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 문선명' 통일교는?문선명 사후 내부 잡음 한학자 총재 특별집회서 "초심으로 돌아가라"강하게 내부 개혁 요구 선문대 이사장 사임 등 재정비 앞장서며 의지 밝혀

문형진 회장.
통일교 내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주변에서는 통일교가 문선명 총재 사후 조직 재정비 작업에 착수했다거나 를 중심으로 조직이 개편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형제들 간의 갈등도 더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통일교 측은 이러한 관측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언급됐던 '왕자의 난'이나 '파벌싸움'과 같은 표현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게 통일교 측의 주장이다.

통일교 측은 "일각에서 한 총재의 최근 발언과 조직개편 상황을 두고 여러 추측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고 일반적인 관행에 따른 움직임"이라고 말한다.

통일교의 미래를 말하다.

문선명 총재가 지난 9월 3일 타계한 이후 통일교는 문 총재 사후에 대비해 그동안 마련했던 여러 대안을 하나 둘씩 실행중이다. 무엇보다 누가 문 총재 뒤를 이을 것인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 조직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학자 총재
일단 현재 조직은 문 총재의 부인인 한 총재를 중심으로 꾸려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 총재는 조직의 기강을 다잡겠다는 듯 최근 강한 어조로 내부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 총재가 공식석상에서 조직을 강하게 비판한 적은 극히 드물다. 이는 한 총재가 강도 높은 개혁드라이브 걸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월 30일 오후 1시경 천정궁 훈독회실에서 약 200여명의 간부들이 모인 가운데 특별집회가 개최됐다. 주관은 한 총재였다. 이 자리에서 한 총재는 통일교가 초기형태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통일교는 초심을 잃었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한 총재는 "어떻게 하면 신령과 진리로 부흥되는 초창기 통일교회로 돌아갈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원리말씀이 끊이지 않고, 말씀을 듣고 축복 받으려고 하는 젊은이들로 북적대는 그런 교회가 될 수는 없나"하고 한탄했다고 전해진다.

또 한 총재는 "유효원 협회장은 매일 16시간씩 원리말씀을 전했다. 그렇게 힘들고 몸이 불편한데도 생명을 걸고 말씀을 전했던 그 시절과 같은 통일교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새식구가 늘어나는 교회, 생동감 넘치는 교회를 어떻게 만들까를 놓고 잠을 자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다. 아버님이 펼치신 일들이 너무 광대한데, 그걸 아버님의 뜻 맞게 보전해드리지 못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발표하려고 했으나 하루가 시간이 급하다. 그래서 미국에 보냈던 세계회장이 돌아왔기에 하루라도 빨리 발표한다. 초창기 유효원 협회장이 열정으로 강의하던 그때와 같은 통일교회를 만들고 싶어서 발표를 해야겠다"고 밝히며 인사 개편의 의지를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한 총재는 과거 통일교의 부흥기를 떠올리며 간부들을 질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재는 "한 사람이라도 말씀을 듣게 하려고 몸부림치면서 사람을 교회로 데리고 오던 그 시절을 다시 만들고 싶다"면서 일할 사람이 드물고,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고 60∼70대가 대부분인 현실을 애통해 했다고 한다.

정치권 통일교 움직임 촉각

특히 한 총재는 "나는 선문대 이사장직을 사임할 것"이라고 말하며 개혁의 선봉장으로 먼저 행동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교회 일에 전념하기 위한 조치임과 동시에 고위직 인사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강력하게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 총재는 조직의 구심점은 자신으로 하면서 통일교의 핵심적 운영 사항을 7남인 문형진 회장에게 맡기는 조치를 취했다. 한 총재는 문 총재 성화식 직후 바로 문 회장에 세계회장과 함께 미국 회장을 겸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위원회는 문 회장을 미국 교회 회장 및 CEO로 승인을 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통일교 주변에서는 문 회장과 문국진 이사장에 대한 경질성 인사조치도 단행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통일교 측은 "문 회장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고 경질성 인사는 계획에도 없고 현재로서는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추측"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총재의 통일교 개혁에 대한 의지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추진된 일련의 인사조치가 그 근거다. 이와함께 한 총재는 현재 통일교의 운영실태를 강하게 질타했다고 한다.

한 총재는 문 총재가 이용하던 헬기를 팔겠다고 밝히면서 "그걸 팔아서 2세를 수습해야겠다. 지금 일할 수 있는 2세가 100명뿐이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고 한탄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총재는 전도에 총력을 다하면서 통일교가 개척자의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통일교의 이같은 움직임에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일교는 북한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대선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각 캠프는 판단하고 있다. 대선 캠프에서 통일교 관련 여러 행사에 참여하는 등 통일교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배경에서다.

하지만 정치권은 그동안 형제들 간의 갈등을 비롯한 안팎의 여러 잡음들 로 인해 통일교와 거리를 둬왔다. 때문에 최근 통일교의 개혁 움직임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 등 정치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한다. 향후 통일교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정치권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통일교 측은 그러한 관측에 대해 문 총재 사후 한 총재를 중심으로 통일교의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개혁에 나서는 것이며 '정치'와는 무관한다는 입장이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