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업형 룸살롱이 사정기관에 적발돼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어제오늘내일'이라는 상호를 내건 이 업소는 일명 YTT라고 불렸다.

이 업소는 호텔과 연계해 조직적으로 성매매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YTT는 지하 3개 층으로 구성돼 있고 룸 182개 그리고 종업원은 1,000여명에 달해 놀라움을 더했다.

이 업소의 적발은 과거 정부가 추진했고 그 성과를 자랑했던 성매매특별법이 무색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사정 당국은 YTT처럼 초대형 업소는 아니지만 중대형 규모의 유사 업소와 소형규모의 업소까지 합치면 아직도 수천 개의 업소가 전국적으로 은밀히 운영되고 있을 것으로 보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단속이 강화되고 유흥업소 운영실태를 집중 감시한다고 해도 성매매를 단속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몇 가지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 문제를 논할 때 부딪히는 의견들을 보면 업소들이 문제냐,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문제냐 아니면 성매수를 하는 남성들이 문제냐 하는 것들이다. 이 논쟁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다. 어떤 이들이 "제도, 여성, 남성 모두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다.

총체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어쩌면 남성이 존재하는 한 성매매 문제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진리일지 모를 일이다. 경제논리에서 보면 먼저 수요가 없어야 공급이 없어지는 게 맞다. 그런 관점에서 수요가 줄지 않기 때문에 공급도 끊이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수요를 차단하면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수요를 차단할 수는 없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공급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급차단도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잠재적 수요까지 감안해 쉴 새 없이 공급자가 생겨나고 있어서다. 성매매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것은 사회적 구조가 공급자의 수를 점점 늘어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은 돈을 위한 수단

<주간한국>은 업소의 은밀한 성매매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몇 군데 업소를 찾아가 보았다. 현장에서 성매매 여성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실태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난 25일 자정을 넘긴 시간. 강남 청담동에 위치한 한 업소를 찾아가 보았다. ○○빌딩 지하에 두 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 이 업소는 겉으로 보기와 달리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 업소를 찾아갈 때 업소를 찾지 못해 한 시간 가량을 업소 주변에서 맴돌았다. 이 업소는 간판도 없고 더구나 이 업소가 자리한 건물 입구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이에 문제의 업소가 존재하지 않는 줄 알고 다른 곳을 찾아 다닌 것이다.

전화를 통해 "빌딩 입구 바로 옆에 조그만 스위치를 누르면 사람이 나갈 것"이라는 업소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서야 비로소 업소를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성인 네 명이 탈 수 있는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업소가 있는 지하로 내려갔다. 업소로 들어서자 그곳은 별천지였다. 고요한 겉모습과 달리 업소 안은 종업원과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업소에 협조요청을 거듭한 끝에 겨우 여종업원 세 명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대학교를 다니다가 휴학 중이라는 A양은 22세라고 했다. A양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밝은 얼굴이었다. 왜 업소 일을 하냐는 물음에 A양은 "필요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당연한 듯이 말했다.

A양은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이 일을 하고 있지만 학교 졸업하면 아예 이 일을 본격적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A양은 "누구나 돈을 벌려고 직장에 다니는데 나도 마찬가지"라며 "내 생각에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일이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을 알면 안 되지 않는냐"는 물음에 A양은 "자기가 하는 일을 꼭 부모님께 일일이 말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돈 잘 벌어서 행복하고 좋으면 그 뿐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앞으로 희망에 대해 "이 일은 젊을 때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나중에 나이 들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며 "지금 생각에는 식당 같은 장사를 하거나 대학교에서 한 공부를 이어 공부를 좀 더 한 다음에 디자인 쪽 일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A양의 동료인 B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B양 역시 이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짧은 시간에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라고 했다. B양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 일을 선택했다고 한다. B양에 따르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 중 상당수가 대학교 휴학생이거나 재학생이다. 업소에서 일하는 사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빨리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이 일은 한다는 게 B양의 설명이다.

성매매 프리랜서들

같이 대화를 나눈 C양은 남자친구도 있었다. C양은 "남자친구는 내가 업소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해해 준다. 숙취해소제를 박스로 사주기도 한다"며 "하지만 이곳에서 2차 영업(성매매)을 하는 것은 모르고 있다. 가끔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어차피 내 사정을 남자친구에게 100% 다 말하면서 사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대부분의 여성들도 내용은 다르지만 뭔가를 숨기고 결혼하는 여성들도 많지 않나"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특정 업소에 소속돼 일하는 게 아니라 프리랜서 개념으로 일하는 여성들도 상당하다.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 중에는 한 두 달 돈을 벌고 나갔다가 다시 돈이 필요하면 업소에 와서 또 한 두 달 일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이 일만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또 이 일을 하기 위해 방학기간 동안 성형수술을 하고 몸매관리를 하는 이들도 있다. B양의 말을 들어 보면 성형수술은 돈을 벌기 위한 일종의 투자다.

B양은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 중에는 업소에서 일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는 이들이 많다"라며 "학교 다닐 때 성형 수술을 해서 외모를 가꾼 뒤 업소에 나가 큰돈을 버는 친구를 봤다. 그 친구를 부러워하는 애들이 많았다. 나도 부러워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경우"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일을 하려는 여성들이 많은 배경에는 취업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었다. C양은 "요즘은 취업을 하려면 정말 힘들고 돈도 많이 든다. 취업을 위해 다녀야 하는 학원도 많고 스펙을 쌓기 위해 외국에서 연수라도 받아야 한다"며 "대부분 취업이 불안하니까 자기 스스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려면 자기자본이 있어야 하는데 가정 사정은 또 그게 뒷받침되지 않고 게다가 여자니까 선택의 폭이 좁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성매매가 가능한 유흥업소를 통해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