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기후 선방한 한국의 수출 전략은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신흥국 비중 지난해 58% 2007년 비해 5%P 증가FTA 허브전략 지속 추진

수출입을 합한 무역규모를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무역 강국이다. 2011년 벨기에, 2012년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를 맞은 전통의 유럽 강호들을 하나씩 제치고 얻은 성과다. 그렇다면 무역강국 한국을 그동안 지탱해왔던 수출성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삼성경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2012년 12월 18일 발표한 '금융위기 이후 한국 수출' 보고서(이하 보고서)를 통해 중국 및 일부 품목에 편중된 수출을 다변화하고 FTA를 통한 허브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심상치 않은 수출 증가율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수출은 세계경기의 흐름에 따라 급락과 급반등을 겪었고 지난해 들어서는 다시 하락세로 반전했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0.6%로 하락했다가 이듬해 5.1%로 반등한 후 2011~2012년에는 3%대로 재차 낮아지는 추세다. 금융위기 발발 이전인 2003~2007년의 5년간 세계경제 성장률(연평균 4.8%)을 감안할 때 대폭 낮아진 수치다.

세계경제 성장률의 부침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도 2009년 -13.9%로 하락했다가 2010년에 28.3%의 급반등을 기록한 후 2011, 2012년 각각 19.0%, -0.8%로 하락했다. 2003~2007년 연평균 18.0%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올해의 마이너스 수출 증가율은 이례적인 수치다

세계 저성장 보호무역 강화

금융위기 발발 이후 5년째에 접어들었으나 세계경기 저성장 기조는 지속되고 있고 보호무역주의 또한 확대되고 있어 당분간 수출환경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재정지출 증대 등으로 인해 금융위기가 재정위기로 전이되면서 세계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본질적으로 '부채증가→긴축시도→성장둔화→부채증가'의 악순환 구조를 지닌 재정위기인 이상 근본적인 해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012년 들어 관세 인상, 자국물품 구매비중 확대, 지적재산권 침해 제소, 반덤핑 관세, 세이프가드 등 각종 보호무역정책이 확산되는 추세인데다 이를 억제해야 할 세계무역기구(WTO)는 힘을 잃고 있는 것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내수부진으로 수출이 거의 유일한 성장동력이 된 한국으로서는 현상에 대한 분석과 동시에 향후 리스크 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신흥국, 소수품목에 집중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수출은 신흥국 비중이 상승하고 주요 품목의 비중은 소폭 감소했다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금융위기 발발 이전인 2007년엔 52.5%였던 한국의 대 신흥국 수출비중은 지난해 57.7%로 상승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머브러더스 파산 등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과 2010년 이후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EU 등에 대한 수출 비중이 감소하고 중국과 아세안(ASEAN)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으로의 수출이 빠르게 증가한 까닭이다.

수출품목은 상당 부분 다변화됐다. 선박 해양구조물, 반도체, 무선통시기기, 자동차 등 상위 10개 품목의 수출 비중이 2008년 61.3%에서 지난해 58.5%로 감소했다. 상위 50개 품목에 대해 품목별 수출 비중의 제곱을 합한 허핀달 지수도 2009년 0.050에서 2012년 0.044%로 11% 하락하며 수출품목이 다변화됐음을 방증했다.

상위 100개 품목에 큰 변화는 없었으나 금융위기 이후 세계시장의 상황과 경기변동 등에 따라 품목 내에서는 순위 변화가 발생했다. 고유가에 영향받은 석유제품, 경쟁력 향상 및 대일 반사이익의 영향을 받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등은 수출 비중이 확대됐고 유럽재정위기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선박과 해외생산 비중이 확대된 무선통신기기 등은 비중이 축소됐다.

점차 경쟁력 떨어져

우리나라의 수출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세계 무역환경 악화에도 불구, 세계 7위(2012년 상반기 기준 3.2%)로 부상하는 등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2008년 2.7% 수준으로 세계 12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상대할만한 성적이다. 중국,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5대 제조강국으로 발돋움한 것도 적지 않은 성취다. 수출경쟁력 5, 6위를 차지하고 있는 네덜란드와 프랑스는 중계무역과 농수산물의 수출 비중이 상당히 높다.

문제는 그동안 선방해왔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세를 보이며 2011년 3.2%까지 상승했던 한국 수출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2년 상반기 3.1%로 소폭 하락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시장에서 한국 수출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다행히 미국,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는 한국 수출의 경쟁력이 유지되거나 강화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대중국 수출 부진은 시장점유율 하락과 중국의 수입구조 변화에 기인한다. 보고서에서 중국의 수입자료를 분석한 결과 휴대폰과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품목들은 수출 경쟁력과 중국 수입구조 변화에 대한 적응력 제고가 필요한 상태다.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은 중국의 TV용 LCD 패널 수입관세 인상, 관용차의 국산화 추진 등 암묵적 보호무역정책에 밀려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FTA 효과 있어

보고서에 따르면 EU 및 미국과의 FTA가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 영향을 일정 부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FTA를 맺은 국가들의 GDP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8.9%에서 2011년 이후 57.9%까지 상승했다. FTA 체결로 관세 등 무역장벽이 낮아진 것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으로 한국 내수시장이 확대되는 효과를 본 셈이다. 실제로 2012년 1~9월의 대EU, 대미 수출 등 FTA 수혜품목들은 타 품목들에 비해 수출증가율이 월등히 증가,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이에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의 수출증가를 위한 방편으로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 확대를 지속하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현재 주력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차세대 주력제품의 개발과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며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여 FTA 허브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