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기관장들 "우리 떨고있니?""전문성 없는 인사 선임은 국민·다음정부에 부담"막판에 자기사람 채우는 MB에 대한 경고 메시지의혹받는 300여명 물갈이 대상 될듯

사진/AP=연합뉴스
잡음 많은 낙하산 논란 인사들 좌불안석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린아이들은 실눈으로 새벽녘까지 선물을 기다리고 어른들도 기분 좋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경제 한파가 이어지며 점차 예년만 못하다는 평을 듣는 크리스마스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날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 지난 크리스마스는 부담과 걱정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바로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지목되는 공공기관 기관장들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낙하산 인사 관행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그 대상으로 분류되는 상당수 기관장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다.

낙하산 인사 근절 외치는 박근혜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달 25일 서울 창신동 쪽방촌 봉사활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인선에 대해 “전문성 위주로 하겠다”고 말을 꺼낸 박 당선인은 “최근 공기업, 공공기관 등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며 “이는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이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 당선인의 언급은 지난달 19일 대선 직전 전직 대통령실 비서관 3명과 경호처관리관 1명이 각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2명)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주도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감정원의 감사로 옮겨간 것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임기 말 공공기관에 자신의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채우려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도 해석했다.

박 당선인은 이미 한나라당 대표 시절부터 노무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에 강력히 반발한 경력이 있다. 또한 대선 후보 때는 정치쇄신 공약으로 ‘낙하산 인사ㆍ회전문 인사 근절’을 강하게 내세우기도 했다. 19대 정부 출범 이후 박 당선인의 향후 조치가 주목되는 이유다.

원칙과 약속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성향상 19대 정부에서는 역대 정부에서 반복돼온 낙하산 인사 폐해를 되풀이하지 않고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전문성’ 위주의 인선을 하리라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지목돼온 기존 공공기관 기관장들에 대한 처우다.

박 당선인의 경우 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 기관장으로 있는 낙하산 인사들에 대해 날 선 칼을 휘두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반에 노무현 정부 시절 임명된 기관장들에 대해 대규모 숙청을 단행한 바 있다. 그 방식 또한 출범 직후 공공기관 기관장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은 뒤 재평가하는 방식으로 ‘물갈이’를 시도했던 이명박 정부와 비슷하게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낙하산 논란 인사들 ‘덜덜’

19대 정부가 들어서면 자리보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MB 측근이나 낙하산 인사들에는 누가 있을까.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www,alio.go.kr)에 따르면 288개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감사, 상임이사 가운데 300여명이 이명박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거나 정부 부처 공무원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 의혹을 받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 대부분이 ‘물갈이’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5월 초 임기가 만료되는 변정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을 비롯해 정승일 지역난방공사 사장,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은 2011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으로부터 MB정부의 ‘낙하산 인사 및 보은인사’로 꼽힌 인물들이다.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정승일 사장은 현대 출신이며,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MB의 고려대 인맥으로 분류된다.

한국수력원자력 김균섭 사장과 한국철도공사 정창영 사장 등은 해당 기관과 관련한 여러 잡음들로 인해 시달리고 있다.

김균섭 사장은 지난해 6월부터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김종신 전 사장이 고리 원전 정전 및 은폐사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자리에 임명된 것이다. 김 사장의 경우 지식경제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잇따른 고장과 가동중단, 위조부품 사용 및 직원비리 등 갖은 문제가 불거진 것도 논란 거리다. 이에 김 사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원전 사태를 수습한 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지는 행동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창영 사장은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으로 전문성 논란이 일었다. 정 사장의 한국철도공사 사장 취임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철도노조는 “철도산업에 대한 이해와 전망을 갖고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사장이 절실한 상황에서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이 사장으로 낙점된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격렬히 반대한 바 있다.

또한 정 사장이 이끄는 한국철도공사는 지난해 공공기관 중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곳으로 꼽힌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놓고 2대주주인 롯데관광개발과 개발방식과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일으켰고, 철도시설공단과의 통합 문제로 국토해양부와 정면대립하는 등 연말에만도 굵직한 문제들이 불거졌다.

독일 출신의 귀화 한국인으로 외국계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공공기관 기관장을 맡았던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도 낙하산 인사로 분류돼 거취가 주목된다. 이참 사장은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한반도대운하 특별위원회 특보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는데다 소망교회 인맥으로 분류된다. 한국관광공사가 ‘2011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서 C등급을 받았지만 이 사장은 지난해 7월 재임에 성공하며 낙하산 의혹을 부추겼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하반기부터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면세점 사업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