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0대그룹 양극화 갈수록 심화삼성·현대 기아차 3분기 영업이익 24조원나머지그룹 매출 제자리걸음 수익성지표도 크게 나빠져주력계열사 실적따라 좌우 글로벌경기 둔화 결정적

삼성그룹 사옥
국내 재벌그룹 사이에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은 경기불황 속에서도 선전하면서 10대 그룹 영업이익의 약 70%를 차지한 반면 다른 기업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재계는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ㆍ현대차 전체의 68.6%

재계전문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10대 그룹(83개 상장사, 금융계열사 제외, 개별재무제표)의 전체 매출액은 508조3,000억원으로 작년 동기의 478조6,000억원보다 6.2% 늘었다. 영업이익도 35조4,000억원에서 37조9,000억원으로 6.9% 증가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삼성그룹의 3분기 누적매출액은 15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7.3%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64.4% 급증했다. 10대 그룹 중 삼성그룹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0.2%에서 올해 46.2%로 16%나 상승했다.

현대차그룹도 누적매출액이 지난해보다 4.7% 늘어난 10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8조5,000억원으로 3% 상승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이 10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3.2%에서 22.4% 소폭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비중이 크게 상승한 결과다.

현대 기아차 그룹 사옥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거둔 영업이익을 합하면 모두 24조원에 달한다. 이는 10대 그룹 전체가 올해 3분기까지 거둔 39조9,000억원의 68.6% 수준이다. 결국 10대 그룹 전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 수익성 지표는 크게 나빠진 것이다.

나머지 그룹사들 하락세

실제, 삼성과 현대차를 제외한 다른 그룹사들은 하락세를 겪고 있다. 먼저 재계 3위인 SK그룹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모두 감소했다. 매출의 경우 49조9,000억원에서 48조9,000억원으로 2.1%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31.8%나 감소했다. 이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적자전환 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조8,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32.1%, 롯데그룹도 2조4,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35.5%가 각각 줄어드는 등 두 자릿수 이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47.1%), GS(-28.5%), 한화(-56.7%) 등의 그룹도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LG그룹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경쟁력을 확보, 국면에 접어들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대비 3.8%, 20% 늘어났다.

주력계열사 실적이 좌우

이처럼 10대 그룹의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의 격차는 주력계열사의 실적에 따라 좌우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실적 개선은 각각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와 현대자동차의 완성차 판매가 세계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부문에서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지켰고 TV 등 가전 시장에서도 소니와 파나소닉 등 경쟁사들을 압도하며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현대차 역시 세계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으며 올해 1∼3분기 세계시장 점유율이 역대 최고인 8.6%를 기록했다.

반면 SK, 포스코, 롯데, 현대중공업, GS, 한화 등 내수 위주의 영업활동을 하는 그룹들은 대부분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그대로 받으며 실적에 타격을 받았다. 정유, 철강 등 산업재 및 소비재 업종 전반이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ㆍ중국의 경기둔화 등 주요국의 불황이라는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재계는 현 상황이 계속될 경우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주력기업의 업황과 실적이 관건"이라며 "지금 상황이 지속될수록 주요그룹 간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기업의 양극화 경향은 그룹사들의 주가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삼성과 현대차는 올해 초부터 '전차군단'이라는 이름으로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했다. 사실상 증권시장을 주도하다시피 한 것이다. 증권가에서 "삼성과 현대차 밖에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는 후문이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