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VNO' 통신시장 태풍의 눈으로가입자수 110만명 돌파 사업자도 20개사 넘어저가 요금제 장점 불구 보조금 지원 적어 최신 단말기 이용 제약내년 대기업 진입 본격화… MVNO시장 확대 기대

경기 안산시 상록구 월피동에 사는 김모(61)씨는 얼마 전 고장 난 휴대폰을 바꾸기 위해 집 앞 매장을 찾았다. 휴대폰 매장에서 최신형 스마트폰(smartphone)을 살펴보던 김씨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5만~6만원대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기존에 쓰던 피처폰(feature phone)과 비교할 때 요금제가 너무 비싸게 느껴졌던 까닭이다. 김씨는 때마침 집에 찾아온 아들에게 알뜰폰에 대한 얘기를 듣고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인 C통신사에 가입했다. 현재 김씨는 피처폰 때와 비슷한 2만원대의 요금으로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다.

스마트폰 시대로 들어서며 급격히 상승한 통신비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알뜰폰을 찾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 LTE 등 최신 단말기는 이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동통신3사에서 제공하는 요금의 절반까지 절감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알뜰폰에 대한 선호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GS를 필두로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의 진출까지 남은 이때, 알뜰폰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통신비 인하의 대안

알뜰폰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구축하고 있는 기존의 통신망을 빌려 저렴한 요금제로 이동통신 재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MVNO를 친숙하게 바꿔 부르는 이름이다.

알뜰폰은 저렴한 요금에도 기존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통화품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는 통신망을 직접 구축하지 않는 까닭에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고 마케팅 또한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없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할 수 있다. 단말기 할부금을 깎아준다는 명목 아래 높은 요금제를 강요하는 기존 이동통신사들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그간 통신비 인하를 위해 '기본료 1,000원 인하', '문자메시지 50건 무료 제공', '블랙리스트 제도 시행', '보조금 규제'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도 알뜰폰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알뜰폰 브랜드 이미지를 발표한 것에 이어 전파사용료까지 3년간 면제해주는 등 최대한 '밀어주고' 있는 것이다.

가입자ㆍ사업자 크게 늘어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진 데다 방통위의 지원사격까지 더해지며 알뜰폰의 수요는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기준으로 100만명을(KT 제휴사 51만5,000명, SK텔레콤 제휴사 28만4,000명, LG유플러스 제휴사 28만4,000명)넘어섰던 알뜰폰 가입자 수는 이달 11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비싼 스마트폰 요금제가 부담스러운 학생,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가입자 증가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 약 1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가 5,30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알뜰폰 가입자는 전체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알뜰폰이 활성화된 영국(12.6%)은 차치하고서라도 미국(8.4%), 프랑스(6.0%) 등에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그러나 1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선진국의 알뜰폰과 비교해 서비스 기간이 짧았던(2011년 7월 출범) 데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과포화된 가운데 거둔 성과라 그 의미는 적지 않다.

알뜰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많은 기업들도 해당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은 에넥스텔레콤, CJ헬로비전, 스페이스네트 등 20개사가 넘는다. 주로 대형 케이블방송업체와 국제전화 서비스업체들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 중 매출 1, 2위인 에넥스텔레콤, CK헬로비전은 LTE 서비스까지 제공 중이다.

여전히 한계 많아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등장한 알뜰폰이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가장 큰 문제는 '저가 요금제'는 준비돼있지만 소비자들을 유혹할만한 경쟁력 있는 스마트폰 수급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제조사에서 '알뜰폰용'으로 선보인 저가형 스마트폰은 '갤럭시 M 스타일', '갤럭시 에이스 플러스'(이상 삼성전자)와 '옵티머스 L7'(LG전자) 정도밖에 없다.

물론 '갤럭시노트 2', '옵티머스 G' 등 최신형 스마트폰으로도 알뜰폰을 이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동통신3사만큼의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터라 단말기 구매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저가형 외산 스마트폰이나, 중고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매력이 떨어진다.

선호도가 높은 LTE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알뜰폰 사업자 중 LTE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KT와 제휴를 맺고 있는 에넥스텔레콤, CJ헬로비전 2개사뿐이다. 그러나 이들이 제공하는 LTE 서비스의 요금은 KT가 제공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요금경쟁력이라는 알뜰폰의 최대 장점을 잃게 된다. 단말기 경쟁력에 이어 요금 경쟁력까지 잃은 알뜰폰을 소비자들이 선택할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다.

자체 오프라인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것도 문제다. 인터넷을 통한 가입절차가 까다롭지는 않지만 알뜰폰의 최대 수혜자인 노인들이 다가가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GS그룹 들어서면 달라질까

알뜰폰 관계자는 "알뜰폰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걸음마 수준을 못 벗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내년이 되면 큰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 말했다. 막대한 자금과 유통망을 확보, 제조사와 사용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진출할 경우 알뜰폰 시장 자체가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에 앞서 알뜰폰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 GS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마케팅과 상품기획 분야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GS그룹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다면 시장 자체가 크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GS그룹의 경우 편의점(GS25), 기업형 슈퍼마켓(GS리테일), 주유소(GS칼텍스) 등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이 많은 전국단위 유통망을 보유한 터라 알뜰폰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GS그룹 4세들이 설립한 정보기술(IT) 계열사 GS ITM은 지난 3월 방통위에 별정통신 2호, 4호 사업자로 등록했다. 이 중 별정통신 4호는 알뜰폰(MVNO)을 의미한다.

이에 GS그룹 관계자는 "GS ITM이 새로운 사업으로 알뜰폰을 시작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룹 차원에서 통신업에 뛰어들 계획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