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이 있다. 여러 자녀, 작품들 중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깨물었을 때 안 아픈 손가락은 없겠지만 특별히 더 아픈 손가락은 있게 마련이다. 또한 엄지와 검지처럼 자주 쓰는 손가락도 있고 결혼반지를 끼는 약지처럼 특별한 의미가 담긴 손가락도 있다.

이는 대기업 그룹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처럼 그룹의 주력이 되는 계열사가 있는가 하면 삼성에버랜드처럼 경영권 승계에 꼭 필요한 계열사도 있다. 그룹 총수에게는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계열사들이지만 실제 중요도와 의미는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기업그룹에서 계열사들이 지니는 중요도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수많은 평가 방법 중 대표적인 것으로 소속 직원들의 연봉으로 측정하는 방안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그룹 내에서도 특별히 많은 연봉을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면 그 계열사는 해당 그룹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물론 계열사 규모와 업황, 연봉산정방식의 차이 등과 같이 다양한 변인들이 존재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직원 평균 연봉으로 해당 계열사의 그룹 내 중요도가 가늠할 수는 있다.

이에 <주간한국>에서는 공민기업을 제외한 자산순위 상위 10대 그룹 소속의 91개 상장계열사(금융계열사 포함) 공시자료를 통해 계열사별 직원 평균 연봉 현황을 살펴봤다. 기사에서는 분기별 연봉산정방식의 차이로 인한 오차를 줄이기 위해 최근 자료인 2012년 상반기가 아닌 2011년 사업보고서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삼성생명ㆍ현대차 최고 연봉

삼성그룹에서 직원 연봉이 가장 많은 상장계열사는 삼성생명보험이었다. 삼성생명보험 직원들의 2011년 평균 연봉은 8,900만원으로 10대 그룹 상장계열사 중 최고수준이었다.

특히 삼성생명보험에서 일하는 남자 직원들의 경우 평균 연봉이 무려 1억1,400만원에 달했다. 2, 3위 또한 금융계열사가 차지했다. 삼성증권과 삼성화재해상보험 직원들은 지난해 각각 8,460만원, 8,320만원을 가져갔다.

불변의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 직원들의 연봉은 7,760만원으로 삼성그룹 상장계열사 14개사 중 4위를 차지했다.

삼성그룹 상장계열사 중 가장 적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은 호텔신라 직원들이었다. 호텔신라 소속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3,800만원이었다. 다음은 4,300만원을 연봉으로 받는 크레듀 직원들이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에서도 직원 평균 연봉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연봉 1, 2위는 그룹 주력계열사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가 차지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직원들의 지난해 연봉은 각각 8,900만원, 8,400만원이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삼성생명보험과 함께 10대 그룹 상장계열사 직원 평균 연봉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그룹에서 가장 적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은 현대글로비스 직원들이었다. 그러나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그룹 상장계열사 중에서는 직원 연봉이 가장 낮은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5,060만원에 달해 현대차그룹의 위상을 보여줬다. 현대하이스코(5,700만원), 현대비앤지스틸(6,2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SK그룹 상장계열사 중 직원 연봉이 가장 높았던 곳도 금융계열사인 SK증권이었다. SK증권 직원들의 2011년 평균 연봉은 수당 및 복리후생비를 제외하고도 8,519만원에 달했다. 그룹 2위인 SK C&C의 6,700만원과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SK그룹에서 가장 적은 직원 연봉을 기록한 상장계열사는 신소재 및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SKC솔믹스였다. SKC솔믹스의 2011년 직원 연봉은 2,930만원에 불과했다. 10대 그룹 91개 상장계열사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

주력계열사 롯데쇼핑 연봉 낮아

LG그룹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직원 연봉을 받은 상장계열사는 주력사인 LG전자였다. LG전자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 그룹에서 가장 많은 7,100만원의 연봉을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다음은 동일하게 6,300만원씩 기록한 LG화학, LG하우시스, 지투알이 직원 연봉 공동 2위를 기록하며 사이좋게 이름을 올렸다.

LG디스플레이는 LG그룹 상장계열사 중 직원 연봉이 가장 낮은 곳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은 지난해 평균적으로 4,700만원의 연봉을 지급받았다. LG이노텍과 LG생활건강이 각각 4,800만원, 4,87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대표적인 유통ㆍ식음료기업으로 꼽히는 롯데그룹의 경우 직원 연봉 1, 2위 자리는 석유화학산업을 영위하는 호남석유화학, 케이피케미칼이 각각 차지했다.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의 2011년 직원 평균 연봉은 7,340만원, 7,270만원으로 3위인 롯데미도파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롯데그룹 직원들 중 2011년 가장 적은 연봉을 가져간 사람들은 대표계열사인 롯데쇼핑 직원들이었다. 그룹 상장계열사 중 지난해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롯데쇼핑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3,070만원에 불과했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았던 곳은 그룹 대표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830만원씩을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현대미포조선이 7,200만원의 직원 평균 연봉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계열사 실적과 연봉 비례하는 GS

GS그룹 상장계열사 중 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계열사는 지주회사인 (주)GS로 지난해 6,9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 1, 2위를 올린 GS건설, GS리테일이 각각 6,000만원, 4,8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GS그룹 직원들 중 연봉을 가장 적게 받았던 곳은 삼양통상으로 3,310만원이었고 코스모신소재가 3,600만원으로 뒤따랐다. 삼양통상과 코스모신소재는 그룹 상장계열사 중 지난해 매출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실적과 직원 평균 연봉이 비슷한 궤적을 그린 셈이다.

한진그룹에서는 한진해운홀딩스가 7,730만원으로 직원 평균 연봉 1위 자리에 올랐다. 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이 각각 6,930만원, 6,200만원으로 뒤따랐다. 지주회사인 (주)한진의 직원 평균 연봉은 37.1%에 불과했다. 한진해운홀딩스 측은 “사업보고서상 명기된 연봉의 경우 중도 퇴사한 직원까지 포함된 데다 전체 직원(12명) 3분의 1인 임원 4명의 연봉까지 함께 계산된 금액”이라며 “실제로 받는 급여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고 전했다.

한화그룹 상장계열사 중에서는 한화케미칼이 직원들 연봉을 가장 많이 지급했다. 한화케미칼의 직원 평균 연봉은 7,420만원에 달했다. 금융계열사들이 한화케미칼의 뒤를 이었다. 2, 3, 4위를 차지한 한화증권, 한화손해보험, 한화생명보험(구 대한생명보험)의 직원 평균연봉은 각각 7,300만원, 6,350만원, 5,400만원이었다. 한화증권의 경우 삼성증권, SK증권 등 10대그룹의 증권사 중에서는 가장 적은 수준의 직원 평균 연봉을 지급했다.

두산엔진이 두산그룹 상장계열사 중에서 가장 많은 직원 연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엔진의 2011년 직원 평균 연봉은 7,000만원을 기록했다. 지주회사인 (주)두산과 지난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두산중공업이 각각 6,610만원, 6,520만원으로 2, 3위에 올랐다.

두산의 광고업을 전담하는 오리콤이 5,400만원을 기록하며 두산그룹에서 가장 적은 직원 연봉을 기록한 상장계열사가 됐다.

SK그룹 계열사 간 연봉차 2.9배

그렇다면 같은 그룹 내에 있는 상장계열사들의 직원 평균 연봉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까지 차이가 날까? <주간한국>의 조사결과 10대 그룹 내 상장계열사들 간의 직원 평균 연봉 격차가 최대 3배 가까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별 직원 평균 연봉 격차가 가장 큰 곳은 SK그룹이었다. SK그룹 내에서 직원 연봉이 가장 높은 SK증권(8,510만원) 직원들은 가장 낮은 SKC솔믹스(2,930만원) 직원들보다 무려 2.90배나 많은 급여를 받았다.

SK증권의 경우 10대 그룹 상장계열사 중 삼성생명보험과 현대자동차(각 8,900만원)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직원 평균 연봉을 기록한 반면 SKC솔믹스는 해당 명단의 가장 아래쪽에 자리 잡은 까닭이다.

롯데그룹도 계열사별 직원 평균 연봉 격차가 2.39배에 달했다. 롯데그룹의 석유화학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이 지난해 직원들에게 7,340만원을 지급한 반면 롯데쇼핑은 3,070만원만을 줬다. 롯데쇼핑 직원으로 계상된 24,801명 중 7,698명이 계약직이었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별 직원 평균 연봉 격차가 10대 그룹 중 세 번째로 컸던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생명보험이 10대 그룹에서 가장 많은 8,900만원을, 호텔신라는 3,800만원을 직원 연봉으로 책정했다. 호텔신라의 경우 면세점, 호텔 등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의 급여가 낮았던 것이 직원 평균 연봉을 끌어내렸던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두산그룹은 계열사별 직원 평균 연봉 격차가 1.30배에 불과했다. 가장 높은 두산엔진이 7,000만원으로 10대 그룹 직원 평균 연봉 상위권에 간신히 자리매김한데다 그룹에서 가장 낮았던 오리콤도 5,400만원의 준수한 연봉을 지급한 까닭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차그룹도 계열사별 직원 평균 연봉 격차가 크지 않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현대중공업이 7,830만원을 직원 연봉으로 책정한 반면 현대종합상사도 5,520만원을 기록, 1.42배의 격차를 보였다. 현대차그룹도 직원 평균 연봉 최하위인 현대글로비스가 양호한 수준(5,060만원)의 연봉을 지급하며 현대자동차(8,900만원)와의 격차를 1.76배 정도로 만들었다.

계열사 간 연봉 격차와 파업 무관

10대 그룹의 상장계열사별 직원 평균 연봉 격차가 1.30배에서 2.90배까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을 받는 계열사 직원들의 박탈감이 우려됐다.

일각에서는 같은 그룹 내에서도 소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계열사 직원들이 그에 대한 불만으로 파업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10대 그룹 만을 놓고 본다면 결론적으로 계열사별 직원 평균 연봉 격차와 파업과는 별다른 상관관계를 지니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주간한국> 조사 결과 지난해와 올해 10대 그룹 상장계열사들의 파업은 많지 않았다. 업황 악화와 회사 측의 관리능력 강화로 예전보다 파업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10대 그룹 상장계열사 중 2011~2012년에 파업을 벌인 곳은 대부분 현대차그룹에 속해 있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장기간에 걸친 부분 파업 끝에 지난달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골자로 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도 현대ㆍ기아자동차와 함께 금속노조 총파업에 함께한바있다. 현대비앤지스틸 또한 지난 8월 파업으로 창원공장이 중단됐었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들의 파업 목적이 임금과 무관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해당 계열사들이 대부분 그룹에서 중간 이상의 직원 평균 연봉이 책정돼있던 곳이었다는 점에서 계열사 별 직원 평균 연봉 격차와는 큰 관계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이외에 유일하게 파업이 논의됐던 곳은 한진그룹의 상장계열사인 대한항공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 파업을 결의했던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또한 관련 쟁점을 임금이 아닌 근로조건으로 국한했었다.

10대 그룹 계열사 중 근속연수 가장 긴 곳은?

연봉과 함께 직원들의 고용 및 근로조건을 단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치는 평균 근속연수다. 일반적으로 평균 근속연수가 길수록 직원들에 대한 처우가 좋다고 평가된다.

10대 그룹 91개 상장계열사 중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길었던 곳은 현대비앤지스틸이다. 현대비앤지스틸의 평균 근속연수는 20.6년에 달한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한번 몸담으면 20년 이상을 일한다는 뜻이다.

같은 현대차그룹에 속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도 평균 근속연수가 각각 17.6년, 17.2년으로 10대 그룹 상장계열사 중 3, 4위 자리를 차지했다.

현대비앤지스틸의 뒤를 이어 평균 근속연수 2위에 오른 것은 현대중공업(18.2년)이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현대정보기술과 케이피케미칼이 각각 16.0년, 15.8년으로 5, 6위에 올랐다.

평균 근속연수가 눈에 띄게 짧은 곳들은 대부분 설립연도 혹은 해당 그룹 편입연도가 10년 안쪽인 계열사들이었다. 평균 근속연수가 2.3년으로 10대 그룹 상장계열사 중 가장 짧았던 SKC솔믹스는 지난 2008년 SK그룹에 인수, SKC솔믹스로 거듭났다. 평균 근속연수 3.5년, 4.6년의 (주)LG와 (주)GS 또한 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2003년과 2005년 각각 탄생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