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접촉 대신 캠프 등서 인연 맺어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 정진행 현대차 전략담당사장 등 서강대 동문

'박지만-EG 회장:친동생' 지난 2010년 박정희 대통령 제31주기 추도식에서 박근혜 당선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박지만 EG회장.
재계와 정치권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다시 말해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서로의 도움이 수시로 필요한 이상 너무 멀어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가까울 경우 추악한 스캔들에 휘말리기 십상이라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8대 대통령 당선자가 됐다. 박 당선자는 과거 첫 직장인 육영재단을 통해 재단설립에 참여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고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 등 그룹 총수들과 음으로 양으로 관계를 맺은 바 있다. 그러나 정계에 입문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재계와의 접촉이 많지 않았던 만큼 이전 대통령들에 비해 관련 인맥이 두터운 편은 아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맺어온 관계가 별로 없는 까닭에 캠프인맥, 혼맥, 학맥 등 여러 방면으로 이어지는 재계 인맥들이 주목되고 있는 실정이다.

혼맥으로 묶인 인사 상당수

박근혜 당선자는 미혼이다. 그러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혼맥에는 재계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박 당선자와 가장 가까운 재계 인사는 유일한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다. 박 회장은 코스닥 상장사인 EG의 실소유주로 28.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수영-OCI 회장:대선캠프
박 회장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1961∼1963년) 의장 시절 비서실장의 인연이 있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도움을 받아 삼양산업(EG그룹의 전신) 부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재계에 입문했다. EG의 지난해 매출액은 846억원에 달한다.

박 전 대통령의 셋째 형 박상희씨의 막내딸로 박 당선자와 사촌이 되는 박설자씨도 재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박씨의 남편은 김희용 동양물산 회장으로 김인득 벽산그룹 창업주의 차남이다. 현재 벽산그룹은 회장의 친형인 김희철 회장이 이끌고 있다. 김희철 회장의 장인인 허정구 삼양통상 창업주는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아들이다.

박 당선자의 큰이모이자 혜원학원 설립자인 육인순씨의 둘째 사위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다. 한 전 국무총리는 2004년부터 6년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지낸바 있는 이수영 OCI 회장과 사돈이다.

대선캠프 내에도 재계인사 다수

재계 인사들과 관계가 소원한 박근혜 당선자이지만 대선캠프에는 관련 인맥이 상당수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김호연-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 동생:대선캠프 / 연합뉴스
대선캠프의 대표적인 재계 인물로는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거론된다. 현 전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비서실장, 삼성종합건설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친 삼성맨이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당선자 캠프의 경제자문단으로 활동하며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 공약을 기획했던 현 전 회장은 이번 대선캠프에서 경제민주화 방향을 입안하는 정책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현 전 회장은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국가미래 연구원 멤버이기도 하다.

대선캠프의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을 맡고 있는 김호연 전 의원도 눈에 띈다. 김 전 의원은 박 당선자와 서강대 동문이고, 그의 친형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박 당선자와는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이기도 하다. 그밖에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도 박 당선자의 재계 인맥으로 분류된다.

학맥으로는 서강대 출신 많아

박근혜 당선자는 장충초, 성심여자중ㆍ고, 서강대를 졸업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강대 학맥이다. 물론 같은 학교를 나왔다고 모두 박 당선자의 인맥으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그동안 박 당선자와 이렇다 할 관계가 없었던 재계로서는 주로 학맥을 통해 연결고리를 찾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 서강대 학맥 중 주목되는 사람은 박 당선자와 같은 전자공학과 출신의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이다. 박 부사장은 전무 4~5년차 때 승진명단에 오르는 삼성그룹 관행을 깨고 2년 만에 부사장에 오르는 등 그룹의 차세대 CEO로 꼽히고 있다. 김낙회 전 제일기획 사장도 서강대 출신이다. 1976년에 입사해 2007년 사장 자리에 오른 김 전 사장은 서강대 70학번으로 박 당선자와 동기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진행 전략담당사장이 대표적인 서강대 출신 CEO다. 현대차 중남미지역본부장, 기아차 유럽총괄법인장, 현대차그룹 전략기획담당 부사장 등을 역임한 정 사장은 현대건설 인수를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지주회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태 (주)SK 사장, 차화협 SK종합화학 사장 등이 서강대를 졸업했다. 또한 김철규 전 SK텔링크 사장은 박 당선자와 같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1년 후배인 71학번이다.

오규식 LG패션 대표이사 사장, 김영기 LG CSR팀 부사자 등도 박 당선자와 같은 서강대 출신 LG그룹 인맥이다. 올해 초 구본걸 회장과 함께 LG패션 각자대표에 선임된 오 사장은 1982년 LG상사에 입사해 LG패션 경영지원실장과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을 거친 그룹의 재무통이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