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천 조각공원 공모전 후보자 놓고 논란선정 조각가로 유력하자 '부적격자' 비방 글 올라와 사업 무기한 연기'파문'정 대표 측 "사실 무근" 검찰 고소 강력 대응 나서

청정자연의 아름다움과 '산천어와 수달의 고장'으로 유명한 강원도 화천군이 최근 '문화 화천'으로 거듭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중인 '수변테마조각공원'프로젝트가 흔들리면서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화천군이 40억원을 들여 조성하려는 '수변테마조각공원' 의 공모 후보자를 둘러싼 악의적 소문이 나오면서 추진 계획이 답조상태에 처한 것이다.

악성 소문의 배후에 대해 검경이 수사를 하고 있고 '수변테마조각공원' 프로젝트는 사실이 투명하게 밝혀진 뒤에야 진행될 예정이어서 언제쯤 '수변테마조각공원'이 조성될 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곤혹스러운 이는 화천군만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당사자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정관모 C아트뮤지엄 대표다. 정 대표에 대한 근거 없는 사생활 관련 소문이 불거지면서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 대표는 한국현대미술의 원로조각가이자 대표작가로 후보 작가로 선정이 유력한 가운데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정 대표는 일단 악의적 소문을 낸 미국 교포와 포털로 소문을 퍼 나른 관계자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한 상태다.

대체 화천군 '수변테마조각공원'프로젝트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 내막을 추적해 봤다.

유명조각가 테마공원 조성

화천군은 조각공원 조성을 위해 오랜 준비를 한 끝에 화천 시내를 관통하는 강변 일대에 예술조각 작품 20여점을 설치해 문화예술공간을 만드는 '수변테마조각공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조각공원에 투입되는 예산만 4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는 50여개의 조각공원이 있다. 그러나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데 모아놓은 게 대부분이다. 따라서 같은 방식으로 조각공원을 조성했다가는 자칫 관심 밖의 문화시설로 전락할 우려가 있었다.

이에 화천군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유명 조각가의 테마공원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다른 지역의 조각공원과 차별성을 둬 해당 작가를 중심으로 화천의 미술 문화를 새롭게 형성하겠다는 판단에서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조각가인 구스타브 비겔란의 작품을 모아 조성한 노르웨이 오슬로의 비겔란 조각공원을 벤치마킹 한 것이다.

화천군은 앞서 비슷한 취지의 문화 사업을 벌인 바 있다. 이외수 작가의 '감성마을'이 바로 그것이다. 화천군은 지난 2004년부터 군내 상서면 다목리 일대에 '감성테마 문학공원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작가가 살 집과 문학관 등을 만들어 주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이외수 문학관'과 더불어 각광받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바로 '수변테마조각공원'프로젝트다.

이에따라 지난해 10월 제안공모를 냈다. 정관모 C아트뮤지엄 대표도 모집요강에 따라 응모했다. 당초 정 대표 외에 2곳이 추가로 응모를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손꼽히는 정 대표의 응찰 소식에 1곳은 포기를 했다. 결국 2명이 최종 신청을 마친 것이다.

이후 화천군 안팎에선 정 대표의 선정이 상당히 우세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회자됐다. 여러 작가의 작품으로 응모한 경쟁자와 달리 자신의 작품으로만 응모해 해당 사업의 콘셉트에 맞았던 게 주효했다. 미술관을 건립한 경험이 있다는 부분에서도 가산점을 받았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온라인상에 정 대표의 사생활 문제에 대해 비방하며 공모의 부적격자임을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순탄하게 진행되던 '수변테마조각공원'계획은 이 악의적 글로 인해 주춤하게 됐다. 글을 처음 올린 이는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교포 김모씨로 드러났다.

정 대표 관련 흑색선전 등장

김씨가 처음 글을 올린 곳은 포항의 모 방송국 게시판이었다. 김씨는 이방송국 조모 본부장과의 통화에서 2011년 이 방송국 주최로 정 대표의 개인 전시회를 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정 대표를 파렴치범으로 매도하는 글을 올렸다. 김씨는 조 본부장과의 통화에서 정 대표가 지난해 8월 미국에 와서 개총을 쏘는 등 자신을 괴롭히고 자신의 아내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조각가인 정 대표의 사위도 자신을 협박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이는 곧바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정 대표는 김씨를 알 지도 못할뿐더러 정씨의 출입국 증명서엔 당시 미국을 간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위 또한 해당기간에 미국을 찾은 기록이 없다. 더구나 김씨는 자신의 아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는 등 횡설수설하였다.

그런데 김씨의 악성 글은 어느 순간 화천 군수와 군청 웹사이트에 올라가면서 정 대표를 비방하며, 작가 선정을 유보하라는 글이 몇몇 사람들의 아이디로 집요하게 올라왔다.

당초 정 대표는 '정신적으로 건강치 못한 사람이 하는 허언'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해당 자료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지역신문이 이를 고스란히 기사화하면서 문제는 커졌다. 결국 사업은 현재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최근 <주간한국>은 김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미국 현지에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 대표 측은 검경 수사가 시작되자 김씨가 연락을 피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정 대표 측은 사건의 배후에 어떤 세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미국거주자가 의혹을 제기한 점과 이를 또 다른 이가 집요하게 퍼 나르며 새로운 의혹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와 일부 친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이 인물은 "화천군이 정 대표를 사실상 내정해 두고 입찰을 진행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인물은 "'1종 미술관 건립경력 우대'라는 요강이 문제"라며 "일반적인 공고에서는 극히 볼 수 없는 까다로운 조건"이라고 했다. 사실 정 대표를 염두에 둔 공모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 대표 측은 "공원이나 미술관을 건립한 경력을 지닌 정도라야 화천군에서 추진하는 수준있는 공원 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화천군이 국내의 대표적인 작가를 선별하기 위해 이런 요강을 내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화천군도 "참가 자격 요건을 까다롭게 설정한 건 조각공원에 머물지 않고 미술관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역량 있는 작가의 작품을 설치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부에서 떠도는 작가 내정설 등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 "사실무근, 엄중대응"

현재 정 대표는 김씨를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다. 김씨가 해외거주자인 탓에 수사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의 주장에 새로운 의혹을 더해 양산하고 있는 이도 나타났고, 지방 언론이 이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 정 대표로선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현재 화천군은 사법기관에서 해당 문제에 대한 의혹을 깨끗이 털기 전까진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의 피해는 조각공원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간 쌓아 올린 명예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그동안 30회가 넘는 개인전과 270여회의 단체전을 통해 특별한 작품들을 발표해온 한국현대미술의 원로조각가이자 대표작가로 꼽힌다. 2002년 한국기독교 미술상, 2009년 문화예술선교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 대표 측 관계자는 "문화계에서 걸출한 인물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국가차원의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며 "정 대표의 명예 실추는 국가와 문화계의 씻을 수 없는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 측에 따르면 공모에서 경쟁자를 떨어뜨리기 위한 '흑색전선'은 흔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공모를 따내고 작가들에게 하청을 주는 식으로 '장사'를 하는 업자들이 암암리에 이런 일을 벌여왔다고 한다.

정 대표 측은 사업자 선정과 무관하게 허위사실을 유포한 이를 색출해 엄중히 다스리겠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비슷한 악습은 그동안 문화계를 퇴보시키는 요인으로 꼽혀왔다"며 "사업을 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 정관모 작가는 누구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등 역임… 조각계 '거성'



홍익대학교 미대 조소과를 졸업한 정관모 대표는 당시 미술계의 등용문이었던 국전 공모전에서 20대 나이에 추천 작가가 됐다. 이후 대학에도 출강하면서 인지도를 쌓았다. 1967년엔 미국 유학길에 올라 펜실베이니아 아카데미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73년 귀국한 이후부터는 성신여대 교수를 맡아 문화계 인재 육성에 앞장 서는 한편, 왕성한 작가 활동을 벌였다. 이후 1974년 한국미술청년작가회 회장에 이어 1983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1987년 제주도 신천지미술관 대표 등을 역임했다.

정 대표는 현재 C아트뮤지엄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 신천지미술관을 양평으로 옮겨 C아트뮤지엄을 개관했다. 2010년에는 이름 앞에 '숲속의 미술공원'이란 타이틀을 추가하고 숲 속 산책로와 각종 시설을 정비하는 등 말끔하게 리뉴얼해 재개관했다.

C아트뮤지엄의 전시작품들은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고의 구상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조각가 이일호의 '손과발', 요절한 조각가 전국광의 '유적지' 등이 전시돼 있다. 2010년에는 국내 미술계의 거목인 운보 김기창과 그의 아내 우향 박래현의 전시회도 열었다.

정 대표의 작품 '예수얼굴상'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이는 높이가 22m에 코르텐스틸(특수강판) 작품으로 예수얼굴상 가운데 세계 최대 크기다. 4~5명의 조력자가 달라붙어 1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 정관모 C아트뮤지엄 대표 주요 약력

■ 출생

1937년 7월29일

■ 학력

1956 공주고등학교

1964 홍익대학교 미술학 학사

1967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석사

1972 크랜부룩대학미술대학원 조각과 석사

1994 엘론대학 미술학 명예박사

■ 경력

1973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1974 한국미술청년작가회 회장

1983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1987 신천지미술관 대표

1994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장

2006 C아트뮤지엄 대표

■ 수상내역

1966 대한민국미술대전 문화교육관광부 장관상

1993 교육부장관상

1994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예술상

2009 제22회 김세중 조각상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