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고 포기 감옥 복귀정가 "특사 가능성 높다"박연차 끼워넣기 조건… 야당과 물밑 협상설도

최시중
MB 정부 임기 막판 대국민 우롱극 벌일까

대통령 선거 열기가 정점에 치닫던 지난해 12월 초 정치권을 중심으로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문이 확산됐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실세들 가운데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몇몇 인사들이 12월 25일 성탄절 특사로 햇빛을 보게 될 것이라는 말이 파다했다.

이에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의 박영선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12월 10일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세중나모여행 회장,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사장 등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측근들이 잇따라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 것이 석연치 않다”며 이들에 대한 ‘성탄절 특사설’ 의혹을 제기했다.

박 본부장은 이날 영등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세 사람이 상고를 포기하자 검찰도 항소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대통령이 친인척과 측근을 임기가 끝나기 전에 모두 사면해주려는 게 아니냐는 성탄절 특사설이 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1,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6억원을 선고받았으나 기한 내 상고를 하지 않아 자동으로 상고가 포기됐다. 대법원 상고를 진행하면 형이 확정된 기결수를 대상으로 하는 사면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 박 본부장이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런 정황 때문이다.

천신일
감옥으로 가느니 차라리

천 회장은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30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30억여원이 선고됐지만 재상고를 포기했다.

김 사장은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8월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즉시 상고 해놓고 다음 달 돌연 상고를 포기했다. 두 사람 모두 저항을 포기한 구체적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성탄절 특사는 없었다. 당시 민주통합당의 이 같은 의혹 제기에 청와대는 “그런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의혹이 일자 청와대는 이 같이 밝히면서도 이들 측근들에 대한 특사 여부에 대해서는 “현 정부 임기 내 특사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밝히기)어렵다”고 답을 피했다. 바꾸어 말하면 이번 정부에서 특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정치권과 법조계 주변에서 여러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이달 말에 특별사면을 추진한다는 말이 무성하다. 더불어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법조계 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 전 위원장과 천 회장이 특사로 나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소식통은 “최 전 위원장과 천 회장이 병보석으로 풀려나 있었으나 얼마 전 다시 감옥으로 복귀했다”며 “이는 특사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사가 되기 위해선 수감생활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천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지내오다 최근 감옥으로 돌아갔다. 최 전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두 인물의 공통점은 감옥생활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점이다.

이 소식통은 “천 회장과 최 전 위원장은 상고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측근들이 ‘병보석으로 나와 있으면 여론이 나빠질 수 있으니 병보석으로 나와 있는 것보다 수감생활을 하는 것이 감옥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으나 듣지 않았다”며 “이 두 사람은 수감생활을 하면서 소송을 진행하자는 측근들에게 ‘감옥으로 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고집을 피웠다”고 말했다.

비밀 공유한 측근 보호

이처럼 수삼생활에 넌더리를 치던 이들이 차례로 상고를 포기하고 수감시설로 돌아가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던 게 사실이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와 관련해 “두 사람이 정권 말 특별사면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니냐”라며 석연치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차관은 특사로도 나오기 쉽지 않다. 아직 형량이 확정되지 않았고 이들이 아직도 여러 의혹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가장 유력한 특사 대상으론 천 회장이 꼽힌다. 천 회장의 사면은 야권과 합의점을 찾기도 쉽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천 회장이 야권과 인연이 깊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막역한 관계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수감중인 박 전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적 후원자로 전ㆍ현 정권을 넘나들며 든든한 정ㆍ관계 인맥을 구축했다.

박 전 회장은 30여년 전 부산에 있을 때 천 회장 집 옆에 신발공장을 차렸다. 천 회장은 경남 밀양 출신으로 동향인 박 전 회장을 유독 챙겼다. 천 회장은 두 살 터울인 동생이 갑자기 죽자 동생의 친구였던 박 전 회장과 의형제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사업상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친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했다. 천 회장이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이 되자 박 전 회장이 부회장을 맡았다. 박 전 회장은 휴켐스를 인수하고 천 회장을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이에 정치권 주변에서는 “현 정부가 천 회장을 빼내는 조건으로 박 전 회장도 특사에 넣기로 야권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또 박근혜 당선인과 이 대통령이 얼마 전 회동에서 특사 추진을 놓고 밀담을 나눈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박근혜 당선인은 중요 사범에 대해 특별사면은 없을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특사는 쉽지 않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라며 “따라서 현 정부는 정권 말 아직 기회가 있을 때 국민적 비난을 감수하고 특사를 추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사 추진과 관련해 국민적 원성이 일파만파 확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천 회장, 최 전 위원장이 박 전 회장과 함께 특사로 나올 경우 야권이 침묵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비난여론이 정치적으로 쟁점화되지 못하고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수도 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