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이후 전두환 전대통령에게 받은 6억원 소명도 필요

박근혜(오른쪽) 후보가 2004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자격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해 악수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출마 선언과 맞물려 주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후보 진영은 안 후보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은 일단 정책 대결이 아닌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서는 일체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내부에서는 "매번 얻어맞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는 불만도 새나오고 있다.

그 불만은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측을 향한과거사 공격으로 현실화했다. 안 후보는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힘든 인간적 고뇌는 이해할 수 있지만 대통령후보 자격으로는 정확한 생각을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압박했다.

박 후보측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어두운 과거사를 집중 거론하는 야권 공세에 "과거 퇴행적 발언"이라며 평가절하하지만, 적잖이 당황하는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측도 박 후보 공격에 합세할 게 분명하다. 그럴 경우 민주당 측은 박 후보의 과거사 가운데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연결 부분을 다시 한번 문제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고에서 나간 돈

그것은 박 후보가 32년여 전에 전두환 당시 합동수사본부장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돈 6억원의 성격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1979년 10·26 사태 직후 박 후보는 전두환 당시 합수부장에게 6억원을 받았다.

이와 관련, 박 후보는 1988년 말쯤 국회 내 '5공 비리 조사특위'의 안건으로 올라 있는 청와대 비자금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그 돈(6억원)을 받았다. 문상객의 접대에 한창 경황이 없을 때 청와대 비서실에서 전갈이 왔다. 그리고 앞으로 생활비에 보태 쓰도록 그 돈을 전해 와서 받아 두었는데, 그 다음 날인가 이틀 후에 전두환 합수부장이 찾아와 '그것은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보고된 사항이며 최 대행도 기꺼이 인가했다'고 설명해서 그런 줄 알았다."

박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당 후보 검증청문회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자 "합동수사본부 측에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봉투를 전해줘 감사하게 받았다"면서 "돈의 성격에 대해 공금(公金)이라기보다 격려금으로 주시곤 했던 돈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돈의 성격은 여전히 모호하다. 야권 일각에서는 6억원이라는 거금이 국고에서 비정상적으로 나간 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측은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직후 박 후보가 전 전 합수부장으로부터 생계비 명목으로 받은 6억원은 상속 혹은 증여세 등의 문제가 있다"며 "이 돈의 성격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전 합수부장측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 집무실 금고에서 9억5,000만원을 찾았는데, 6억원은 생계비로 박 후보에게 건넸고 나머지는 수사비 등으로 쓰겠다는 뜻을 박 후보에게 알렸다고 한다.

대두되는 지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 돈이 국고에서 나간 돈인 만큼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 돈이 상속된 것이라면 상속세를 냈어야 하는데,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둔 기간도 파헤칠 듯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당시 박 후보가 받은 6억원의 현재 가치를 계산하면 38억여원이다. 또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운영권도 물려받았다. 그 과정에서 박 후보는 아무런 세금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불법 자금으로 규정하고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권에서 나오는 것이다. 국세청에서 당시 상속세를 징수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징수 시효는 5년이기 때문에 당시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고 해도 지금은 징수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당시 전 전 합수부장이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받아도 된다고 했다. 이 돈에 대한 문제는 전 전 합수부장이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전 전 대통령이 밝혔듯이 그 돈은 청와대 금고에서 나온 돈"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개인 돈이 아니라 통치자금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공금이 분명한데 그 돈을 받았다면 개인이 공금을 유용한 것 아니냐"고 반박한다. 만약 이 돈의 성격이 공금이라면 박 후보는 6억원을 전부 국가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야권은 박 후보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도 문제 삼을 계획이다. 야권은 박 후보가 청와대에서 나와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이른바 '은둔기간'이라 불리는 18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도 뒤져볼 예정이다. 박 후보가 '박정희 육영수 기념사업회'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던 1987년까지 박 후보의 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 없다.

박 후보 측에 따르면 박 후보는 1987년까지 새마음병원을 운영했고, 어린이회관, 정수장학회, 영남대 등 유관단체 일을 계속해왔다. 그 시기는 사실 숨어 지낸 게 아니라 여러 일을 살피느라 정치권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일 뿐이라는 해명이다.

실제로 박 후보는 1980년 4월24일 영남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재단 비리, 전횡, 부정 입학 등을 계기로 교수와 학생들이 퇴진 요구를 벌이자 사퇴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