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XO연구소가 국내 매출액 기준 1000대기업 CEO 1248명을 조사한 결과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이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연세대학교 본관.
우리나라에는 약 350여 개의 대학이 있다고 알려졌다. 대학별로 20여 개의 학과가 있다고 가정할 때 대략 7,000여 개의 학과가 있는 셈이 된다. 그렇다면 수많은 대학과 학과 중 최고경영자(CEO)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어디일까? 1,000대 기업 CEO 중 40명을 배출한 연세대 경영학과가 'CEO의 요람'이라는 영예를 차지했다.

1000대 기업 40여명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국내 매출액 기준 1,000대기업(상장사) 중 올 1분기에 대표이사 직함을 가진 CEO 1,248명의 출신 대학과 전공을 조사한 결과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이 가장 많았다고 5일 밝혔다.

재계에서 활약하는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 CEO로는 좌장격인 (1938년생)을 필두로 장형진 영풍 회장(1946년생), 이동욱 무림 회장(1948년생), (1963년생) 등의 오너 기업가와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1950년생), 백우석 OCI 사장(1952년생),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1962년생) 등이 꼽힌다.

지난해 51명이었던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CEO는 올해 39명으로 대폭 줄어들며 같은 기간 4명이 늘어난(36명→40명) 연세대 경영학과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 CEO는 지난해 36명에서 올해 39명으로 소폭 증가, 서울대 경영학과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순위 변동 원인에 대해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196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 CEO의 경우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은 8명에 불과한 반면,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은 15명이나 됐다"며 "최근 재계 주도권이 50년대생 후반으로 점차 옮겨지는 가운데 60년대생 이후 젊은 기업가의 활약에 따라 CEO 최고 요람지 명패의 주인도 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은섭 대주산업 회장
SKY 출신 줄어들어

단일 학과로는 연세대 경영학과에 한 발 뒤처졌지만 출신 대학으로는 여전히 서울대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서울대 출신의 CEO는 총 274명으로 전체의 21.3%에 달했다. 2위인 고려대(125명, 9.7%)와 3위 연세대(122명, 9.5%) 출신 CEO들을 합한 숫자보다 많았다. 지난해 100명 이상의 CEO를 배출했던 한양대는 올해 97명(7.6%)으로 줄어들었다. 이외에도 성균관대(55명, 4.3%), 중앙대(41명 3.2%), 한국외국어대(35명, 2.7%) 등이 뒤를 이었다. 이로써 1,000대기업 CEO를 30명 이상 배출하며 재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등 총 6개가 됐다.

1,000대 상장사 중 코스피에 속한 회사 CEO 출신 대학은 서울대 (193명 25.1%), 고려대 (90명 11.7%), 연세대 (88명 11.5%) 순으로 나온 반면 코스닥은 서울대 (81명 20.0%)에 이어 한양대 (38명 9.4%), 고려대(35명 8.6%)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대표 명문대를 의미하는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 비율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재계에 능력 중심의 CEO를 중용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2007년 59.7%에 달했던 SKY대 출신 CEO 비율은 2008년 45.6%, 2010년 43.8%에 이어 지난해 41.7%로 떨어진 바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낮은 40.5%를 기록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내년에는 SKY대 출신 CEO가 30%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매출 1조원 이상 대기업 CEO의 경우 61.1%가 SKY대 출신인데 반해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 CEO 중에서는 36.7%에 불과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30대그룹내 상장사 CEO의 SKY대 비율 또한 59.1%나 됐다. 전체적으로는 능력 중심의 인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대기업의 인사는 여전히 SKY대에 치중돼 있다고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오 소장은 "매출 상위기업과 대기업집단군에 속한 회사들이 특정 대학인 SKY대 출신 CEO 선호 현상을 과감히 혁파해야 능력 위주의 인재등용 문화가 재계에 더욱 정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경영ㆍ경제학과 1, 2위

1,000대기업 CEO들의 전공은 예상대로 경영학(249명, 21.2%)과 경제학(87명 7.4%)이 1,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전ㆍ화ㆍ기로 응축되는 기계학과(70명 6.0%), 전자공학(55명 4.7%), 화학공학(55명 4.7%) 순으로 나타났다. 전ㆍ화ㆍ기 학과 출신들의 활약으로 이공계열 출신 CEO의 수는 2010년 43.0%, 2011년 43.9%에서 올해 44.3%까지 증가했다. 현장을 중시하는 이공계 출신들이 CEO로 더 많이 발탁되고 있는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출신대에 따라 업계를 주도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서울대 출신이 전 업종에 걸쳐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및 전자업종은 한양대(각각 16.2%, 10.1%)들이, 제약업종은 중앙대(18.3%), 건설업종은 고려대(17.7%), 펄프제지업종은 연세대(33.3%) 출신 CEO들이 관련 업계를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