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법인 2분기 실적스마트폰 등 수출 호조로 IT업종 40% 늘었지만 건설은 67%나 줄어하반기도 불확실성 여전 실적 하향 이어질 듯

글로벌 경기침체로 2∙4분기 전기전자(IT)와 자동차를 제외한 건설∙철강 등 대부분 업종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국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적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월30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개별기준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669개사 중 비교 가능한 633개사의 2∙4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IT와 운수창고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철강금속과 통신업은 수익성뿐 아니라 매출액도 줄어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건설업은 2∙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20% 급감하며 전 업종 중 실적 감소폭이 가장 컸다. 국내 경기침체로 건설물량이 크게 줄어들며 중소형 건설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철강금속∙화학 업종도 큰 폭의 실적악화를 경험했다. 철강금속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4.46%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3.24%, 41.98나 감소했다. 경기침체로 제품가격이 하락한데다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이 늘며 흑자폭이 줄어든 원인으로 꼽힌다. 화학도 글로벌 수요 둔화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의약품 업종 역시 정부의 약가 인하정책으로 수입은 줄었지만 원가부담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영업이익이 49.81%나 떨어졌다.

반면 IT 업종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94% 급증해 전체 상장사 실적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았다. 특히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IT 분야의 수익성을 끌어올린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종이목재 업종도 국제 펄프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영업이익이 108.38% 늘었고 순이익은 6배 이상 급증했다.

개별 기업별로는 연결실적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2∙4분기 사상 최고 수준인 6조7,24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22%나 급증한 규모로 스마트폰 판매호조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증가로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17.66% 늘어난 2조5,023억원, 기아차는 18.14% 늘어난 1조2,191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국제유가 하락으로 S-OIL(-1,595억원), SK이노베이션(-1,028억원), 호남석유화학(-283억원) 등이 영업적자로 돌아섰고 STX팬오션(-1,012억원), 한진중공업(-108억원)도 적자전환했다.

한편 상장사들의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며 올 상반기 상장사 5곳 중 1곳은 순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분석기업 중 137개사(21.64%)가 적자기업이었다. 이 중 66개사(10.43%)는 지난해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고 71개사(11.22%)는 새롭게 적자로 돌아섰다. 대표적인 적자전환 기업으로는 금호산업∙SK하이닉스∙대한항공∙대한전선∙동국제강∙넥솔론∙농심 등이 있다.

반면 새롭게 흑자로 돌아선 곳은 LG전자∙삼성SDI∙LG이노텍∙JS전선∙세하∙가온전선 등 37개사(5.85%)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국내기업들의 실적을 압박했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하반기에도 국내기업들의 실적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 우려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기업들의 2∙4분기 실적이 연초 예상보다 20% 정도 하락한 수준으로 나왔다"며 "하반기에는 이런 부분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적추정치 하향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사 내부거래 186조로 총 매출의 13.2%
1년새 1.2%P 늘어

정치권에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더욱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내부거래 규모가 200조원에 육박하고 상장사보다는 비상장사가, 총수가 없는 곳보다 있는 곳의 내부거래 비중이 여전히 높았다.

8월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46개 대기업집단 매출액(1,407조원) 가운데 계열사에 대한 매출액(186조원) 비중은 13.2%로 전년(12.0%)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이 가운데 1,136개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4.5%로 237개 상장사(8.6%)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주와 시장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상장 계열사들을 통해 내부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총수가 있는 38개 집단의 내부거래 비중(13.6%)이 총수가 없는 8개 집단(11.1%)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계열사 지분이나 총수 일가, 2세 지분이 많고 서비스업에 편중된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총수가 있는 집단 중 상위 10개 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14.5%로 전년 말(13.2%)보다 높아졌다. 내부거래 금액도 139조원으로 30조원이나 급증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집단은 STX(27.6%), SK(22.1%), 현대자동차(20.7%) 순이었다. 내부거래 금액이 많은 집단은 삼성(35조원), SK(34조원), 현대차(32조원), LG(15조원), 포스코(14조9,000억원) 순이었다. 이들 상위 5개 집단의 내부거래 금액 합계는 132조원으로 46개 전체 집단의 70.9%를 차지했다. 이는 5개 집단 매출액이 전체 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중(54.9%)보다 높은 수치다.

대기업집단 계열사 중 2세 지분율이 50% 이상인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56.3%에 달했다. 이들 계열사는 시스템통합(SI), 부동산, 광고대행, 물류 등 일감 몰아주기 행태로 비판 받던 업종에 집중돼 있다.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은 하이트진로ㆍSKㆍ현대중공업 등이었다. SK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이 SK종합화학ㆍ에너지로 물적분할되면서 13조원에 달하는 기존 사내거래가 내부거래로 전환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분야의 내부거래가 제조ㆍ건설ㆍ금융보험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삼성코닝-에스엘시디-삼성전자와 같이 수직계열화된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집단의 전체 내부거래 가운데 수의계약으로 거래상대방을 선정한 경우는 90%에 육박했다.



김종성기자 star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