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원 LIG그룹 회장
구씨 일가 "실무자 책임"

이 결국 철창행을 피하지 못했다. 구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오춘석 ㈜LIG 대표이사, 정종오 전 LIG건설 경영지원본부장과 함께 구속됐다. 1,800억원대의 LIG건설 기업어음(CP)을 사기발행한 혐의다. 이들은 또 CP발행을 위해 1,5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재무재표를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본격적인 수사에 앞서 검찰은 LIG그룹의 CP 사기발행 관련 첩보를 입수, 계좌추적과 실무자 소환 등 내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9월19일 LIG그룹 본사와 LIG건설, LIG넥스원 등 계열사, 구 회장 부자의 자택과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수사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방증이었다.

이후 과 장남 , 차남 구본엽 LIG건설 전 부사장 등은 차례로 검찰에 출석해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오너일가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총출동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고의성'이었다. 회사의 재무상태가 극히 좋지 않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CP를 발행했는지 여부에 따라 유ㆍ무죄가 결정 나는 셈이다. 만일 사전에 이를 알았다면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된다. 구 회장 일가는 "실무자가 한 일"이라며 책임을 넘겼다. 이번 일로 1,300억원대의 피해를 입은 700여명의 투자자들로서는 기가 차는 답변이었다.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법원 "범죄혐의 소명"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전날 구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위현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분식회계와 사기적 CP 발행으로 선의의 피해자들을 양산한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피의자들의 회사 내 지위 및 영향력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실제, LIG건설은 2010년부터 단기차입금 1,800억원, 총차입금 4,242억원으로 통상적인 건설 사업만으로 재무상태를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재계에서 "이미 2010년부터 LIG건설의 법정관리를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구씨 일가가 이런 무리수를 둔 까닭은 뭘까. 검찰은 그룹 오너 일가가 풋옵션 계약으로 LIG건설에 거액의 투자를 받으면서 담보로 제공한 LIG넥스원(25%), LIG손해보험(15.98%) 주식을 되찾아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휘봉을 쥐고 있기 위해 서민들의 쌈짓돈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셈이다.

검찰 수사 이제 '스타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일단 차남이 구속됐지만 아직 수사는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신병을 확보한 구 부회장 등을 상대로 계열사 부당 지원이나 비자금 조성 의혹, 이전에 발행된 CP까지 전면적인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법조계에서 "이제부터가 시작"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다음 철창행이 누가 될 것인가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상 아버지와 아들을 동시에 구속하지는 않는 관례를 감안하면 구자원 회장은 비교적 안전하다. 반면 구본엽 전 부사장은 사정이 다르다. 만일 그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LIG 오너가는 형제가 나란히 수감되는 비운을 겪게 된다. 당연히 회사 경영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번 사건과 관련, LIG그룹 관계자는 "별다른 입장은 없다"면서도 "검찰수사에 충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IG그룹은 LG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고 구철회 회장이 LG화재를 계열 분리시키면서 LG그룹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중견그룹이다. LIG그룹은 2006년 건영, 2009년 한보건설을 각각 인수ㆍ합병하며 건설업에 진출했다.


LIG건설의 기업어음(CP) 부당발행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윤석열)는 지난 9월19일 LIG그룹 본사와 계열사, 회장 일가 자택 등 10여 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