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P&G에서 수입, 판매하는 섬유유연제 '다우니(downy)'의 출시 행사. 다우니의 일부제품에서 유독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한국P&G와 시민단체 간 공방이 여전하다. 한국P&G의 섬유유연제 '다우니'에서 유독물질인 글루타알데히드가 나온 걸 두고서다.

양측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면서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그만큼 이들의 '힘겨루기'는 매듭이 지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이번 일의 결론은 기술표준원에 의해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표준원은 현재 섬유유연제 등 생활화학용품의 위해성을 재평가 중이다. 그 결과에 따라 한국P&G의 희비가 갈리게 되는 셈이다.

한국P&G "문제 없다"

한국P&G와 시민단체의 공방이 치열하다. 먼저 포문을 연 건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이다. 소시모는 지난 9일 한국P&G에서 수입, 판매하는 섬유유연제 '다우니'의 일부 제품에서 유독물질인 글루타알데히드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소독용과 방부제로 사용되는 글루타알데히드는 독성이 강해서 모든 점막을 자극하고 두통, 졸림, 어지러움 등을 유발하는 성분이다.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 접촉성 피부염, 천식 등에 걸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유독물질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소시모의 발표 이후 한국P&G는 발칵 뒤집혔다. 소비자들로부터 환불이나 교환, 자발적 리콜 요구가 거세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불매운동 조짐마저도 보였다.

그럼에도 한국P&G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관했다. 한국P&G는 여러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내고 '다우니는 안전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또 환불ㆍ교환 불가 방침을 고수했으며 자발적 리콜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2일에는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으로부터 "안전성을 확인받았다"며 다음날인 13일부터 대형마트에서 판매를 재개했다.

이어 한국 P&G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기술표준원으로부터 다우니가 현행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른 섬유유연제 안전기준에 적합한 제품임을 확인받았다"며 "다우니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소비자의 이해"라고 밝혔다.

소시모와 2차 공방전

이런 소시모는 총구를 다시 한국P&G에 겨눴다. 소시모는 지난 17일 "한국P&G의 섬유유연제 '다우니의 안전성을 확인받았다'는 해명에 대해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P&G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소시모는 "한국P&G가 기술표준원으로부터 '다우니의 안전성을 확인받았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기술표준원의 입장을 확인한 결과, 기술표준원이 한국P&G에 보낸 문서 어느 곳에도 안전하다는 문구를 쓴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시모는 "기술표준원이 다우니 제품에 사용된 글루타알데히드는 섬유유연제의 KC자율안전확인 유기성 유해물질 기준 마련 당시 국내에서 사용된 물질이 아니어서 기준에 미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다우니 제품을 현행 섬유유연제 안전기준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이것은 다우니 제품의 안전성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준 것은 아니라고 답변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한국P&G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다시 대응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P&G는 "소시모는 더 이상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소비자의 불안과 혼란을 부추기자 말라"고 촉구했다.

한국P&G는 "지난 7월 소시모로부터 자료 요청을 받아 글루타알데히드를 방부제로 쓰고 있음을 먼저 밝혔다"며 "소시모가 마치 자체 분석을 통해 글루타알데히드 함유 여부를 밝혀낸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한국P&G는 "정부가 정한 안전기준에 적합한 제품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라며 "안전성 문제가 있는 것처럼 또다시 자료를 배포한 것은 소비자의 불안과 혼돈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위해성 재평가 결과 주목

이처럼 양측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당연히 해결이 쉬울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해결의 열쇠는 기술표준원이 쥐고 있는 셈이다.

기술표준원은 현재 '생활화학용품 안전관리 종합계획'에 따라 섬유유연제 등 생활화학용품의 위해성을 재평가하고 있다. 만일 글루타알데히드가 포함된 섬유유연제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이 확인되면 안전기준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그 결과에 따라 한국P&G의 희비가 갈리게 되는 셈이다.

이는 '다우니'의 유해성 논란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 특성상 불안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번 공방전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차가운 이유다.

그럼에도 한국P&G가 '다우니'는 안전하다는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않은 채 "기준에 부합하니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 사이 한국P&G가 쌓아 올린 이미지는 점차 추락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한국P&G가 자칫 피죤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30년간 섬유유연제 업계 1위로 군림하던 피죤은 청부폭행사건으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시장 점유율도 반토막나는 비운을 겪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