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질적 성장' '사회적 책임' 3대 키워드 제시

주요 대기업들이 지난 2일 시무식을 갖고 총수의 신년사를 통해 2013년 경영화두를 내놓았다.

그런데 올해 신년사의 분위기가 예년과 사뭇 다르다. 먼저 올해 대기업들의 경영화두에는 위기감이 담겨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대외적 경영환경 악화가 반영된 결과다.

그룹 수장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실경영으로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신성장동력을 모색해 돌파구를 찾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슬로건도 과거 '수익창출', '위기극복' 등 성장중심에서 '품질경영'과 '가치경영', '자율경영' 등 소비자를 위주로 한 질적 성장으로 바뀌었다. 경제민주화를 의식해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주요 경영방침으로 내세운 것도 달라진 점이다.

삼성 '위기와 도전' 현대차 '품질 혁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던진 경영화두는 '위기'와 '도전'이었다. 이 회장은 신년사 서두에서 어려운 경영환경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세계 경제는 올해에도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고, 삼성의 앞길도 순탄치 않으며 험난하고 버거운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회장은 "불황기에는 기업 경쟁력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시장을 지켜 가게 된다"며 "삼성의 앞날은 1등 제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도전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도전하고 또 도전해 새로운 성장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며 "더 멀리 보면서 변화의 흐름을 앞서 읽고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찾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도 강조됐다. 이 회장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더 무거워지게 된다"며 "협력회사의 경쟁력을 키워 성장을 지원하고 어려운 이웃, 그늘진 곳의 이웃들이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사회공헌 사업을 더 활발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품질을 통한 브랜드 혁신'이라는 경영방침을 제시했다. 그동안 양적인 성장을 이뤄낸 만큼 이제는 품질로 승부를 걸어 세계 자동차 시장 1위인 독일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2013년은 유럽재정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국내외 시장환경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질적인 성장을 통해 내실을 더욱 강화하고 미래를 위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또 "그동안 품질은 고객 최우선의 중심에 자리해 왔다"며 "앞으로도 최고의 품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모든 접점에서 고객에게 만족과 감동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올해 투자를 더욱 확대할 계획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우수 인재를 집중 육성을 통해 지속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사회적 책임'과 '상생'도 빼놓지 않았다. 정 회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소외된 계층을 보살피며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에도 적극 앞장서서 국민의 행복과 국가경제 발전에 공헌하는 모범적인 기업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LG '시장선도' SK '혁신과 책임'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시장 선도'와 '철저한 실행'을 새해 키워드로 내세웠다. 신년사에서 구 회장은 "더욱 예측하기 힘든 앞으로의 경영환경에서 이제 일등기업이 아니면 성장이나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며 "결국 시장선도 상품으로 승부해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스스로가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구 회장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상품 출시를 당부했다. 구 회장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한발 앞선 기술과 남다른 생각으로 고객의 만족을 넘어 감탄을 자아내는 상품을 만들어내고, 완벽한 품질과 성능을 구현해 적기에 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철저한 실행'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고객의 입장에서 최고의 가치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하고, 결정된 것은 철저히 실행해 성과로 연결시켜야 한다"며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문화가 정착되게끔 명확히 역할을 부여하고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리경영과 사회공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구 회장은 "정도경영에 기반한 투명한 경영,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윤리경영에 더욱 매진하고, 협력회사는 성장의 동반자임을 잊지 말고, 함께 시장을 선도할 방법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며 "열린 마음으로 사회를 돌아보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SK의 신년사를 맡은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올해의 화두를 '혁신'과 '책임경영'으로 잡았다. '따로 또 같이 3.0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SK그룹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생존하고 지속발전을 이뤄내기 위해서다.

김 의장은 신년사를 통해 "2013년은 SK의 창립 60주년인 동시에 '따로 또 같이 3.0'을 시작하는 원년"이라며 "체제 도입을 근간으로 하는 자율ㆍ책임경영과 혁신경영으로 더 큰 행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자"고 강조했다.

3.0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선결돼야 할 과제로 김 의장은 "'따로'의 수준을 더욱 강화하는 것"을 꼽으며 "이는 매출 및 이익과 같은 경영성과를 개선함은 물론이고 인재양성 등도 발전시켜 궁극적으로 경영역량이 발전하고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향상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출장길에 오른 최태원 SK 회장은 화상 전화를 통해 신년메시지를 전했다. 최 회장은 "'따로 또 같이 3.0'을 안착시키는 것은 미래지향적이고 모범적인 기업지배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뜻을 담고 있다"며 "이를 위해 지주회사는 사업회사들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관여하지 않고 냉철한 투자자로서의 역할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양극화와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방법은 바로 사회적 기업"이라며 "경영자로서 그간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잘 활용해 사회적 기업이 지금의 영리기업처럼 시장을 만들어 평가 받고, 더 나은 사업모델을 찾아가는 건전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롯데 '내실'포스코 '가치경쟁'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내실경영 강화와 책임 있는 기업활동을 주문했다. 신 총괄회장은 "위기가 상시화되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투자 관리를 통한 내실경영으로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2018년 '아시아 톱 10'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외사업의 지속적인 확장과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총괄회장은 또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해외사업의 지속적인 확장과 성장, 브랜드 가치 제고를 경영목표로 제시하고, 사회공헌 활동 강화와 중소기업 및 지역상권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올해를 '가치경쟁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정 회장은 "2013년 우리 앞에는 더 큰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며 "포스코그룹의 중심 축인 철강사업에서는 국내외에서 생존을 건 치킨게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인프라ㆍ무역ㆍ에너지 등 전 사업 부문에서 극한의 시련을 감내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고했다.

정 회장은 이어 "이제 우리는 '가격경쟁'이 아니라 '가치경쟁'을 통해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시장 리더십과 수익성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또 "주인은 답을 내고 책임을 지지만 객(客)은 문제제기와 변명을 찾는다"며 '혼이 깃든 주인의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시련의 시기에는 각 기업의 실력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며 "내실 있는 성장, 질적인 성장에 대해 더욱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경영환경의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건전한 기업시민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관행과 기득권을 다 버린다는 각오로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해 새로운 틀을 만들 것"을 강조했다. 이어 조 회장은 "새 정부 출범 등 변화의 파고 속에서 외부 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변화를 이끌어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구축하고 질적 성장을 달성하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주문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올해는 어떤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LS가 새로 도약을 시작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구 회장은 지난 2일 신년 하례행사에서 구자홍 전 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공식적으로 넘겨받았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퍼즐의 어느 한 조각이라도 빠지게 되면 완성되지 않는다. 코오롱의 미래라는 큰 퍼즐을 완성하자"며 '성공퍼즐 2013'을 경영 지침으로 내세웠다. 신년회에서 코오롱 임직원은 전체 1만2,438명 가운데 한 명이라도 빠지면 결과는 '0'라는 의미로 '12438―1=0'이라고 적힌 배지를 나눠 달았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