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의 기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서울시의 행정처분을 무시하고 주말 영업을 강행한 게 단초가 됐다. 국내 대형마트들이 행정소송을 통해 주말 영업을 시작하자 여기에 '숟가락'을 얹은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코스트코에 두 차례에 걸친 고강도 점검을 단행했다.

서울시와 코스트코의 전쟁에서는 승자가 있을 수 없다. 양측 모두 피투성이가 되고 있다. 코스트코는 '배짱영업'으로 미운털이 박혔고, 서울시는 꼬투리를 잡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그럼에도 양측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업계에선 양측간의 전쟁 '이면'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시가 코스트코를 압박하는 건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인 노림수가 배경이 아니냐는 게 주된 내용이다. 대체 무슨 얘기일까.

힘겨루기 양측 모두 상처뿐

서울시와 코스트코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갈등은 코스트코가 휴일 영업을 강행하면서 시작됐다. 코스트코는 지난 4월 유통산업발전법 발효 이후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 강제됨에 따라 업체들은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에 휴업을 해왔다. 그러나 코스트코는 이에 해당되는 9월9일과 9월23일 두 차례 연속으로 매장 문을 열었다.

코스트코가 영업을 재개한 건 다른 대형마트들이 낸 '일요휴무제 도입 조례 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다시 일요일에 영업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스트코도 슬그머니 일요일 영업을 재개했다.

코스트코는 "법률을 적용할 때 그 법률의 영향을 받는 유사한 당사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민사소송법상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당사자는 소송 결과의 영향을 받을 수 없다. 이에 서울시는 코스트코에 의무휴업을 종용했다.

그럼에도 코스트코가 일요일 영업을 계속하자 서울시는 지난 10일 이들 3개 영업점에 직원 39명을 투입해 41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해냈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아랑곳 않고 영업을 계속했다. 잔뜩 뿔이 난 서울시는 지난 14일 강도 높은 2차 단속을 벌였다. 이날 점검에는 14건의 위법 사항을 적발됐다.

적발된 내용은 '주ㆍ정차 금지구역 위반', '휴대용 비상조명등 미점등', '냉장육 보관온도 위반' 등이었다. 어떤 대형마트라도 '털면 나오는' 경미한 수준의 불법 사례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서울시가 사실상 '보복성 단속'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일로 양측 모두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코스트코는 행정소송도 내지 않고 미국 본사의 방침이라며 배짱 영업으로 일관하다 서울시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서울시는 이번 일로 엉뚱한 트집을 잡았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갈등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한미 FTA 이슈화 목적?

일단 이번 일은 서울시의 코스트코 길들이기나 양측간의 기싸움 정도로 비쳐진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조금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인' 목적이 코스트코 압박의 배경 아니냐는 것이다.

의혹의 핵심은 투자자국가소송제(ISD)다. ISD는 해외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ㆍ정책 등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IDS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당시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ISD 조항이 공공 부문에 대한 정부의 정당한 규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과 정부는 한미 FTA 협정문에 '안전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에 피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맞섰다. 그러나 ISD는 여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결국 FTA에 포함됐다.

아직까지 ISD 사례는 없다. 그 첫 사례를 만들기 위해 서울시가 코스트코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게 여러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요휴무제 건은 조례 절차가 무효 처리돼 코스트코가 소송을 걸면 속전속결로 끝날 일"이라며 "변호사 출신의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서울시가 코스트코의 ISD를 이끌어내려는 인상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가 세간의 눈총을 감수하면서까지 강공을 펼치는 이유가 ISD 조항의 적용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함이 아니냐는 주장을 펼쳤다.

이 관계자는 "한미 FTA에서 ISD 조항이 적용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차별적 정책'으로 해외기업이 국내기업과 달리 불리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서울시가 비판을 무릎 쓰고 꼬투리 잡기에 나선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야당에 유리한 조건?

그렇다면 ISD를 이끌어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은 뭘까. 업계에선 먼저 "야당이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ISD의 재협상을 이끌어 내기 위한 행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여기에 "한미FTA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나아가 12월 대선에서 야당에 유리한 여건을 만들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시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런 의혹과 관련, 서울시는 절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스트코가 국내법을 어기고 배짱영업을 벌여 단속을 하는 것뿐"이라며 "정치적인 배경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코스트코는 ISD조항을 근거로 국제상사분쟁재판소에 끌고 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 국회, 구청과의 대화나 합의를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코스트코가 ISD를 끝내 배제하는 것을 두고서도 업계는 "정치적 배경을 고려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