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대 기업 CEO 출신대학 분석

국내 비SKY 출신 34명, 해외 대학 출신은 11명
매출·일자리 비SKY 합쳐도 서울대 출신 CEO 기업 못미쳐
신한은행장 뜻밖 역사 전공
비SKY 중 최다는 한양대, 6명 모두 공학도
한국지엠·르노삼성차는 해외대 출신 외국인 CEO

201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본격적인 입시전쟁이 시작됐다.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대학 진학을 위해 수험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성적에 맞는 대학 선택에 집중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개성과 창의력의 중요성이 떠오르는 요즘 시대에도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여전히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지름길이 된다. 이는 정ㆍ관ㆍ재계를 주름잡는 주요 인사들 대부분이 국내외 명문대 출신인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주요 대학 출신 CEO가 이끄는 기업들은 매출과 일자리를 창출하며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에 <주간한국>에서는 국내 100대 기업 CEO들의 출신대학을 살펴보고 이들이 지난해 창출한 매출과 일자리 현황을 살펴봤다.

서울대 출신이 매출 33% 올려

주요기업 대표이사들이 가장 많이 나온 대학교는 예상대로 서울대였다. 100대 기업 CEO 중 28명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출신 CEO가 가장 많은 데다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권오현 부회장이 포함된 까닭에 매출 비중도 높았다. 서울대 출신 CEO가 이끄는 기업들이 지난해 창출한 매출은 443조9,255억원에 달했다. 100대 기업 전체 매출 1,348조2,603억원의 32.9%에 달한다. 창출한 일자리 비중은 더욱 높았다. 지난해 기준 서울대 출신 CEO가 속한 기업들의 상시 종업원수는 34만2,357명으로 100대 기업 전체(85만3,005명)의 40.1%나 됐다.

서울대에 이어 100대 기업 CEO를 많이 배출한 곳은 각각 16명, 11명을 기록한 연세대, 고려대였다. 매출과 상시 종업원수도 연세대, 고려대 순이었다. 연세대, 고려대는 지난해 224조3,981억원, 145조1,6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00대 기업 전체 매출의 16.6%, 10.8% 수준이다. 상시 종업원수는 연세대가 7만3,152명, 고려대가 7만2,684명으로 전체의 8.6%, 8.5% 정도였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소위 'SKY'라고 불리는 상위 3개 대학을 제외한 곳은 모두 합해 45명의 CEO를 배출했다. 국내 대학 출신이 34명, 해외 대학 출신이 11명이다. 총 34개의 국내 소재 비SKY 대학들은 지난해 412조3,312억원의 매출, 28만8,823명의 상시 종업원수를 기록했다. 출신 CEO들이 창출한 매출과 일자리를 놓고 볼 경우 비SKY 대학들을 모두 합해도 서울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100대 기업에 국한된 조사지만 CEO들의 출신이 서울대를 비롯한 SKY에 편중돼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이끄는 권오현 부회장

서울대 출신의 대표적인 100대 기업 CEO로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꼽을 수 있다. 권 부회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와 스탠퍼드대에서 각각 전기공학 석ㆍ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초 부품 부문만을 총괄해오던 권 부회장은 함께 투톱체제를 구축해왔던 최지성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장으로 선임된 이후 삼성전자를 홀로 이끌고 있다. 그룹의 총수는 이건희 회장이지만 재계 1위인 삼성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87%(3분기 누적 기준)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이니만큼 권 부회장이 가지는 위상은 각별하다. 실제로 권 부회장 단독체제를 맞이한 올해 3분기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인 매출 52조1,000억원,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도 서울대 출신이다. 정 회장은 서울대 공업교육과를 마치고 순천대 금속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취임 이후 포스코 계열사의 절반가량을 편입시키며 그룹의 덩치를 키운 정 회장이지만 신규계열사 대부분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역풍을 맡고 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나왔다. 구 부회장이 LG전자의 대표이사를 맡은 2010년 이후 회사는 스마트폰 체제 전환에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LG전자와 함께 그룹의 매출을 책임지고 있는 LG화학, LG유플러스의 김반석, 이상철 부회장도 서울대 출신이다. 김 부회장, 이 부회장은 각각 서울대 화학공학과,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출신 총 16명

100대 기업 CEO 중 연세대 출신은 총 16명이다. 이중 맡고 있는 기업순위가 가장 앞선 사람은 박봉균 SK에너지 사장이었다. 박 사장은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같은 학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경기침체 및 석유제품가격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지난 2분기 큰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업황이 회복된 3분기에 들어서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도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나왔다. 외국인이 CEO를 맡고 있는 S-OIL을 제외하면 3개의 정유사 CEO 중 2명이 연세대 화학공학과 출신인 셈이다. 1994년부터 GS칼텍스호의 선장을 맡아오고 있는 허 회장은 국제 정유업계에서 '미스터 오일'이라고 불릴 만큼 관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의 실적을 거두며 삼성전자에 이어 2번째 '200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던 GS칼텍스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SK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업황악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실적 부진을 겪었다.

한진해운을 이끌고 있는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20여년 동안 씨티은행에서 경력을 쌓으며 '금융통'으로 불리는 김 사장은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 타계 이후 최은영 회장을 보좌하며 몇 년째 불안한 해운업계 시황에 유동성 확보와 경영 합리화를 적극 추진하는 등 사실상 한진해운의 살림을 도맡고 있다.

경영학과 출신 많은 고려대

고려대 출신 100대 기업 CEO 중에는 경영학과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다. 허창수 GS건설 회장, 구자열 LS전선 회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 등이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중 GS그룹을 이끌고 있는 허 회장에 이어 구 회장마저 최근 LS그룹 총수에 오르면서 학과를 빛내게 됐다. 이 부회장은 올해 3월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으로 재선임된 경우다. 지난해 포스코 패밀리와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공로가 컸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기업 CEO로서는 드물게 역사를 전공했다. 고려대 사학과 출신의 서 행장은 1983년 신한은행에 입사한 이후 꾸준히 승진, 2010년 마침내 행장에 올랐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어수선했던 신한은행을 다잡고 지난해 역대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성대·동대·외대도 4명씩

100대 기업 CEO 중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SKY'를 제외한 기타 국내대학 출신 CEO는 총 34명이다. 이중 한양대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고 성균관대와 동국대, 한국외국어대 출신이 각각 4명씩으로 뒤를 이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정 회장은 2000년 벌어진 현대가 '왕자의 난'을 계기로 현대자동차를 비롯, 10여 개의 계열사를 이끌고 독립했다. 정 회장이 맡은 지 불과 13년 만에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자동차업계 빅5를 바라보는 대형 회사가 됐다. 2009년부터 포스코건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동화 부회장도 한양대 출신이다.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정동화 부회장은 1976년 포스코에 입사한 이후 철강 외길인생을 걸어왔다.

공과대학이 강한 한양대 출신의 100대 기업 CEO는 모두 공학도였다. 정몽구 회장, 정동화 부회장 이외에도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금속공학), 오병욱 현대삼호중공업 사장(기계공학),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전자공학), 이웅범 LG이노텍 사장(화학공학) 등은 세부전공은 다를지라도 모두 공학을 전공했다.

대표적인 성균관대 출신 CEO로는 이순우 우리은행장과 김종준 하나은행장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초 취임한 이 행장은 특유의 소통능력을 앞세워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격월로 직접 영업본부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전 직원에게 내복을 선물하는 등 이 행장의 스킨십 경영으로 우리은행은 지난해 2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3월 취임한 김 행장은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있는 외환은행 끌어안기에 나선 상태다. 외환은행과의 조속한 결합으로 경쟁력을 높여 3년 내 세계 50대 은행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은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부터 7년 동안 삼성엔지니어링의 대표이사로 재임하면서 회사의 매출을 8배나 신장시킨 정 부회장은 실적 하락세이던 삼성물산마저 상승세로 돌려놨다.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며 다소 침체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 부회장 특유의 뚝심으로 국외 수주의 저가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 예상된다. 민병덕 국민은행장도 동국대 경영학과 졸업생이다.

그룹 총수들은 해외대학

국내 100대 기업 CEO 중에는 총 4명의 외국인 대표이사가 포함돼있다. 나세르 알 마하셔 S-OIL 사장, 리차드 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그들이다. 100대 기업 CEO에는 외국인 대표이사들을 제외하고도 해외 대학 출신이 다수 포진해있다. 이 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 상당수가 그룹 총수들이다.

호남석유화학도 함께 맡고 있는 신 회장은 일본에서 먼저 성공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향으로 일본의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아오야마카구인대는 도쿄에 소재한 기독교 계열의 종합대학으로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그룹 회장도 이 학교 출신이다. 정 부회장이 졸업한 브라운대는 아이비리그에 속해있고 김 회장, 박 회장이 각각 나온 멘로대, 아이오와대도 미국 내에서는 명문대로 꼽힌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