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활동한 첩보원은 "한국에서 각종 기관의 자금이 상상조차 불가능한 방법으로 권력자에게로 들어가고 있고 해외에서 지원되는 블랙머니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자금과 관련된 여러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정부 시절 한국에서 첩보원으로 활동한 한 인물의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이 첩보원은 마이클 로터라는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실명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북유럽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이클은 과거 부산 문현동 보물 발굴로 세상이 떠들썩할 당시 보물 발굴에 리처드 로리스(Richard P. Lawless) 미국 CIA 아시아 국장이 개입된 내막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로리스는 현재 미국 국방부 부차관으로 재임 중이다.

마이클은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의 정치상황과 북한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은 첩보원이 아니다. 그 이유에 대해 분명하게 밝히진 않았지만 현재는 일반인 신분이라고 그는 알려왔다.

마이클에 따르면 미국의 CIA는 아시아 가운데 특히 한국과 중국을 상대로 많은 첩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일본과 한국의 경우 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정보활동을 하는 그룹은 CIA만 있는 게 아니다. 다국적 정보회사들이 침투해 정치, 국방, 사회의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마이클은 말한다.

마이클은 "한국 정치자금은 일본과 더불어 세계 강대국 정치인들에게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통치자들의 정치자금은 미국 등 선진국 정치인들의 정치자금과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다국적 정보수집 기업

미국 CIA는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는 정보를 취급한다. 그렇게 하자면 막대한 자금과 엄청난 인력을 필요로 한다. 마이클에 따르면 CIA는 해외 정보 수집업무를 정보수집 전문 그룹에 의뢰하고 있다. 이 정보 그룹은 다국적 기업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주로 인력이 동원되는 현지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마이클은 이 정보수집 그룹 중 하나에서 20여년 간 근무하다 지병을 이유로 일선에 물러났다. 그는 한국 통치자들의 정치자금은 철저하게 미국의 배려(?) 속에서 조성된다고 했다. 미국의 묵인이 없다면 절대 정치 비자금을 마련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대선 기간에 어느 정당으로 어떤 자금이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언급했다. 마이클은 "특정인이 뇌물을 바치거나 기업이 뒷돈을 주는 것을 전형적인 정치 비자금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우리가 아는 비자금은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진다"며 "각종 기관의 자금이 상상조차 불가능한 방법으로 권력자에게로 들어가고 있고 해외에서 지원되는 블랙머니도 상당하다. 해외 기업의 돈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산 문현동 보물 사건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진실이 있지만 그전에 한국 국민 스스로가 그 진실을 알고자 하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국민들이 그것을 알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마이클은 밝혔다.

마이클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대표적인 비자금창구 역할을 해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차기 정부를 위한 검은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마이클의 증언이다.

또 권력자들의 비자금이 해외에서 증식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알려진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 자금이 해외 권력자들의 통치자금으로 이용되고 그 권력자들은 그 보답으로 자금에 이자를 붙여주고 있는 형태라고 마이클은 설명했다.

마이클은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해 "한국정부 수립 이후 가장 큰 정치적 빅딜"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기 이후 한국정부는 미국의 완전한 경제적 속국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대해 쑹훙빙의 저서 <화폐전쟁>과 마르크 함싱크의 <베이비시터>의 내용과 유사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클은 "화폐전쟁이나 베이비시터에 나오는 내용은 일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실감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라며 "마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내용 같기 때문에 사실이라도 사실로 인식되지 않고 지식창고에 저장되는 선에서 그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베이비시터>라는 책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마이클은 "베이비시터는 소설이지만 상당한 내용이 사실에 근접하고 있다"며 "그 책의 저자에 대해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그가 책을 통해 밝힌 내용은 한국 국민이 한번 생각해 봐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베이비시터의 실체는?

<베이비시터>는 <화폐전쟁>에 비해 거의 주목 받지 못한 책이다. 2008년 새 정권이 들어서고 수개월이 지난 6월쯤 이 책이 출간됐지만 MB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각종 정치문제 등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다.

이 책은 부시 일가와 네오콘의 정체를 폭로한 팩션(사실을 바탕으로 허구의 이야기를 만든 장르) 소설이다. 하지만 마이클은 이 책에 대해 "전체적으로 사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인 마르크 함싱크에 따르면 베이비시터는 IMF경제위기 당시 한국 굴지의 대기업을 삼켜버린 기업사냥 업체로, 그 중심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친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있다.

베이비시터는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설 수 없는 협상, 즉 테러범에 납치된 인질석방교섭, 아시아 각 국가의 핵개발상황감시, 그리고 한국에서 아주 특별한 제2의 활동을 한다고 저자는 밝혔다.

또 저자가 "눈 앞에 보이는 사실은 이야기의 한 단편일 뿐이고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저자에 따르면 베이비시터는 임직원은 물론 회사임원까지 미국 정보부 요원들인 회사다. 회사의 실질적인 사주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친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이다. 이 회사는 미국정부가 직접 나설 수 없는 협상이나 활동을 맡고 있으며, 우리나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한국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운영하는 첩보기관을 동원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고, 그 대가로 북한과의 대화를 할 수 있게 허락해준 모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벨기에 국적으로 일곱 살에 고향인 부산을 떠난 입양 교포다. 또 그는 논리와 방대한 회계, 무역법에 정통하다. 저자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사고위험이 있거나 투자리스크가 있는 회사에 대한 자금추적을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유능한 정치인의 뒤에 추악한 거래가 있었으며, 그것이 우리나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IMF경제위기 당시 실제 벌어졌던 한국 굴지의 대기업 인수와 그 밖의 여러 음모를 밝히기 위해 많은 조사를 했다. 이 책은 그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부산 문현동 보물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정충제씨가 중국에서 생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정씨는 보물발굴에 관여한 특정 세력으로부터 협박을 받아 중국에 피신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그동안 보물 발굴과 관련해 "부산 문현동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황금 등 보물이 발굴됐으며 이는 당시 권력자(현 야권)의 정치자금으로 활용됐다"고 주장해 왔다.

또 정씨는 보물발굴에 리처드 로리스 당시 CIA국장이 개입했으며 자신과 보물발굴에 대한 계약서에 서명까지 했다고 밝혔다. <주간한국>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문제의 계약서는 실제로 존재했으며 이 계약서 외에도 각종 약정서에 로리스의 서명이 날인 돼 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마이클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마이클은 "현재 여권의 승리를 위해 해외 자금이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포착되고 있다"며 "한국 선거에 관한 한 미국은 승자를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승자를 이용하는 나라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