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은행 파산관재인 시절 권한 남용 집중 검증"부산저축은행 고액 수임료" 주장 등 연일 파상 공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5일 경남 창원 상남동 웨딩클럽 K에서 열린 변호사 시절 변론 당사자들과의 만남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59) 민주통합당 후보가 여권의 '과녁'이 되고 있다. 변호사 시절 전력(前歷)이 새삼 도마 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 조짐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변호사 출신인 문 후보는 1998년 10월 동남은행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돼 이 회사의 파산절차를 진행했다. 문 후보는 1998년 10월 동남은행 파산 직후부터 2003년 1월까지 파산관재인을 맡았다.

이 시기에 문 후보는 동남은행을 인수한 주택은행을 상대로 일부 자산의 원리금 반환소송 3건을 제기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문 후보는 주택은행이 동남은행의 자산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파산재단에 있어야 할 직원 임차보증금 등 약 15억원이 부당하게 넘어갔다며 원금과 운용수익 15, 16%를 되돌려 달라는 소송도 제기한 것이다.

파산관재인은 파산재단의 재산을 관리ㆍ처분하고 파산채권의 조사ㆍ확정에 참여하며 재단채권을 변제한다. 또 파산관재인은 파산채권자에게는 환가금(換價金)을 배당하는 등 파산 절차상 핵심적인 활동을 하는 공공기관이나 다름없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재직했던 법무법인 부산의 부산저축은행 관련 수임사건에 대한 진상규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1989년에 설립된 동남은행은 영업실적 저조 탓에 부채가 늘어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직후인 1998년 10월 재정경제원에서 업무정지명령 및 다른 신용금고로 자산계약이전 결정을 받았다. 이어 동남은행은 같은 달 24일에는 영업인가 취소 처분을 받았고 결국 주택은행으로 인수됐다.

새누리당 등 여권에서 눈여겨보는 부분은 문 후보의 파산관재인 시절 행적이다. 파산관재인은 법적으로 파산재단에 대해 전권을 쥐다시피 하는 만큼 문 후보가 그 시절 권한을 남용하지는 않았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동남은행이 주택은행으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동남은행 직원 1,104명이 해고됐다. 그러나 이들은 주택은행을 상대로 고용승계이행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합의 5부는 2000년 5월25일 판결문에서 "주택은행이 동남은행을 인수할 때 자산만을 넘겨받았을 뿐 고용승계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며 "주택은행을 상대로 직원 신분을 확인하라는 요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동남은행 파산관재인의 해고 처분을 무효화하라는 청구에 대해서는 "해고 당사자인 동남은행에 요구해야 할 사안이지 주택은행과는 전혀 상관없다"며 각하했다.

해고 직원들은 1998년 6월29일 금융권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동남은행이 퇴출되자 1999년 8월 퇴출 과정이 상업상 영업 양도와 같고, 다른 은행간 합병과도 동일하기에 직원의 고용 승계는 당연하다며 소송을 냈다.

여기까지만 보면 문 후보가 파산관재인 시절 특별한 논란의 소지를 만들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여권에서는 표면적인 것 이외에 감춰진 것들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여권은 당시 노조원들을 상대로 문 후보의 행적에 대해 낱낱이 검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당시 노조원들에게서 문 후보와 관련해 불리한 증언이나 주장이 나온다면 매우 곤혹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라며 "최근 문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 조짐을 보이자 여권의 총구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에게서 문 후보로 옮겨진 듯한 느낌"이라고 귀띔했다.

여권은 문 후보의 파산관재인 전력과 함께 변호사 시절 사건 수임을 두고도 공세의 날을 세우고 있다.

선거를 지휘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지난 14일 "문 후보와 그 친구들이 신용불량자들의 등골을 빼먹었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채권추심회사들이 이른바 친노(친 노무현)의 적자(嫡子)라 할 문 후보 및 측근 인사들에게 신용불량자 5만 명에 대해 10년 동안 채권추심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신용불량자 채권소멸 시효 연장' 소송을 맡겨 막대한 이득을 보도록 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김 본부장은 "어제(13일) 저축은행피해자대책위원회가 문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며 "오늘(14일) 문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의혹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밝히려고 한다"고 작심한 듯 포문을 열었다. 김 본부장은 "(문 후보가 재직했던) 법무법인 부산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70억원의 수임료를 받고 일감을 따냈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문 후보뿐 아니라 다른 친노 인사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신불자의 채무재조정을 해준다면서 도입한 프로그램이 한국자산관리공사, 즉 캠코의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이라며 "캠코가 문 후보뿐 아니라 친노 인사들에게 '일감 몰아주기'를 해서 이 일을 모두 몰아줬다"고 핏대를 세웠다.

이 같은 공세에 대해 문 후보 측은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문재인 캠프 박광온 대변인은 "법무법인 부산이 이 소송 사건을 수임했을 당시, 문 후보는 이미 변호사직을 퇴임한 상태였고, 그 사건의 수임과 진행 과정, 이익 배분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검찰 수사에서도 이미 문 후보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지난 15일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문 후보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합수단장 최운식)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저축은행피해자대책위는 문 후보가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부산저축은행을 조사하던 금융감독원 국장에게 전화를 건 것과 관련해 지난 13일 고발장을 제출했다.

대책위는 고발장에서 "2003년 부산저축은행에 영업정지 등 적법한 조치가 내려졌다면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문 후보가 금감원 국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인정한 만큼 법무법인 부산과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 고발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