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간 입장차 여전해9일까지 추대 못하면 경선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갖고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통합당은 지난 3일 대선 패배 후 당 수습방안을 마련할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위한 공식적인 의견 수렴에 나섰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상임고문단 오찬을 시작으로 4일 시도당위원장, 7일 전직 원내대표단, 8일 초선의원 간담회를 잇달아 개최한다. 상임고문단 오찬에는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정대철 정세균 박상천 전 당대표 등 원로ㆍ중진 인사들 10여 명이 참석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9일 오전 당무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비대위원장을 추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9일까지 '적임자'를 선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친노 주류 진영에서 추천한 인물은 비노 비주류 진영에서 반대하고, 비주류 진영에서 원하는 인사는 주류에서 탐탁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이 의견을 굽히지 않는 한 계파 간 입장차이는 좀처럼 좁히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원내대표를 지냈던 원혜영 의원(4선ㆍ경기 부천 오정), 국회부의장인 박병석 의원(4선ㆍ대전 서갑), 유인태 의원(3선ㆍ서울 도봉을), 이종걸 의원(4선ㆍ경기 안양 만안), 이낙연(4선ㆍ담양 함평 영광 장성), 이석현 의원(5선ㆍ경기 안양 동안갑) 등이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된다.

김한길 의원 등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인사들은 비대위원장 후보에서는 배제되는 분위기다. 박영선 의원은 비대위원장보다는 차기 당권 도전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이야기가 나오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체로 친노 주류와는 거리가 있거나 아예 비주류 진영에 속해 있다. 원혜영 의원의 경우 일각에서 범친노로 분류되고 있으나 본인은 다소 억울해한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원 의원이 나설 경우 친노 진영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역임했던 유인태 의원 역시 친노와 간극이 크지 않은 인물로 평가된다. 하지만 친노에서 이들을 밀었을 때 비노에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반면 이낙연 이석현 이종걸 의원 등은 비노에서는 '인기'가 있지만 친노의 반발을 뚫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또 박병석 의원은 국회부의장이라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비대위원장 자리를 놓고 주류와 비주류간에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는 이유는 비대위원장이 차기 지도부 선출 과정에 큰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비대위원장은 대선평가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갖기 때문에 친노의 책임론 공방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느냐에 따라 친노의 책임론은 거세질 수도, 사그라질 수도 있다.

9일 당무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추대할 후보가 결정되지 않고 계파 간 공방전만 계속된다면 부득이하게 경선을 통해 비대위원장을 선출해야 할 수도 있다. 민주당도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라도 이런 상황만은 피하고 싶어 한다.

비대위원장으로 내부인사가 적합한지, 아니면 외부인사가 더 나은지를 놓고도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 박지원 의원(3선ㆍ전남 목포)은 최근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정치는 원내가 중심이기 때문에 역시 원내인사가 (비대위원장으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이낙연 의원은 "당의 혁신 이미지를 선명하게 국민들께 보여드리는 데는 외부인사가 더 나을 수 있다"며 "그 일을 맡아주실 좋은 분이 있다면 빨리 우리가 모시는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 후보 중 외부인사로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안경환 서울대 법대 교수 등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문제는 이들을 놓고도 주류와 비주류 간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는 데 있다.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새정치위원장을 맡았던 안 교수, 참여정부 초대 법무장관을 지냈던 강 전 장관 등은 비주류에서 탐탁지 않게 여긴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외부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부인사를 앉힌다 하더라도 주류와 비주류 어느 한 쪽에서 뜻을 굽히지 않는 한 경선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