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온적 태도 10여명에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강력한 경고 메시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6일 부천역 앞에서 유세연설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박근혜(60)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는 박 후보이지만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일부 당내 인사들의 선거에 임하는 미온적인 태도가 영 못 마땅했던 모양이다.

새누리당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박 후보는 현역의원 6, 7명과 원외인사 6, 7명 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박 후보의 메시지에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는 간곡한 당부와 함께 '이런 식이라면 더는 곤란하다'는 경고성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 후보는 그러나 당내 인사들을 직접 만나 자신의 의중을 드러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후보를 대신해 선거 캠프의 고위간부가 의원들이나 원외인사들과 면담 시간을 가지면서 박 후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박 후보에게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사로는 친이(친 이명박) 계 K의원, 친박(친 박근혜)계 K의원과 H의원, 초선인 수도권의 L의원과 또 다른 L의원, 지방의 P의원 등이며 원외인사로는 지난 4ㆍ11 총선 때 출마했던 변호사 K씨, Y씨 S씨, 공무원 출신 H씨, 공기업 고위간부 출신 K씨와 P씨 등이다.

박 후보에게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은 친이계나 중도성향이 대부분이다. 일부 친박계 사람들도 포함돼 있긴 하지만 현재는 이런저런 이유로 중심에서 밀려나 변방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박 후보가 '발끈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난달 23일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사퇴하기 전만 해도 대선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박 후보 캠프에는 큰 위기감이 감돌았다. 캠프에서 무조건 당 관계자들을 채근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당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자 대결을 설정하고 여론조사를 해보면 박 후보가 1위로 나왔지만, 박근혜 대 문재인, 박근혜 대 안철수 양자 대결로 구도를 좁히면 문 후보 또는 무소속의 안 전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 후보는 안 전 후보와 가상대결에서는 문 후보와 대결 때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충청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큰 변수만 없다면 충청권에서는 박 후보가 어느 정도 이길 것"이라며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는다고 가정해도 늦은 감이 있기 때문에 큰 위력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 새누리당에서는 안 전 후보의 출마를 두려워했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이인제 공동선대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 야권의 단일화 정국 때 박근혜 대 문재인 대결을 기정사실화한 것도 그만큼 안 후보의 파괴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 전 후보가 출마했다면 '미래세력 대 과거세력'이라는 확고한 프레임이 설정되기 때문에 새누리당으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전 후보 사퇴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조금씩 앞서며 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엄청난 실수만 하지 않으면 이긴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대로 가면 200만 표 이상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비록 앞서고는 있지만 박 후보는 오차범위 내의 싸움인 만큼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라며 "따라서 의원들은 물론이고 원외인사들에게도 더 열심히 하라고 채찍질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