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통합당 갈등 숨고르기박기춘 새 원내대표 '임시직' 전면전 피했지만 국지전 계속 친노 책임론 공방 불가피정세균·김두관·이인영 등 차기 주자들의 각축장 예고

박기춘 민주통합당 신임 원내대표가 28일 국회 본청에서 의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참배 책임을 둘러싼 민주통합당 내 갈등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비노(비 노무현) 진영과 친노(친 노무현) 진영은 지난 28일 박기춘(3선) 새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서로를 향한 '포화'를 일단은 멈췄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박기춘 신임 원내대표는 박 전 원내대표의 잔여임기(2013년 5월 초)만 채우면 되는 '임시직'이다. 당초 민주당은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하게 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업무 효율을 위해 두 자리를 분리하자는 박 신임 원내대표의 공약에 따라 조만간 비대위원장은 별도로 뽑는다.

새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비노와 친노 양 진영의 전면전은 당분간 없을 듯하지만 국지전은 계속될 개연성이 크다. 민주당은 곧 대선평가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대선평가위원회가 운영되는 동안 대선 패배에 대한 친노 책임론 공방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고편에 불과하다. 비노와 친노의 '진짜 승부'는 오는 5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다. 전당대회에서는 대표최고위원 등 향후 민주당을 이끌어갈 새 지도부가 선출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은 계속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비노 진영의 공세가 강하지만 친노 진영의 대응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주자들의 각축장

5월 전당대회까지는 시간도 변수도 많다. 4월에는 재보선이 있고, 그 전에는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귀국한다. 안 전 후보의 귀국은 3월 전후로 예상된다.

또 민주당이 리모델링(Remodeling) 선에서 쇄신 작업을 마칠지, 창당 수준의 리빌딩(Rebuilding)을 이뤄질지 아직은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이 또한 관심대상이다.

이런 모든 변수가 있다 하더라도 신임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차기 대권 예비주자들의 각축장이 될 거라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새 당대표는 박근혜 정권 초기 제1야당의 수장으로서 역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당대표라는 자리가 2014년 지방선거 공천권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비노든 친노든 결코 포기할 수는 없다.

친노의 주류는 아니지만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선거캠프 상임고문을 맡으며 '원 톱(One Top) 시스템'을 구축했던 정세균 고문은 차기 당권 도전이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정 고문은 대선 과정을 통해 신주류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일각에서는 친노와 비노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다만, 이미 당대표를 두 차례나 지냈던 만큼 참신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지난해 당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노와는 분명히 선을 그었던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당권을 바라볼 만하다. 본인의 손사래에도 불구하고 김 전 지사는 범친노 진영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문재인 의원 등 이른바 친노 성골(聖骨)과는 분명히 색채가 다르다.

민주평화국민연대로 대변되는 GT(김근태)계의 리더인 이인영 의원도 '젊은 리더십'을 무기로 당권에 도전할 만하다. 이 의원은 비노 진영이면서도 친노 등 주류와도 간극을 좁힐 적임자로 주목된다.

김부겸 전 의원도 자천타천 당권 후보로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은 당내 핵심 인사 중 보기 드물게 대구 출신이라는 점과 여러 계파와 두루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는다.

당내의 대표적인 비주류로 친노 진영과 대립각이 분명한 김영환 의원도 당권을 노려볼 만하다. 김 의원은 충청 출신으로 지역구는 수도권(경기 안산)이라는 점과 독자적인 색깔을 갖고 있는 점이 '매력포인트'가 될 수 있다.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의원은 당내 여성 의원 중 선두에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박 의원은 비노 진영에 속해 있긴 하지만 대선 캠프에서 비중 있는 역할(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음으로써 신주류로 부상했다.

손학규는 새로운 길 모색

민주당 한 관계자는 사석에서 "대선이 이렇게 결말지어질 거였다면 손학규 고문이 대선후보로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고 말했다. 경륜과 경험이 풍부한 수도권(경기 시흥) 출신의 손 고문이기에 중도 그리고 중ㆍ장년층에서 상당한 흡인력을 발휘했을 거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당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노와 대척점에 섰던 손 고문은 일단 차기 당권 경쟁과는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손 고문은 오는 15일 부인 이윤영씨와 독일로 출국해 6개월쯤 현지에서 머물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예정이다.

손 고문의 출국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지금 같은 형태의 정치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새 정치를 위한 확실한 대안을 만들겠다는 것과 대선 경선 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을 보다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독일 사민당의 싱크탱크인 에버트재단 후원으로 떠나는 손 고문은 체류 기간 자유베를린대학에서 통일 노동 환경 협동조합 등 여러 분야를 심도 있게 공부할 계획이다.

따라서 물리적으로도 손 고문이 차기 전당대회 그리고 당권 경쟁에 직접적으로 참여는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손 고문이 아예 손을 놓고 구경만 하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손 고문은 2007년 대선 패배 직후 당대표를 맡아 좌초 위기의 민주당을 수습했고, 2010년에도 당권을 잡아 당을 이끌었다. 손 고문은 자신이 당대표이던 2011년에는 범야권의 대통합을 주도했고,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1987년 민주화 이후 야권 통합의 최대 성과로 평가하기도 했다.

손 고문의 '새로운 길' 모색 과정에는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동참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선 당일이었던 지난해 12월19일 미국으로 떠난 안 전 후보는 내년 2월 말 또는 3월 초까지 현지에서 머물 예정이다. 두 사람이 해외에서 만날 개연성은 얼마든지 충분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장 차기 전당대회는 아니더라도 손 고문이 향후 어떤 형태로든 당의 쇄신과 야권의 재편 과정 등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 아니겠냐"며 "손 고문이 안 전 후보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