에 맞불을 놓지 말고 오히려 이를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계기로 삼으라는 것이 정 회장의 핵심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이 밖에도 정 회장이 유럽에서와 같이 미국에서도 '특별한 지침'을 내리고 갈 것으로 관측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 회장은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을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에 방문해 "유럽 시장의 강자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될 텐데 이때야말로 현대ㆍ기아차가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마케팅을 펼쳐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특명을 내린 바 있다.

정 회장의 유럽 특명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 상반기 유럽에서 12.2%, 25.1%씩 판매를 늘리며 세계 차 업계를 놀라게 했다. 반면 이 시기 폭스바겐그룹(-6.3%), 푸조시트로엥그룹(-13.7%), 르노그룹(-16.8%), GM그룹(-10.7%), 포드(-9.9%), 피아트그룹(-16.5%), 혼다(-10.8%)는 물론이고 BMW그룹(-0.5%), 도요타그룹(-1.1%), 닛산(-3.2%) 등은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산업올림픽 있다면… 한국은 8위


전경련, 세계 500대 기업 분석
업종별 메달 미국 1위·일본 2위

이재용기자

우리나라가 런던올림픽에서 종합순위 5위라는 쾌거를 이뤘다. 만약 개별 기업이 경쟁을 벌이는 글로벌 시장을 산업올림픽으로 본다면 우리나라는 몇 위나 될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포춘 글로벌 500 기업을 대상으로 포춘이 분류한 47개 업종(종목)에 대해 올림픽과 같은 방식으로 순위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러시아ㆍ멕시코ㆍ핀란드ㆍ덴마크 등과 함께 종합순위 8위를 기록했다고 19일 밝혔다.

산업올림픽 순위는 2011년 포춘 글로벌 500 기업 중 47개 업종 내에서 매출 1~3위 기업을 각각 금ㆍ은ㆍ동메달로 지정하는 식으로 매겨졌다. 산업올림픽에서 미국은 24개의 금메달을 차지해 압도적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이어 일본이 2위, 독일이 3위, 중국이 4위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전자업종에서 1위를 기록하며 위상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메달 총수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금메달만 1개로 영국(5개)ㆍ이탈리아(3개)에 뒤진 종합순위 12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산업올림픽의 경우 한국의 출전 기업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전경련은 "메달 총수에서 우리나라 순위가 떨어진 것은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돼 있는 우리 기업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500대 기업에 13개 기업만이 포함되는 데 그쳐 미국 132개, 중국 73개, 일본 68개, 독일 32개에 비해 현저하게 뒤졌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대기업으로 불리는 기업들이 해외에서는 500대 기업에 포함되지 못해 사실상 글로벌 대기업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우리가 산업올림픽에서 더 많은 메달을 따려면 현재 글로벌 수준에 있는 우리 기업이 메달권에 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업종별 순위가 세계 10위 안에 든 기업은 철강 부문의 포스코(4위), 건설ㆍ기계(조선) 부문의 현대중공업(6위), 자동차ㆍ부품 부문의 현대ㆍ기아자동차(7위), 전자 부문의 LG전자(8위) 등이었다. 특히 글로벌 1위 기업과의 매출 차이가 평균 2배 이내로 메달권 진입을 노려볼만한 기업으로는 포스코, 현대중공업, 현대ㆍ기아차 등이 꼽혔다.

한편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한 우리 기업의 업종이 전자, 자동차, 철강, 건설ㆍ기계(조선) 등의 제조업과 에너지 등 일부 업종에 편중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이 진출하지 못한 불모지 분야에 대한 육성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