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피 전, 검찰 고위층과 통화… '그의 돈' 만진 이들이 도피 돕나?국세청 인사도 대거 연루… 대포폰 기록서 밝혀져향응 금품 제공 수시로… 경찰, 증거 확보에 주력"연말연시 이후 공개" 박근혜 정부에 파장 예상

용산세무서
대형 게이트 전방위 확산 조짐, "윤 전 서장의 도피를 돕는 이들도 있다"

윤우진 전 장이 3개월째 해외 도피 중인 가운데 그의 비리 사건이 '제2의 한상률 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찰 주변에서는 윤 전 서장의 비리 사건에 검찰, 등의 고위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윤 전 서장이 도피하기 전에 사용했던 대포폰의 기록에서 이들 기관의 고위 간부와 수십 차례 통화한 내역이 나왔다. 이에 따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윤 전 서장이 기관 고위인사들에게 골프 접대를 비롯해 향응과 금품을 수시로 제공한 정황을 파악하고 증거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소식통들은 "경찰이 이미 정황을 뒷받침할 상당한 근거를 확보했지만 대선과 연말연시 등을 넘긴 이후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말하자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관 고위인사 물갈이용으로 이 사건이 활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검찰청
경찰 박근혜 정부 입지 굳히기

윤 전 서장의 금품수수 의혹은 지난 6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윤 전 서장 금품수수 비리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는 서울 성동구 마장동 육류수입가공업체 T사(대표 김○○)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에서 이 업체 대표가 윤 전 서장에게 오랫동안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골프접대를 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당초 이 사건을 고위 공무원의 뇌물수수 사건 수사로 접근했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석연치 않은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검찰, , 언론계뿐 아니라 경찰까지 이 사건에 연루된 흔적이 나타난 것이다.

경찰은 지난 8, 9월 두 달 동안 집중적으로 수사해 윤 전 서장의 비리가 전방위로 뻗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윤 전 서장을 직접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찰 수사를 받던 윤 전 서장은 9월 갑작스럽게 홍콩으로 떠났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윤 전 서장에 대해 출금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현재 윤 전 서장은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 전 서장이 홍콩을 경유해 태국 또는 캄보디아 등 제3국으로 피신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세청
윤 전 서장은 경찰 수사를 받던 도중 급히 해외로 도피했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를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은행 등 금융감시와 더불어 여러 감시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는 "특정 세력이 윤 전 서장의 해외 도피를 돕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도 있다.

광수대 주변에서는 "수사결과에 따라 MB정권 말 또는 박근혜 정부 초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추측이 파다하다. 동시에 "검찰이 또 한 번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말도 들린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검찰비리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직 부장검사가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준 단서를 잡고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 전 서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분석해 이 같은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 관계자는 "윤 전 서장을 돕는 이들이 여러 명의 차명계좌를 거쳐 자금을 윤 전 서장에 전달할 경우 이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막는 검찰 왜?

경찰은 윤 전 서장에 대해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지명수배했다. 광수대는 "윤 전 서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지난 11월 16일 발부됐다"고 같은 달 23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서장에 대한 경찰 수사에 따라 검찰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입수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진 윤 전 서장의 골프접대 리스트가 핵폭탄으로 지목되고 있다.

윤 전 서장과 육류가공업체 대표 김씨가 인천 소재 모 골프장에서 골프를 칠 때 현직 검찰간부 2명도 같이 라운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 전 서장이 김씨의 돈으로 이 골프장에서 검사들에게 골프 접대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해당 골프장을 조사했다.

윤 전 서장은 인천에서 대형 낚시터를 운영하는 최모씨의 이름을 빌려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최씨의 이름으로 된 골프장 이용 내역을 살펴보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영장을 기각했다. 인권보호와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은 골프장 압수수색을 통해 확실한 물증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이후로도 네 번이나 영창을 청구했으나 검찰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경찰 측은 "윤 전 서장의 친동생이 현직 검찰 고위 간부이기 때문에 검찰이 경찰의 정당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이를 두고 검찰 주변과 경찰 주변에서는 "경찰이 검찰비리를 찾아내는 것을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

영장이 기각되자 경찰은 톨게이트 하이패스 이용 내역 등을 확인해, 일부 검사들이 해당 골프장에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경찰은 윤 전 서장과 김씨가 골프를 친 골프장 수사를 통해 이 골프장을 드나들었던 검사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리스트 분석을 통해 피조사자 또는 그와 관계된 인물이 로비성격의 골프를 쳤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경찰은 이미 이 골프장을 이용한 일부 검사들의 비리 혐의를 잡고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윤 전 서장 입국시기 조율 중

또 경찰은 윤 전 서장이 검찰뿐만 아니라 언론계와 관계 등에도 로비를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윤 전 서장은 두 개의 대포폰을 사용했다. 그 중 세무법인 명의의 폰에서 10여 명의 검사와 수시로 통화한 내역이 포착됐다.

한 사업자의 이름으로 된 이 대포폰은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3월 이후 만들어졌다. 이 사건에 대비하려고 만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대포폰으로는 검찰 고위 간부 그리고 A검사와 일주일에 두 번 이상씩 수시로 통화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3월부터 9월까지 각각 50회 이상 통화했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 간부 2~3명, 중앙 일간지 국장 2~3명과도 꾸준히 통화했다. 윤 전 서장은 향응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 호텔의 일식당과 서초구 한 호텔의 와인바에서 과 검찰 고위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세를 과시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도 다른 업자들이 비용을 대납했다는 것이 수사 관계자의 증언이다. 그는 "김씨가 대납했다고 진술한 비용만 1,000만원이 넘는다"라고 밝혔다.

검찰 주변에서는 윤 전 서장이 사정기관 관계자와 접촉해 입국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첩보도 돌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윤 전 서장 수사와 관련해 "제2의 한상률 그림로비 의혹 사건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정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 입국한 뒤 사법당국으로부터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윤 전 서장이 언제 입국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경찰 주변에서는 MB정부가 박근혜 정부로 교체되는 시점이거나 아니면 1년 후가 될 수 있다고 추측이 나온다.

한편 윤 전 서장의 친동생인 검찰의 윤대진 중수2과장이 사표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윤 과장은 친형인 윤 전 서장 뇌물수수 사건으로 사의 표명을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과장은 이 사건 및 잇따른 검사 스캔들로 인해 조직에 부담을 덜기 위해 사표를 제출할 것인지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측 관계자는 "윤 과장의 사직한다는 이야기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과장이 심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윤 과장은 검찰 내에서 매우 평이 좋은 사람이다. 그가 친형을 위해 그런 위법행위에 가담했을 리 없다"면서도 "윤 전 서장 때문에 얼굴이 어두운 것은 사실이다. 주변에서 사직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과 주변 사람들이 사직을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