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광모 LG전자 차장 미국서 귀환스탠퍼드대 MBA 취득… 본사서 경영수업 시작딸만 둘인 구본무 회장, 구본능 회장 아들 양자로…'장자승계' 전통 이을듯… 부족한 지분 확보가 숙제

구광모 차장
해외에서 경험을 쌓던 황태자가 국내로 돌아왔다. LG의 후계자로 꼽히는 구광모 LG전자 차장이 그 주인공이다. 3년간의 미국 업무를 마치고 올해 1월부터 LG전자 본사 근무를 시작한 구 차장의 국내 복귀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뜨겁다.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LG 측 입장에도 불구하고 '대권 승계를 염두한 경영수업 본격화'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차근차근 경영수업 받아

1978년생인 은 서울 영동고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국내 IT솔루션 업체에서 3년간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체한 구 차장은 2005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했다. 2007년 과장으로 승진한 후 휴직, 다시 유학길에 오른 구 차장은 스탠퍼드대 MBA를 취득하고 LG전자로 돌아왔다.

은 2009년 12월부터 LG전자 뉴저지법인에서 마케팅 전략수립 및 재무 관련 업무를 담당해왔다. 구 차장이 근무했던 뉴저지법인은 북미시장에서 휴대폰을 제외하고 LG전자의 모든 제품을 총괄하는 곳으로 경영기획, 마케팅, 인사관리 등 다루는 업무영업이 넓어 경영 수업에 적합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구 차장이 이달 1일부터 근무하게 되는 부서는 LG전자의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TV선행상품기획팀이다. 이 부서는 1~2년 이내에 출시할 제품을 구상하는 기존의 TV상품기획팀과 달리 3년에서 최대 10년 이상 미래에 출시될 차세대 제품을 기획ㆍ개발하는 곳이다. TV 시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해당 조사를 토대로 상품 구상과 기획 등 분기별 제품 개발을 이끌어야 하는 까닭에 신입사원보다는 과장급 이상이 주로 배치돼있다. 현재 해당 부서에는 구 차장을 비롯해 1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무 회장
양자로 후계 1순위

은 의 양자로 친부는 구본능 희성 회장이다. 딸만 둘인 구 회장은 2004년 동생 의 장남인 구 차장을 양자로 맞아들이게 됐다. 구 회장의 양자입양으로 구씨 대신 LG가의 장손 역할을 하고 있던 구 차장은 호적상으로도 완벽한 장손이 됐다.

양자입적 당시 LG에서는 "단순히 제사를 지낼 장손이 필요하다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뜻에 따른 것일 뿐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구인회-구자경-구본무'로 내려오는 LG가의 장자승계 전통을 감안하면 의 아들로 들어간 구 차장이 그룹의 가장 유력한 승계후보로 부상한 것은 분명하다. 양자입적 이후 계속된 구 차장의 (주)LG 지분확대 또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넘어야 할 산 많아

다른 그룹들과 비교할 때 LG는 후계구도가 명확한 편이다. 유난히 아들이 많았던 LG가였지만 그동안 철저히 장자승계를 해왔던 까닭에 '포스트 구본무'로써 의 입지가 단단히 다져진 것이다.

구본능 회장
(주)LG의 보유지분도 구 차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떠받치고 있다. 일찌감치 지주회사 방식을 완성한 LG는 (주)LG의 지분만 안정적으로 소유하면 자연히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구 차장은 2012년 9월 말 기준 (주)LG의 지분 4.72%를 보유하고 있다. 형제들(구본무: 10.91%, 구본준: 7.72%, 구본능: 5.13%)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지분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과 구 차장의 (주)LG 지분을 합하면 9.85%로 최대주주인 구 회장과 엇비슷한 정도까지 올라간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주)LG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구 차장은 구 회장의 양자로 입적한 이후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구 차장이 LG의 수장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1978년생으로 올해 36세가 된 구 차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968년생),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1970년생) 등 경쟁 그룹의 후계자들보다 한참 젊다. 늦은 승진이 보편화된 LG가의 특성상 구 차장은 국내 복귀 이후에도 여러 계열사를 돌며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점은 구 회장이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재계 일각에서는 LG의 경영권이 구 차장에게 넘어가기 전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한번 거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나이에 비해 정정한 구 회장의 건강상태를 볼 때 구 차장에게 넘겨주기까지 경영권을 잘 관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을 완전히 넘겨받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지분도 구 차장의 숙제로 남아있다. 구 차장이 보유하고 있는 LG상사의 지분(1.80%)을 팔고 그 대금으로 (주)LG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염두할 수 있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재계는 구 차장의 친부인 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 보유하고 있는 희성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고 (주)LG의 지분을 확대해 구 차장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3월 내로 추진 중인 희성전자의 상장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고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