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등 대선후보 "골목상권 보호"목소리 높이고민주당은 특별법 제정 추진 공정위 감시 전담기관 신설 등 독과점 단속 대폭 강화 예고납품단가 부풀려 돈 빼돌려 업계 '첫 희생양 되나'촉각모마트 정치권 인맥 동원 법안 무력화 로비 추진

서울시가 '의무휴업일 영업제한' 조례를 어긴 코스트코에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한가운데 코스트코 양재점이 지난달 23일 정상운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화두는 서민경제다. 그리고 서민경제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대형마트다.

대형마트의 시장독점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자칫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어 섣불리 손대기 어렵다. 대형마트의 두 얼굴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서민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물가와 직접 맞닿아 있다. 중간마진을 없애 저렴하게 생필품으로 공급하는 등 좋은 점도 있지만 중간마진을 없애는 과정에서 기존의 유통구조를 파괴하고 생산지와 직접 대량거래를 함으로써 영세 상인들의 물량 확보를 어렵게 한다.

말하자면 대형마트는 소비자에게는 친절한 얼굴이지만 경쟁자인 동네 상인들에게는 시장을 독점하는 폭군에 다름 아니다. 서민 소비자와 서민 경쟁자 이 양쪽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다.

일단 정부와 정치권은 서민 소비자보다 대형마트에 희생되는 서민 경쟁자를 우선 구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대형마트의 휴일휴업을 권장하는 등 시장독점을 규제할 여러 방안들을 모색 중이다.

정책적으로 대형마트의 시장독점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대형마트들은 "정부가 마련 중인 방안은 오히려 대형마트를 역차별을 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형마트에 대한 문제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 대선주자들에게로 공이 넘어갈 전망이다. 대선주자들은 서민표를 잡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대형마트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대형마트를 적절히 규제해 시장경제질서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대형마트의 독과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을 예정이다. 대형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대형마트 규제 방안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대형마트 잡기로 민심 잡기

대선후보들은 서민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대형마트 규제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6일 골목상가를 찾아 소형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듣고, 재벌기업, 대기업들이 골목상권을 침범할 수 없도록 규제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자영업자들은 이때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업체의 진출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강북구 자영업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대기업과 중소상인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게 하려면 재벌기업, 대기업, 대형마트의 영업을 적절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후보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 자체를 통제해야 한다"며 "독일과 같은 경우 인근 골목상권, 재래시장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해서 10% 이상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으면 아예 대형마트들에 입점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실업에 도움을 주고, 자영업자도 영업에 실패해 가게 문을 닫게 되면 실업급여를 주는 식의 사회 안전망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 문 후보의 생각이다.

이 자리에서 문 후보는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을 꼬집기도 했다. 문 후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이 너무 대기업과 재벌 중심으로 추진됐다"며 "이제 중소기업, 재래시장 상인, 골목상인을 살리면 중산층과 서민소득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적합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고 이미 진입해 있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이양권고를 유도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대형 유통업체 신고제를 허가제로 바꾸고 주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대한 매출영향평가를 실시, 그 결과에 따라 허가요건을 결정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문 후보는 과징금 현실화와 관련, "의무휴무제를 지키지 않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하루 매출의 100배에 달하는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소 파격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앞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지난달 22일 수원 못골시장을 찾아 대형마트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 안 후보는 이때 "대형마트를 적절히 규제해야 전통시장 상인도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물론 이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면서 "전통시장 스스로 협동조합 등 공동체적 방법으로 혁신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도록 종합적인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안 후보는 "대형마트의 경쟁력은 무엇보다도 싼 가격에서 나온다"며 "그런데 이 싼 가격은 대형마트의 경영 효율화로 인한 부분도 있겠지만,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에게 납품가격 인하를 강요한 결과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대형마트의 횡포를 지적했다.

대형마트는 불공정거래를 용인하는 우리 사회 시스템을 통해 과잉 보호되고 있으며, 이는 곧 전통시장의 희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안 후보는 분석했다.

이어 안 후보는 "이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으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규제와 출점 거리제한 등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런 논의들이 헌법을 지키기 위한 합당한 노력이라고 생각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가장 슬기로운 것인지를 국민과 토론해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 후보와 비교하면 다소 소극적인 느낌이지만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문 후보와 같은 것으로 보인다.

깊어지는 대형마트의 고민

문 후보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형마트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대형마트들의 횡포를 집중 조사해 이를 정식으로 문제 삼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를 비롯해 민주당이 골목상권 지키기 의지를 보이기 위해 '고강도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골목상권에 진출하려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민주당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려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 재벌·대기업으로부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보고 여러 가지 규제방안을 구상 중이다.

대형마트들의 시장독점에 대해 야권이 본격적으로 문제 삼을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 주변에서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문이 감지되고 있다. ○○마트가 납품 받고 있는 농수산물의 단가를 실제 공급단가보다 부풀리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리고 있다는 정보가 민주당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사실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 소문의 내용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 당직자는 "마트의 유통에 대해 잘 아는 이들로부터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정 마트가 유통과정을 생략하고 산지 직거래 방식으로 물건을 공급받는 과정에서 납품단가 부풀리기식으로 비자금을 유통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 왔다"고 말했다.

또 이 당직자는 "현재 이 제보 내용을 사정기관으로 넘겨 조사를 의뢰하고 동시에 우리도 별도 조사반을 구성해 조사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이번 국감에서 납품단가가 불투명하거나 유통과정에 문제가 있는 마트들을 선별한 후 책임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마트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사정기관에서도 내사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정부도 마트들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 신세계 CJ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마트, 백화점, TV홈쇼핑 등에 대한 공정거래 조사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공정위는 다음 달부터 대형유통업체 시장 불공정 행위를 전담하는 유통거래개선과를 새로 만들어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공정위 직제개편안을 최종 확정해 국무회의 의결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바뀌는 공정위 직제개편안은 기존 가맹유통과를 가맹거래개선과와 유통거래개선과로 별도 분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정위는 마트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의 급성장으로 인해 관련 시장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높아지자 가맹유통과를 분리해줄 것을 행안부 등에 요청했다.

직제개편안이 이달 중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공정위는 다음 달부터 유통거래개선과를 가동해 조사ㆍ감독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에 업계는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유통거래개선과가 공식 가동되면 막대한 과징금과 형사고발 등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공정위 조사 횟수와 강도가 예전보다 훨씬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규제는 이제부터

새로 조직이 가동되면 통상적으로 이른바 '시범케이스'가 따른다. 때문에 업계는 첫 희생양이 누가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 규제당국의 조사가 허술하다고 정부의 정책을 문제 삼고 나서서 대형마트에 대한 공정위의 초강력 조치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정희(전북 익산을) 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4일 "정부가 대형마트 '입맛대로' 규제한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지식경제부의 연구용역을 점검한 결과 전통시장 매출의 4분의 1수준에도 못 미치는 신용카드 결제액을 주요 매출로 삼았고 일 단위가 아닌 주 단위 매출 비교를 통해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지경부는 올 6월 8,000만원을 들여 시장조사기관인 AC닐슨 측에 '대형유통업 영업시간 규제 효과 분석 연구'를 의뢰했다. 연구결과 전통시장의 매출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주간이었던 5월 넷째주의 경우 전 주 대비 9.3% 증가했으나 6월 둘째·넷째주간은 오히려 0.7~1.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무휴업 주간의 전통시장 매출은 전 주 대비 특별한 증감을 파악하기 곤란하다는 것이 연구 결과다.

그러나 AC닐슨 측은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로 인한 전통시장의 매출 추이를 분석하기 위해 전국 전통시장 중 신용카드 단말기가 설치돼 있는 5,851개 점포의 현금영수증과 카드 결제액만을 반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시장경영진흥원이 최근 조사한 '2010년 전통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내 신용카드 단말기가 설치된 점포의 비율은 50.2%에 불과하고 신용카드 매출 비중은 18.8%로 현금(78.9%)의 4분의 1수준이다. 특히 대형마트와 겹치는 식품류의 카드 매출은 농산물 9.1%, 수산물 11.6%, 가공식품 12.7%로, 구매단가가 높은 축산물(27.5%)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균보다 낮은 실정이다.

전 의원은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는 극히 제한된 데이터만으로 분석한 탓에 왜곡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며 "일반적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주말에 높고 이후 한동안 구매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의무휴업일과 정상영업일 간 일단위 매출을 비교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대형마트와의 거리도 전통시장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변수인데도 이를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 의원은 "지경부가 표방한 것처럼 객관적이고 공정하기는커녕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의도적인 계산이 깔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8일 국정감사에서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지경부의 명확한 입장과 편협한 연구 결과의 문제점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대형마트를 겨냥함에 따라 후보 3인을 비롯해 정부도 대형마트를 적극적으로 손 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형마트들이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규제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정 마트는 정치권에 마트 규제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A마트는 국회차원에서 마트 규제 관련 법안을 입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정치권 인맥을 동원해 다방면으로 로비를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마트규제가 자유경제시장 법리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A마트는 여러 의원들과 접촉해 "마트 규제는 헌법상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A마트의 활약(?)은 오히려 A마트에 독이 될 조짐이다.

시민단체 등은 A마트가 정치권에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을 접수하고 일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는 A마트의 정치권 로비 활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