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앞두고 분주한 금융가, 벌써 대선 모드로차기 대통령 따라 상부층 무더기 교체 예상부행장·부서장도 움직임 빨라져금융 관련법 수술 등도 민감한 반응

김석동(가운데) 금융위원장과 권혁세(오른쪽 세번째)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월 은행회관에서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과 회동, 기념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새로운 인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금융산업은 철저하게 '정치 금융'이 됐다. 주요 금융지주회사의 상부층은 물론 금융 당국과 주요 공기업, 하물며 한국은행에까지 대통령 측근 인물들의 세가 영향을 미쳤다. 금융계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현 정권만큼 금융계에 '정실 인사'가 넓게 포진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 때문일까. 대통령 선거가 임박하고 주요 대선 후보들의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기도 전에 금융산업은 빠르게 '대선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일부 금융계 인사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통령 후보의 캠프에 줄을 대는 모습이 눈에 띄고 일부 현직 CEO들은 연임을 위해 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내년 봄 주총에서 주요 은행의 CEO가 무더기로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경제민주화의 흐름을 타고 각 후보들이 금산분리 강화를 외치면서 주주들도 어느 때보다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위원회 해체론을 골자로 한 금융감독체계 개편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금융계 전체가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5년 전과 분위기 다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현 대선국면이 지난 2007년과 확연하게 다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5년 전에는 금융경쟁력 강화에 방점이 찍혀 금산분리 규제 완화 등 금융산업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논의가 많았던 반면 지금은 금융소비자보호 등 금융산업의 규제 강화의 목소리가 많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확실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작용하고 있다"면서 "'금융산업의 자율강화'를 외치는 대선 후보가 없다는 게 솔직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대선 후보는 모두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금융감독원과는 분리된 별개의 기구설치를 내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와 맞물리면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신설하는 것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금융계 상부층에 교체 바람이 불기 전에 감독 당국에서부터 대선의 파고에 휩쓸리고 있는 것이다. 관료 사회 안팎에서는 이미 차기 금융 당국 수장에 대한 후보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금융지배구조 부문에 대한 수술 범위가 훨씬 넓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관련 법을 금융위원회가 제출했지만 최근의 분위기라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에 더 엄격한 잣대를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자본이 갖는 은행지분을 4%로 더 낮추는 것이나 보험이나 증권 등의 금융산업에 대해서도 지분제한을 하는 등 대주주의 적격성의 규제를 높이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얘기다.

고위층 인사 구도에 영향 줄지 촉각

대선이 다가오자 금융계에서는 "일반 시중은행의 모씨가 행장이 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돌고 있다. 민간 은행임에도 대선 결과가 CEO 선임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이는 이명박 정부 초기에 금융공기업은 물론 금융계 CEO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토대로 하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금융공기업 CEO의 '전원 사표-선별수리'의 방침이 금융계에 퍼지기도 했다. 산업은행부터 기업은행ㆍ수출입은행ㆍ한국투자공사ㆍ신용보증기금ㆍ기술보증기금ㆍ증권예탁결제원 등이 해당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정부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는 물론 산하의 은행장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 변화로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시 '전원사표-선별수리'는 정설로 받아들여졌고 실제 CEO 등의 교체로 이어졌고 민간 금융기관의 수장도 이 대통령의 측근이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면서 "그때의 경험이 이번에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계의 수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부행장은 물론 주요 부서장의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벌써부터 대선 후보는 물론 캠프의 성향을 파악하고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