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 주공 등 강남권 인근도 시공사 못 구해 잇단 재입찰'황금알' 서 '미운오리' 전락

서울의 한 재개발구역 전경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고 있다. 강남권 인근의 대규모 재건축사업조차 시공사를 찾지 못해 재입찰하는 등 건설사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업체들이 사업규모에 관계없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과열경쟁을 벌이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시공사 선정을 위해 30개 대형 건설사를 대상으로 입찰제안서를 받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 주공2단지에 단 한 업체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비가 총 1조원을 넘는 이 아파트는 이미 지난 7월 한 차례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 신청업체가 전무해 유찰됐던 곳이다.

조합 측은 당초 시공사가 분양책임을 지도록 요구했다 한 차례 유찰된 후에는 조합이 책임지겠다며 조건까지 완화해 다시 시공사 찾기에 나섰지만 결국 이번에도 단지 외벽에 내걸 아파트 브랜드를 정하지 못했다.

A건설의 한 관계자는 "조합이 일부 조건을 완화하기는 했지만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조합원들의 지분가치를 인정해달라는 '확정지분제' 조건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며 "일감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체들이지만 리스크를 떠안고 사업을 따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공사 선정이 무산된 곳은 고덕주공2단지만이 아니다. 서울시가 투명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도입한 '공공관리제'를 적용해 화제가 됐던 노원구 공릉동 태릉현대아파트 재건축 역시 최근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입찰설명회 당시에 16개 업체가 참여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였다.

이밖에 '용산참사' 이후 세 차례나 열린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번번이 유찰된 '용산 국제빌딩주변4구역'을 비롯해 은평구 구산1구역, 동작구 상도대림, 서대문구 홍은13구역ㆍ홍제3구역 등 이른바 요지의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이 잇따라 시공사를 찾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서울시내 요지의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서 시공사 선정이 잇따라 무산되는 것은 주택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주민들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면서까지 수주에 나서지는 않겠다며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D사 도시정비사업팀의 한 관계자는 "사업비 회수를 위해서는 일반분양가를 낮추고 조합원 부담을 높여야 하는데 이마저도 조합원 반발 때문에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최근에는 추진위원회나 조합 단계에서 수주해 수년간 공을 들인 사업조차 분양 직전 단계에서 본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