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배터리·휴대폰 등에 대우·현대 상표 빌려주고 연 수십억원 사용료

국내 종합상사들이 자사 브랜드를 자사가 취급하는 물품에 붙여 제품을 공급하거나 브랜드 자체를 해외 제조업체에 빌려주는 사업모델로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인터내셔널은 글로벌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대우' 브랜드를 활용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브레이크, 자동차용 배터리 등 부품과 소형 가전제품 등 고객사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공급하는 제품에 대우 브랜드를 새겨 넣는 것이다. 대우인터는 OEM 사업과 더불어 단순 브랜드 대여사업으로 지난 2002년부터 매년 평균 3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우인터는 브랜드 사용료를 개별계약에 따라 일정 금액으로 책정하거나 제품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산정하고 있다.

과거 대우일렉트로닉스에 대우 브랜드를 빌려주는 실무작업을 주도했던 이영선 대우인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지사장은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브랜드를 새로 만들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 부담이 크지만 살아 있는 브랜드를 활용하면 비용도 적게 들 뿐 아니라 기대 효과도 크다"며 "최근 아프리카 현지에서 대우 브랜드를 요구하는 업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각종 자동차부품 사업으로 연간 7억~8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대우인터는 관련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선 브랜드 마케팅의 타깃을 자동차 부품사들로 잡고 있다. 대우인터는 이후 일반 소비재 등으로 사업의 외연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종합상사도 글로벌 기업 '현대'의 브랜드 파워를 세계시장에서 발굴한 가전∙정보통신 중심의 고부가가치 신제품에 결합시키는 글로벌 아웃소싱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 사업품목은 디지털 영상기기 및 음향기기, 생활전자 및 정보통신 제품 등이다. 대우인터가 제조업체에 특정 제품의 생산을 지시하고 판매처까지 지정해주는 형태의 비즈니스인 반면 현대종합상사는 제조 및 판매 전반을 제조사에 일임하는 구조라는 게 양사의 주된 브랜드 사업 차이점이다.

현대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 현대그룹이 분리되면서 각 사가 수행했던 사업분야 상표권을 각각 소유 및 관리하고 있다"며 "우리 회사는 상사 특성상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브랜드 소유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의 경우 브랜드를 자체 육성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SK네트웍스는 2008년 오브제를 인수해 패션사업에 뛰어든 뒤 오브제가 보유한 브랜드인 오즈세컨으로 글로벌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예전과 달리 현재 이렇다 할 브랜드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 세일은 단순히 브랜드를 사고파는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며 "브랜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팔린 브랜드라도 영원히 그 회사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만큼 파트너를 찾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