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특급호텔의 '특급 성매매'호텔-주점 손잡고 key상무가 성매매 관리"몸만 만졌다" 남성들 현장 급습 증거에 고개경찰 "79곳 특별관리"

쾅!

경찰이 방문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강남경찰서의…."

서울 강남에 있는 특급호텔 객실에서 뒤엉켜 있던 남녀는 화들짝 놀랐다. 벌거벗은 몸을 이불로 가리자 경찰은 동료에게 "이불"을 외쳤다. 성매매 증거를 확보하고자 경찰은 이불을 덮기 전에 사진을 찍었다.

성매매 현장을 적발한 경찰은 서둘러 증거를 확보한 다음 옆방으로 이동했다. 한껏 몸이 달아올랐던 남녀는 앞선 당황했다. 여성은 강남 야경이 보이는 커튼 뒤로 숨었다. 이 여성과 함께 있던 남성은 옷장에 숨었지만 경찰에게 발각됐다.

경찰은 벌거벗은 남녀 앞에서 성매매 증거를 수집하느라 바빴다. 눈치가 빠른 한 여성은 어수선한 틈을 타 옷을 입고 슬그머니 도망갔다. 그러나 경찰이 그를 놓칠 리가 없었다. "어디 가요? 이리 와요!"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4일 밤 11시 40분부터 ○○○ 호텔을 급습해 성매매하던 남녀 일곱 쌍을 적발했다. 잠복해 있던 형사 10명은 현장에서 몰래 도망가던 여성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붙잡았다.

성을 매수한 남성의 직업을 살펴보니 의사와 대기업 간부가 포함됐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성매매 사실을 부인했다. 어떤 이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잡아뗐고, 어떤 이는 "몸만 만졌다. 성관계를 갖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각종 증거를 들이밀자 이 남성도 결국 성매매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강남경찰서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 호텔 사장 고모(56)씨와 호텔에 있는 유흥업소 업주 이모(35)씨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성매매 현장에서 적발된 정모(40)씨와 임모(29)양 등 남녀 14명과 호텔 지배인과 유흥업소 직원 두 명도 성매매 관련 혐의로 입건됐다. 호텔 연계 성매매 사건으로 적발된 사람은 총 19명이었다.

강남경찰서 김종환 생활질서계장은 "숙박업소와 유흥업소가 한 건물에서 연계해 퇴폐문화를 조장한다는 제보를 받았다"면서 "성매매와 퇴폐문화를 추방하고자 강남경찰서 관내 호텔 등 숙박업소 51개와 유흥주점 79개소를 특별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 결과 ○○○호텔 12층과 13층은 유흥업소(660㎡ㆍ약 200평)로 사용됐고, 10층 객실 19개는 성매매용으로 전용됐다.

○○○ 호텔은 10월에도 공중위생법을 위반하고 불법 성매매를 했다는 혐의로 서울 강남구청 불법퇴폐행위근절 전담팀에 적발됐다. 강남구청이 영업정지 처분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도 란제리 클럽은 불야성을 이루다 강남서에 재적발됐다.

강남서는 ○○○ 호텔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남구청에 의뢰할 계획이다. 배짱 영업에 나섰던 란제리 호텔 업주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7년 이하 혹은 벌금 7,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 호텔 관계자는 10층 객실이 성매매에 이용됐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잡아뗐다. 이 관계자는 "그쪽 술집에 관계되는 사람이 와서 돈을 주고 키(객실 열쇠)를 사간다. 그 다음에 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종환 계장은 "호텔 측이 객실에서 성매매를 하든 간통을 하든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며 오리발을 내밀었다"며 혀를 찼다.

호텔 관계자는 "지금 방이 모자란다. 관광객들을 한 분이라도 더 받는 게 낫지. 솔직히 우리는 술집에 월세ㆍ관리비만 받으면 된다. 뭐 하려고 방을 주겠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적발된 유흥업소는 '키(key) 상무'로 불리는 직원을 고용해 호텔 10층 객실 19개를 관리해왔다. 성매매 단속을 진두지휘한 김 계장은 "손님이 2차(성매매)를 나갈 때 키를 줘서 특정 객실로 손님을 안내하는 것을 봤고 그래서 현장을 급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적발된 룸살롱은 17% 란제리 클럽이라고 불렸다. 술시중을 드는 여성이 속옷만 입기에 란제리 클럽으로 통했고, 17%란 술자리에서 만난 여성과 성매매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강남 야경을 볼 수 있는 룸살롱으로 소문난 란제리 클럽은 풀싸롱, 퍼블릭, 하드코어 등 각종 룸살롱의 장점을 모았다고 소문났다. 란제리 클럽에서 술을 마신 손님은 신원 노출을 피해 곧바로 10층으로 내려가 호텔 객실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호텔 객실에서 성매매할 때 지불하는 돈은 술값을 제외하고 1인당 34만원이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특급호텔이 룸살롱과 연계해 성매매 장소를 제고한 혐의로 적발된 건 올해 들어 두 번째다. ○○○ 호텔은 7월에 지하에 있는 룸살롱이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이유로 적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 호텔은 2009년에도 룸살롱 성매매 때문에 처벌을 받았다. ○○○ 호텔과 비슷한 이름을 사용했던 한 특급호텔은 성매매 객실을 제공한 호텔은 우리가 아니라며 울상이다. 강남서는 호텔 등 숙박업소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유흥주점 79곳을 특별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남성과 여성은 성매매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란 처벌을 받는다. 김 계장은 "성매매 특별법이 2004년부터 시행됐는데 성매매가 불법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서 "내가 내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