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검찰총장은 누구?MB 후보 놓고 고심 중'2개월짜리 총장' 에 부담감14·15기 8명 하마평 무성

한상대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검찰 비리와 내분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사퇴의사를 밝힌 후 떠나고 있다. 최흥수기자
검찰이 초유의 항명사태로 좌초하고 있는 가운데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사퇴하면서 차기 검찰총장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안팎의 시선은 이명박 대통령의 선택에 쏠리고 있지만 청와대는 차기 총장 인선과 관련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미 총장에 적합한 인물을 고르고 있으며 몇몇 후보가 도출된 상태"라는 말도 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검찰 수장의 공백을 메우고 주요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곧바로 차기 총장 인선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한편에선 대선 이후 새 정부에서 차기 총장을 임명하는 게 순리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장 교체의 득과 실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 관련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당분간 권 장관이 중심이 돼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동욱 대검차장 / 연합뉴스
대선을 코앞에 두고 검찰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되는 것은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뿐 아니라 정권교체 후 주요 정치비리 의혹 수사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선 전까지 후임 검찰총장을 임명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검찰 내에서 누구도 2개월짜리 '초단기' 집권이 될 수 있는 총장 자리를 원치 않는다. 설령 누군가를 총장 자리에 앉힌다고 해도 정권이 바뀌면 곧바로 물러날 총장을 일선 검사들이 따라줄 리 만무하다.

청와대에서는 검찰이 흔들릴 경우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국가 치안에 큰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현정권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혼란이 계속된다면 대선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된다면 MB정부의 여러 실력자들이 한시름 놓게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이런 조짐은 표면화되고 있다. 검찰이 내홍을 앓고 있는 동안 최태원 SK회장 등에 대한 재판과 권혁 시도상선 회장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이상득 전 의원이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재판도 남아 있다.

지금과 같은 내홍이 계속될 경우 검찰이 이 재판에서 얼마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여론이 검찰의 수사보다 내홍에 관심을 둘 경우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김진태 서울고검장 / 연합뉴스
법무장관 후보도 관심

한 총장이 사퇴하면서 검찰은 당분간 채동욱 대검 차장검사 체제로 꾸려지게 됐다. 채 차장검사는 검찰청법에 따라 후임 총장이 결정되기 전까지 직무대리를 맡는다.

검찰 주변에서는 대선 이후 새 정부가 구성되고 법무부장관이 임명된 뒤에야 검찰총장 인선이 단행될 것으로 본다. 물론 여야 후보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얼굴이 달라지게 된다.

검찰총장 자리는 대부분 대검차장, 고검장 5명, 법무연수원장,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차관 테두리 내에서 결정된다.

이중 광주지검장은 현재 공석으로 배제되고 나머지 8명이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들 중 사법연수원 14기는 채동욱(53ㆍ서울) 대검차장, 김진태(60ㆍ경남 진주) 서울고검장, 김학의(56ㆍ서울) 대전고검장, 노환균(55ㆍ대구) 법무연수원장 4명이다.

소병철 대구고검장
15기로는 소병철(54ㆍ전남 순천) 대구고검장, 김홍일(56ㆍ충남 예산) 부산지검장, 최교일(50ㆍ경북 영주) 중앙지검장, 길태기(54ㆍ서울) 법무부 차관 4명이다.

이들 중 차기 정부의 향배와 법무부장관 인선, 사법연수원 기수, 출신지역 등에 따라 검찰총장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검찰 동향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노환균 연수원장과 최교일 지검장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치권에서는 노 원장에 대해 'MB 정부의 기린아'로 인식하고 있다. 최 지검장은 검찰의 총수에 오르기에는 나이가 너무 젊다.

나머지 6명 중 여야와 두루 관계가 좋고 내부 신망이 좋은 인물은 14기 채동욱 대검차장이라는 게 검찰 소식통의 전언이다. 하지만 종종 그랬듯이 전혀 의외의 인물이 총장에 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 주변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당선될 경우 법무부장관 후보로는 안대희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검찰 출신의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총장 대상으로는 부산ㆍ경남(PK) 민심을 다독일 목적으로 김진태 서울 고검장의 전격 중용이 유력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반면 문 후보가 당선되면 검찰개혁이 화두로 부각될 예정임에 따라 이때는 수사통보다는 전략기획통이 중용될 것이고 그런 점에서 15기 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민주당 문재인 캠프에서는 차기 법무부장관을 사법개혁을 주도할 당내 인물로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문 후보는 검찰에 대해 뿌리 깊은 불신을 갖고 있으며 집권 시에는 연공서열 등 기존의 검찰체제를 대폭 바꾸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장관 후보로는 문 캠프의 핵심인 반부패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의 박범계(59ㆍ충북 영동) 의원, 김갑배(60ㆍ전북 익산) 반부패특별위원장), 고검장 출신인 임내현(60ㆍ광주) 의원 등이 거론된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