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대1 대결 박근혜·문재인 필승 전략은박근혜-이인제·이회창 합류… 친이계도 대거 캠프 안으로문재인-손학규 지원 유세 등 비주류 가세 단일대오 형성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8일 대전역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흔히들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고 한다. 한 마리가 산토끼라면 다른 한 마리는 집토끼일 게다. 두 마리를 다 잡을 수 있다면야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획산저 실가돈(獲山猪 失家豚)'이라는 말처럼 멧돼지 잡으려다 집돼지를 놓칠 때가 많다. 울타리 밖에 있는 멧돼지에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다 집돼지마저 잃는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은 집토끼일 수밖에 없다.

좀처럼 철수하지 않을 것 같던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 23일 전격 사퇴함으로써 오는 12월19일에 치러지는 제18대 대통령선거 구도는 사실상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간의 1대1 대결로 정립됐다.

양측은 필승을 위한 여러 전략과 전술을 마련하고 있지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공통적인 것을 꼽으라면 역시 집토끼 단속이다. 여권에서는 보수연합을 통해 표를 최대한 결집하려 하고 있고, 야권에서는 진보세력을 한 데 아우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양측이 이 같은 전략을 구축한 배경에는 이번 대선이 과거 대선과 달리 메가톤급 이슈가 없는 데다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이 명확하게 갈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처럼 정책도 이슈도 없이 보수와 진보 프레임 대결로 치러지는 선거는 처음"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8일 충남 홍성군 오관리 하상복개주차장에서 고 육영수 여사의 사진을 들고 온 지지자와 웃고 있다. 연합뉴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는 사상 최초로 '과반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2002년 노무현 후보(48.9%), 2007년 이명박 후보(48.7%)가 50%에 근접하긴 했지만 끝내 넘지는 못했다. 이른바 제3후보의 등장으로 2강 1중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5년 단임제로 치러진 1987년 제13대 대선 이후 2007년 17대 대선까지 5차례 선거에서 단 한 번도 과반 득표율을 기록했던 당선자가 없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여야 1대1 구도가 확고한 만큼 처음으로 50% 득표율을 기록하는 대통령이 배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전제는 철저한 집토끼 단속"이라고 전망했다.

새누리 "다 모였다"

여권은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결속을 다지고 있다. "이제 다 모였다"는 말도 나온다. 그동안 박근혜 후보와 거리를 뒀던 이인제 의원, 이회창 전 선진통일당 대표에다 나경원 원희룡 전 의원 등 소장파들까지 '박근혜 우산' 안으로 모두 들어왔다.

특히 1997, 2002, 2007년 세 차례 대선에서 아깝게 패했던 이회창 전 대표의 합류는 박 후보에게는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이인제 의원이 이끄는 선진당이 새누리당과 합당할 때만 해도 움직이지 않았으나 안 후보 사퇴 직후 박 후보 지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충청권과 보수진영에서는 여전히 입김이 강한 것으로 보이는 이 전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의 첫날이었던 지난 27일 대전역 광장 유세에서 "문 후보는 정치에 처음 나온 순진한 안 전 후보를 슬슬 구슬리다 결국 벼랑으로 몰아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안 전 후보의) 사퇴는 정치적으로 자살과 같다"며 문 후보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나경원 원희룡 전 의원은 지난 26일 구성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유세지원본부의 '행복드림유세단'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석패에 이어 지난 4ㆍ11 총선 공천 탈락 후 정치 일선에서 한 발 뺐다. 당 쇄신을 부르짖으며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결정했던 '원조 소장파' 원 전 의원은 지난 26일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원 전 의원은 "고민 끝에 미력이나마 새누리당 당원으로서 동지들과 함께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학업 마무리를 잠시 미루고 선거운동 개시일에 맞춰 귀국했다"며 "당원 동지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한 표라도 보태기 위해 뛰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인 이재오 의원이다. 이 의원은 측은 "이 의원이 당원으로서 지역구에서 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활동은 시작할 것"이라며 '전향(轉向)'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 의원과 뜻을 함께 했던 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박 후보 캠프로 들어간 점도 눈에 띈다. 현재 선거캠프 대변인 6명 중 이상일 의원을 제외한 5명(박선규 안형환 정옥임 조해진 조윤선)이 친이계다. 박 후보 측에서 이들의 본선 경험과 전투 능력을 높이 샀다고 한다.

서병수 당무조정본부장은 이 의원의 합류 가능성과 관련해 "여러 사람이 노력하고 있다"며 "이 의원도 (선거 지원을 위해) 올 걸로 보인다. 반응도 괜찮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루하게 끌어온 박 후보와의 힘겨루기를 거두면서 이 의원이 박 후보 지원을 가시화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이 의원이 문재인 후보를 도울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그렇다면 결국에는 박 후보를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데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 "비노도 돕는다"

새누리당보다 더 얽히고 설킨 게 민주당이다. 민주당 내에는 최대 계파라 할 친노(친 노무현)그룹을 비롯해 GT(김근태)계로 대변되는 민주평화국민연대, 수도권과 중부권 그리고 호남 일부를 중심으로 하는 손학규계, 동교동계 일부와 호남 일부를 아우르는 구 민주계,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등 여러 계파가 동거하고 있다.

지난 총선을 통해 단숨에 최대 계파 지위를 차지한 친노그룹은 참여정부의 실세이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통(嫡統)인 문 후보를 대선후보로 배출함에 따라 당내 입지를 더욱 공고화했다.

그렇지만 당내에는 친노만 있는 게 아니다. 이른바 비노(비 노무현) 진영에서는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친노의 패권주의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특히 문 후보와 안 전 후보 간에 단일화 룰을 두고 샅바싸움을 벌일 때 친노 핵심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문 후보는 룰 협상에서 말 그대로 '통 큰' 양보도 고민했으나 측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과정이야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문 후보가 실질적인 야권 단일후보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민주당도 '외형상' 단일대오는 형성했다. 특히 당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문 후보와 정면으로 충돌했던 손학규 상임고문은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 유세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았다.

손 고문은 "지난 경선 과정 TV 토론에서 문 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 구호가 괜찮으니 빌려줄 수 없느냐고 했는데 제가 그때 인색하게 '안돼요. 내가 후보가 될 텐데'라고 그랬다"고 목청을 높였다.

손 고문은 이어 "오늘 문 후보에게 선물하려고 나왔다. 문 후보가 이제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아니 민주세력의 단일후보가 됐으니 '저녁이 있는 삶'을 빌려드리는 게 아니라 몽땅 드리려고 한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문 후보가 사실상 야권의 단일 후보가 되면서 비노 진영도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그간의 앙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대선 후의 거취 문제도 비노 진영의 행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문 후보가 얼마만큼 비노 진영을 끌어안느냐에 따라 지지의 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보수와 진보가 각각 결집을 통해 세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에는 차이가 없는 듯하다"면서도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 그리고 당내 역학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보수층의 결집이 양적, 질적으로 더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51대49 싸움으로 요약되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집토끼 단속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