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대(왼쪽) 대성합동지주 회장과 김영훈 대성홀딩스 회장.
적통성 문제를 놓고 벌어진 대성가 장남과 삼남 사이에 벌어진 사명(社名) 다툼의 1차 판결이 나왔다. 승기를 잡은 건 고(故)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의 삼남인 김영훈 대성홀딩스 회장. 이에 따라 장남인 김영대 대성합동지주 회장은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아직 형제 간 분쟁에 마침표가 완전히 찍힌 건 아니다. 대성합동지주가 "적통성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항소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법원, 삼남 손 들어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3부(한규현 부장판사)는 대성홀딩스가 "비슷한 회사명을 사용하지 말라"며 대성합동지주를 상대로 낸 상호사용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두 회사의 국문 상호와 영문 상호는 외관과 관념이 전체적으로 서로 유사해 일반인이 회사명을 보고 두 회사를 오인ㆍ혼동할 수 있다"며 "대성홀딩스의 상호 변경 사실을 잘 알았을 텐데도 대성지주로 상호를 변경한 것은 부정한 목적 때문으로 보인다"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원고 측이 제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주식 투자자들이 회사명을 혼동해 실제 금전적인 손해를 입은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성가의 적통성을 건 형제간 사명 공방은 지난 2010년 7월 시작됐다. 장남 김영대 회장이 대성산업을 '㈜대성지주'라는 상호로 증시에 상장하면서다.

문제는 당시 대구도시가스를 맡은 김영훈 회장이 2009년 10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사명을 '대성홀딩스'로 변경하는 등기를 마친 상태였다는 점이다.

이에 김영훈 회장은 "'대성지주'라는 상호를 사용하지 말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한글명뿐 아니라 대성지주의 영문명칭이 유사해 투자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대성홀딩스와 대성합동지주의 영어명은 각각'대성그룹 홀딩스(Daesung Group Holdings Co.,Ltd)'와 '대성홀딩스(Daesung Holdings Co,Ltd)'다.

법원은 대성홀딩스가 낸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결국 김영대 회장은 2011년 1월 '대성합동지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영문명도 'Daesung Group Partners Co.,Ltd'로 변경했다.

항소 가능성 열어둬

그러나 '대성'이라는 명칭을 유지한 것을 두고 대성홀딩스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이번에 대성합동지주가 소송에 패하면서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시게 됐다. 그러나 아직 사명 분쟁은 완전히 마무리된 게 아니다. 대성합동지주가 여전히 항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서다.

대성합동지주 관계자는 "법원이 회사명만 갖고 판단한 것일 뿐 회사의 역사나 정통성 등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판결문을 받아본 후 공식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성가에서 '형제의 난'이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대성산업이 보유한 서울도시가스와 대구도시가스 지분 처리 방식 때문에 빚어진 갈등이 경영권 문제로 불거지면서 형제간 다툼을 벌인 바 있다.

또 고 김수근 창업주의 부인인 고 여귀옥 여사가 세상을 떠났을 당시 100억 원이 넘는 대성산업 보통주 15만2,689주와 부동산 등의 재산분배와 관련해 이견이 생기면서 분쟁을 겪기도 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