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동조합기본법 본격 시행… '전북 정읍농협'을 주목하라도시화·시장환경 변화 맞춰 사업·조직전략 신속하게 전환각 사업 분야별로 나눠 전문화조합원 다양한 요구 수용 봉사단 운영 복지·수익 창출 기여

전북 정읍농협이 운영하는 주민상생형 지역종합센터가 호평을 받으며 도농복합도시형 조합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수해피해 복구지원에 나선 정읍농협 조합원들.
전북 정읍농협, 주민상생형ㆍ도농복합도시형 지역종합센터 운영

지난해 12월 29일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이하 조합법)이 드디어 지난 1일 시행됐다. 이제부터는 조합법에 따라 5인 이상 조합원을 모으면 누구나 금융업, 보험업을 제외한 경제생활 모든 분야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으며 재계ㆍ학계ㆍ의료계ㆍ종교계 등 각계에서 자발적으로 협동조합 설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협동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조직된 협동조합 1만2,607개 중 가장 먼저 자리잡은 것은 1950년대에 관제성격으로 시작한 농업협동조합(이하 농협)과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이었다. 조합법 시행 이후 새롭게 출범할 협동조합들이 선배인 지역 농협의 우수 사례들을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주간한국>에서는 농협경제연구소(NHERI)의 보고서를 중심으로 지역단위 우수 농협들을 살펴보고 그 성공요인을 알아봤다.

쇠퇴형 도시화 대응한 전략 마련

NHERI가 2010년 공개한 '정읍농협, 도농복합도시형 지역종합센터 모델' 보고서에 따르면 전라북도 정읍시에 위치한 정읍농협은 조합원 6,029명과 준조합원 2만4,250명으로 구성됐다.

전국적으로 볼 때 지역마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도시화 과정은 지역의 토지, 노동, 자본 등 산업ㆍ생산구조에 영향을 준다. 이중 정읍농협은 도농복합형 지방 중소도시인 정읍시가 인구, 사업체, 사업체종사자 감소 추세의 '쇠퇴형 도시화 과정' 특징을 보임에 따라 독특한 농협 운영전략을 선택해왔다. 도시의 기능과 구역이 확장되며 도시형 산업구조가 확산되고 농업구조가 축소되는 외형적 도시화가 진행된 반면, 인구나 사업체종사자 등은 감소하며 농협에 대한 특별한 기대와 요구가 형성된 정읍시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정읍농협은 다양화된 조합원의 요구에 부응하여 새로운 사업과 조직전략을 구상하고 농협운영 전략을 모색했다. 기존의 신용사업, 경제사업, 교육지원사업을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라 각각 전문화, 효율화시킨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지역 금융기관 부실을 우려하던 지역 및 합병농협 조합원의 정읍농협 신뢰도를 높이고 도시지역에서 보유하고 있던 경제사업장을 농업지역으로 신축 또는 이관시켰다. 또한 관내 인구의 과소화ㆍ고령화ㆍ부녀화 추세에 대응하여 조합원 및 지역사회의 상생과 동반적 삶의 질 조화를 위한 주민문화ㆍ복지사업을 활성화했다.

주민상생형 지역종합센터 운영

정읍농협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주민상생형 지역종합센터다. 정읍농협은 도시화, 경영여건 변화, 조직 변화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다양화된 조합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각 사업을 다각화된 경영단위로 발전시키고 분야별로 전문화했다. 신용사업, 경제사업과 교육지원사업을 각각 '독립적 수입센터', '경제사업 수직통합센터', '지역종합센터'로 운영해나간 것이다.

정읍농협의 '경제사업 수직통합센터'는 하나로마트가 맡고 있다. 정읍농협 하나로마트는 투자전략, 경쟁전략, 거래관계 측면에서 농협 경제사업 수직통합센터 모델의 이상형에 근접하는 성공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하나로마트에 대해 정읍농협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은 1996년이었다. 롯데마트 등 인근의 대형 유통할인점에 비해 신선도가 월등히 높은 경쟁력을 지니던 하나로마트의 1차식품은 농업인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거래함으로써 품질도 확보하고 농가 실익에도 기여했다. 2006년 300억원을 넘어선 정읍농협 하나로마트 매출액은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성조합원 자원봉사조직인 '정읍농협 사랑나눔봉사단'(이하 봉사단)은 정읍농협의 또 다른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관내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가운데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정읍시에서 봉사단은 독특한 방식으로 지역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봉사단은 2000년부터 불우이웃 100명을 대상으로 주중 무료도시락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2003년부터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주 1회 쌀 짜장면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2006년 중고 의복을 모아 재소비할 수 있도록 벼룩시장 형태의 행복한가게를 상설 운영하며 농작업복 등을 소비자들에게 연결해주기도 한다.

전략적, 기술적 성공요인

보고서는 정읍농협이 '도농복합도시형 지역종합센터 모델'을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전략적 요인과 기술적 요인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전략적 성공요인은 도시화와 시장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정읍농협이 사업전략과 조직전략을 신속하게 전환했다는 점이다. 인구의 유출이 계속되는 가운데 도시화가 이뤄지고 있던 정읍시에서 정읍농협은 자산, 사업전략, 조직구조 조정을 통해 경영자원을 재배분하고 지역사회와 시장에서 농업인 조합원의 위상을 재정립하는데 성공했다.

기술적 성공요인의 대표격은 '정읍농협 사랑나눔봉사단'의 신설이었다. 봉사단의 활동들은 정읍농협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에 순기능 효과를 가져왔으며 궁극적으로 농업인 조합원 경영체 경쟁력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줬다. 봉사단은 교육지원 사업비 6,200만원을 이용, 5배가 넘는(3억2,000만원) 경제가치를 창출했으며 농협 공동행동 기반 유지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